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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카지노' 최민식, 차무식과 했던 진한 연애

  • 연예 | 2023-04-23 00:00

25년 만에 드라마 복귀·첫 OTT 데뷔…'카지노'로 증명

배우 최민식이 '카지노'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우 최민식이 '카지노'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어쩌면 배우 최민식이었기 때문에 차무식이란 캐릭터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최민식의 관록은 차무식의 서사를 완성했다. '연애 한번 진하게 했다'는 그의 말처럼 깊은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혼연일체였다. 그리고 이제는 아쉽지만 또 다른 여정을 위해 이별을 준비하는 최민식이다.

최민식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극본·연출 강윤성) 시리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2017년 700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첫 OTT 도전작이자 최민식이 25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로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채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카지노'는 시즌1 공개와 함께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시즌2는 공개 첫 주 만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대 시청 시간 기록을 경신했다. 첫 OTT 데뷔작이었던 최민식에게도 디즈니+에게도 유의미한 성적이었다.

최민식은 "사랑받고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간만에 과분한 인사를 받았다"며 "최선을 다해 구슬을 엮었다는 뿌듯함과 함께 아쉬움이 남는다. 연애 한번 진하게 한 기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별해야 할 때"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배우 최민식이 '카지노'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우 최민식이 '카지노'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최민식이다. 명불허전이라는 수식어가 아까울 만큼 다수의 대표작을 보유한 최민식이지만, '카지노'와 차무식은 유독 남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카지노'에는 출연자만 무려 170여 명이 등장한다. 많은 이들이 투입된 만큼 이를 아우르며 앙상블을 만들어 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렇기에 최민식은 "나랑 마주하는 배우들만 해도 정말 많다. 참 많은 배우들과 한 작품에서 그럴듯한 호흡을 이뤄냈다는 점만으로도 뿌듯하다. 모든 배우들에게 고맙고, 또 모두의 연기를 가슴 열고 받아준 강 감독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민식은 차무식의 어린 시절부터 필리핀으로 넘어간 뒤 우여곡절을 겪고 마지막 눈 감는 순간까지 모두 연기했다. 즉 한 인간의 생애 대부분과 긴 세월의 흐름 그리고 그 안에 녹아있는 방대한 서사를 표현해야 했다. 베테랑 최민식일지라도 작업 초반엔 우려가 존재했다. 하지만 "빌드업이 돼야 한다"는 강 감독의 연출 의도를 믿고 따랐다.

최민식은 차무식을 '평범한 인간'이라고 정의했다. 엄마 앞에선 평범한 아들이고 아내 앞에서는 평범한 남편인 것처럼 '평범성'에 집중했다. 그는 "캐릭터를 위해 따로 특정한 건 없었다. 그저 평범한 한 남자가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겪으며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최민식이 '카지노'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우 최민식이 '카지노'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다만 지켜야 할 선은 있었다. 강 감독이 그려놓은 큰 범주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최민식은 "범주 안에서 서로 설득력 있는 변주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카지노'에 출연하는 후배들과의 호흡이 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변주가 너무 좋았다. 각자 자신들의 책임감을 갖고 준비해서 왔기 때문에 고마웠다"고 전했다.

한국적인 리얼리티도 추구했다. 누아르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지만, 서양 누아르가 아닌 한국만의 감성을 담고 싶었다. 그 예로 차무식과 어머니의 관계, 아내와의 관계, 심지어는 배다른 형제 등이 장치로 설정됐다. 엔딩 역시 마찬가지다. 최민식은 "총싸움을 하더라도 순식간에 죽는 등 한방 만에 표현하고자 했다. 느닷없이 들어와서 죽을 사람은 죽고 정리되는 것처럼 한국적인 리얼리티를 염두에 두고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최민식은 곳곳에서 대사와 장면에 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결말도 최민식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극 중 '화무십일홍(꽃이 열흘 동안 붉게 피어있는 경우는 없다는 뜻으로 막강한 권력도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말)' 대사가 차무식의 인생사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했던 대로 결말이 나왔어요. 모든 욕망을 과하게 좇다 보면 이렇게 된다는 간단한 메시지죠. 제가 먼저 미술팀에 시들시들한 꽃을 부탁했어요. 강 감독도 제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죠. 마치 차무식이라는 인간의 결말처럼 시들시들한 꽃을 클로즈업으로 잡아주더라고요. 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듯, 차무식이 자신의 삶을 주체하지 못해 떨어진 느낌이었어요. 처음과 끝이 비슷한 것 같아 떠오른 아이디어였어요."

배우 최민식이 '카지노'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우 최민식이 '카지노'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5년 만의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최민식은 "신경을 전혀 안 쓴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라면서도 "모르는 게 약"이라고 밝혔다.

"흥행에 대해 신경 쓰려고 하면 병 나요. 그나마 다행인 건 영화는 영진위 사이트 들어가면 성적을 알 수 있지만, OTT는 본사에서 영업 비밀이라고 스코어를 안 가르쳐주더라고요. 오히려 잘됐죠. 알 일이 없으니까. 얼마 전에는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하더라고요. 택시기사분이 이야기한 거면 그래도 많은 분들이 보는 거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예전부터 3, 4시간 분량의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의사를 드러냈던 최민식에게 '카지노'는 긴 호흡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작품을 못 했다는 최민식은 "노느라 지쳐서 길게 하고 싶었다"며 "OTT 시리즈는 긴 호흡을 가져갈 수도 있고 소재에 대한 제약도 없다. 감독이든 배우든 표현하고 싶은 걸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라"고 밝혔다.

그러나 '극장'에 대한 갈증과 애정은 오히려 깊어졌다. 최민식은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글로벌한 성과도 이뤘지만, 극장이라는 문화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극장을 포기할 수는 없더라고요. 시간과 돈을 투자해 극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몰입해서 보는 건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공유한 공간이 주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무대 인사를 할 때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교감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잖아요. 요즘 한국 영화가 위기라고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면 또 많은 분들이 오겠죠. 그렇게 극장이 살아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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