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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에서', 불친절하고 흐릿한 61분[TF씨네리뷰]

  • 연예 | 2023-04-16 07:00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영화, 김민희는 제작실장으로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영화 '물안에서'가 지난 12일 스크린에 걸렸다. /(주)영화제작전원사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영화 '물안에서'가 지난 12일 스크린에 걸렸다. /(주)영화제작전원사

[더팩트|박지윤 기자] 61분. 장편영화 치고는 짧은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자세를 고쳐앉게 된다. 불친절한 설명에 아웃포커싱(탈초점) 기법이 더해지니 집중력마저 흐릿해진다. 빨리 밖으로 나오고 싶은 영화 '물안에서'(감독 홍상수)다.

지난 12일 개봉한 '물안에서'는 배우를 꿈꾸던 남자가 자신의 창조성을 확인하겠다며 영화 연출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홍 감독의 29번째 장편영화이자 불륜 관계인 배우 김민희가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렸고, 배우 신석호 하성국 김승윤 등 신선한 얼굴들이 출연한다.

배우 지망생이었던 젊은 남자 승모(신석호 분)는 갑자기 자신의 창조성을 확인하겠다며 영화 연출을 결심하게 되고, 같은 학교 출신인 상국(하성국 분)과 남희(김승윤 분)에게 도움을 청해 함께 섬으로 내려간다. 영화 촬영에 쓸 수 있는 시간은 단 일주일, 제작비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300만 원이 전부다.

게다가 승모는 어떤 이야기를 영화에 담고 싶은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여자를 보고 감동 받으며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이 만남으로 영감을 받은 승모는 마침내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다소 불친절하다. 세 주인공은 의미없는 대화만 반복한다. 먹는 음식과 배경 빼고 모든 게 비슷하게 흘러간다. 또 젊은 남자 승모는 영화를 하고자 하는 이유로 '명예'를 들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시나리오를 만드는데 홍 감독은 이 캐릭터를 통해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관객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추측'일뿐 홍 감독이 작품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작품은 배우를 꿈꾸던 남자가 자신의 창조성을 확인하겠다며 영화 연출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영화제작전원사
작품은 배우를 꿈꾸던 남자가 자신의 창조성을 확인하겠다며 영화 연출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영화제작전원사

이 가운데 '물안에서'라는 제목을 따라가듯 첫 장면을 제외하고 러닝타임 내내 아웃포커싱으로 진행되는데 약 한 시간 가량을 보고 있으니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일부 관객들은 이 같은 화면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그동안 홍 감독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생활감 넘치는 이야기나 툭툭 던지는 재치도 찾아볼 수 없어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물안에서'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린 후,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들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들과 만나지만 '물안에서' 측은 이 행사를 아예 진행하지 않았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로 만난 홍 감독과 김민희는 불륜 관계로 발전했고, 관련 보도 후 9개월 만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언론 시사회를 통해 "진솔하게 사랑하는 사이"라며 불륜을 인정했다. 또한 홍 감독은 "정상적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니까 기자들과 만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홍 감독과 김민희는 8년째 국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언행불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열린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홍 감독과 김민희를 비롯해 배우들은 해외 취재진을 만난 만큼, 두 사람의 해외 한정 홍보 활동에 대중들은 아이러니함을 감출 수 없었다.

홍 감독이 펼친 새로운 시도가 관객에게 유의미한 결과로 닿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미를 찾기 보다 의문만 남는 '물안에서'다.

jiyoon-103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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