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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김건우, 중독 끊어낸 영광스럽지만 넘어야 할 산 '더 글로리'

  • 연예 | 2023-04-12 00:00

2년 만에 작품 출연…손명오 役으로 강렬한 인상 남겨

배우 김건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건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기대가 무너질 때마다 실망감과 회의감은 부피를 키워갔다. 그럼에도 '그 기대'를 또다시 했다. 끊을 수 없는 중독이었다. 끝없는 터널을 걷는 기분과도 같을 때 한 줄기의 빛이 찾아와 영광이 됐다. 그리고 이제는 그 영광을 넘어서기 위해 또 다른 퀘스트에 도전할 배우 김건우다.

김건우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은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학폭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건우는 극 중 문동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학교폭력 가해자들 중 한 명인 손명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연진(임지연 분), 전재준(박성훈 분), 이사라(김히어라 분)와 집안 배경이 달라 가해자 집단 중에서도 최하위 서열의 인물이다. 동시에 가해자 집단에 균열을 만들며 문동은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하는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김건우와 '더 글로리'의 첫 만남은 '평소'와 똑같았다. 여느 때처럼 회사에 연락이 왔고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오디션이 잡혔다. 전재준, 하도영(정성일 분), 손명오의 대본이 준비돼 있었지만, 김건우에게는 선택권이 따로 없었다. 이미 재준과 도영 역의 캐스팅은 완료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대도 크지 않았다. 김건우는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대본이 주는 힘이 강렬한 데다 글이 너무 재밌었다. 다만 내가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에 들어간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배우 김건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건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tvN 드라마 '청춘기록'으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췄었던 안길호 감독과의 인연이 도움이 되진 않았을까. 김건우는 "감독님은 친분에 연연하지 않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히려 '청춘기록'을 같이 했기 때문에 오디션에서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제작진은 신선한 작품을 하고 싶어 했는데, 감독님에겐 내가 신선한 배우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결국 김건우는 캐스팅 막바지 단계에서 출연이 확정됐다. "오디션에서 문 닫고 들어갔다"고 표현한 그는 "감독님께서 내가 오디션장에서 낸 느낌이 손명오와 어울려서 뽑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청춘기록' 이후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지칠 대로 지쳤던 김건우에게 '더 글로리'는 기회였다. 그는 "'더 글로리'를 만나기 전까지 연기를 좀 오래 쉬었다. 계속해서 오디션을 봤지만, 최종 관문에서 여러 차례 떨어지면서 선택받지 못한 시간이 길었다.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나'는 생각이 들 때 '더 글로리'를 만나게 돼 다시 한번 열정을 피워 어떻게든 작품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오디션에서 좌절을 반복하다 보니 실망감과 회의감이 크더라고요. 연기를 그만두면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고 막연하게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또 포기할 수 없는 건 떨어져도 항상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는 점 때문이에요. 때로는 높은 인지도를 가진 배우와 최종에서 만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그럼에도 잘은 하고 있구나' 싶어서 다시 힘을 내게 돼요. 끊을 수 없는 중독 같았죠."

김건우는 손명오에 대한 인물 해석과 캐릭터 구축에 돌입했다. '살아있는 인물 같았으면 한다'는 제작진의 디렉팅에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어딘가에 살아있을 법한 양아치'라는 자신이 내고 싶었던 느낌을 추가했다.

김건우는 "덩치가 커서 주는 위압감 말고 그냥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양아치스러움을 원했다. 또 집단 내에서 서열이 낮은데, 오히려 그렇지 않은 척을 하려고 당당한 척하는 모습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 사실 정말 가진 자들은 조용하지 않나.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것처럼 가진 게 없기 때문에 더 요란하고 센 척을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건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속 손명오 역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밝혔다.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건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속 손명오 역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밝혔다.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손명오가 되기 위해 '양아치'에 걸맞은 몸을 만들기도 했다. 벌크업이 아닌 오히려 근육을 빼는 것이 목표였다. 김건우는 "작품을 준비할 때마다 운동코치님이랑 캐릭터 분석을 같이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코치님이 지금 몸은 손명오와 어울리지 않다며 더 왜소하고 날렵해야 한다고 하더라. 재준이에게 당하는 게 납득이 돼야 한다며 양아치는 근육이 커선 안 된다고 했다"며 "그때부터 유산소 운동만 하며 3kg 정도를 감량했다"고 밝혔다.

스타일링도 제작진이 기획한 대로 따라갔다. 그는 "손명오의 외적인 면에서는 내 아이디어가 하나도 없었다. 타투, 묶는 머리, 스크래치 위치까지 이미 많은 시안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준비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딱 한 가지 고집한 건 있었다. 바로 노출 장면에서 입은 속옷이었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김건우는 수줍어하면서도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속옷 한 장만 입는 장면이라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길래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요청했다. 색깔도 세 가지가 있었는데, 빨간색이 가장 강렬하기도 하고 미쟝센으로 봤을 때도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뿐 아니라 영어와 비영어, TV와 영화 부문을 통틀어서도 전체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신드롬급인 화제성 덕분에 본의 아니게 자신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김건우다. 그는 "전작들도 인기작들이 많아 알아봐 주는 분들은 종종 있었다. 다만 극 중 이름을 불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요새는 내 실명을 아는 분들이 많아서 '김건우 배우님'이라며 사인과 사진을 요청할 때 인기를 체감한다. 생각지도 못한 파급력은 처음이라 부끄럽고 쑥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역시 SNS 팔로워 수였다. 지난해 9월 SNS를 처음 개설해 2000명에서 시작한 팔로워 수는 현재 21.7만 명을 넘어섰다. 다만 내적인 상태는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김건우는 "성격 자체가 무던한 편이다. 일희일비하거나 들뜨거나 하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배우 김건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지 말했다.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건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지 말했다.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글로리'로 각인된 악역 이미지에 대해서도 크게 부담감이 없었다. 그는 "악역도 하나의 작품에서 필요한 역이었기에 존재하는 인물일 뿐이다. 무엇보다 새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를 만난다면 언제라도 이미지 변신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악역으로서 고착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더 글로리'는 김건우에게 여러모로 감사한 작품이 됐다. 이에 그는 "제목 그 자체처럼 영광으로 기억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제는 넘어야 할 산이자 깨야 할 퀘스트가 된 '더 글로리'다. 김건우는 "데뷔작 '쌈, 마이웨이'(2017) 이후 몇 년간 김탁수로 불렸었는데 그때 꼭 언젠가는 김탁수를 깨고 싶었다. 이제는 한동안 손명오로 불릴 것 같다. 이번에는 언제 깰 수 있을지, 얼마나 걸릴지 기분 좋은 의구심이 들면서 동기부여도 된다"고 밝혔다.

"연기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이자 제 전부인 것 같아요. 그만큼 아직도 더 배우고 싶고 더 알아가고 싶은 영역이고요. 매 작품 부족함을 느끼고 갈증을 느끼는 것만 봐도 내가 이 일을 너무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닫곤 해요.(웃음)"

끝으로 김건우는 '더 글로리'를 시청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살면서 이렇게 주목을 받는다는 건 행복한 경험인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도 '내가 이 정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어요.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다는 말밖에는 더 할 말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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