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물러가면서 슬슬 활기 찾는 지역 축제에 '찬물'
장황한 개회사 축사로 행사 시작 전부터 '김 빼기' 일쑤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올 봄에 피는 꽃은 바라보는 사람들마다 유난히 화사하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온화한 날씨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듯 남다른 감상으로 와닿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덩달아 3년간 코로나 마스크로 가려졌던 미소도 되찾았습니다. 벚꽃이 만개한 지난 주말에도 전국적으로 다양한 축제가 열렸는데요.
오랜만에 마스크에서 완전히 해방된 홀가분한 기분에 기대감도 그만큼 큰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축제 현장엔 눈총받는 일도 있습니다. 소위 지역 인사들의 과도한 얼굴 내밀기 경쟁 때문입니다. 지역 특성상 비용 등을 후원받는 대가로 모양새를 갖추려다보니 개회식부터 장황하게 인사말이 이어지는 것인데요.
◆ 정치인 포함 지역 유지들 5~6명 씩 축사 핑계 '얼굴 알리기'
행사 취지를 알리고 지역 소개를 위해 가볍게 1~2명 정도면 다행인데, 대부분 5~6명 씩 축사를 핑계로 너도나도 줄줄이 마이크를 잡습니다. 특히 지역 정치인들한테는 자신들한테 표를 줄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야말로 얼굴을 알리고 생색을 낼 절호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김 빼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가수들은 본격적인 축제 시즌이 돌아와 누구보다 신이 나야 할 것같은데 정작 불편해하는 눈치입니다. 왜 그럴까요? 의전에 동원되고 사진을 찍어주는 건 그렇다쳐도 원치않는 식사 자리를 해야할 때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일부 가수들 중엔 지역 축제를 앞세워 엉뚱한 사람들의 모양내기에 들러리가 된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싫은 내색을 보이거나 거절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축제는 단발성이 아니라 연례 행사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고, 가수들에게 행사 개런티는 무시 못할 수익원입니다. 한 번 축제 관계자 눈밖에 나면 다음 번 출연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불이익을 염려하다 보니 말은 하지 못하고 남모를 냉가슴을 앓을 뿐이죠.
◆ 지역 축제의 과도한 생색내기, 축제 본질을 흐린다
"지역축제는 아시다시피 시군구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는 행사가 많잖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계자들이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일이 많죠. 아무래도 표심을 담은 잠재적 유권자들이니까요. 모두가 양해할 정도의 적당한 생색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도가 지나치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심한 경우에는 객석에서 야유가 터질 때도 있어요."(가수 C씨)
축제 기간 중 하이라이트는 물론 초대가수 공연입니다. 음악이 있어야 흥이 나고 축제 분위기를 한껏 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알고 보면 가수를 초대하는 주체는 다름아닌 납세자이면서 유권자들인 지역 주민들인데요. 축제는 모두가 공감하는, 간섭없는 힐링 시간이 돼야합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했습니다. 엉뚱한 사람들이 과도하게 생색을 내는 건 모두가 즐거워야할 축제의 본질을 흐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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