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남이'는 사활을 건 작품, 코미디지만 짠하고 찡해"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박성웅은 매력적인 빌런부터 마성적인 무당까지, 매 작품 한계 없는 연기 변주를 꾀하며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고 있다. 늘 오픈 마인드로 대본을 읽고 배우로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가 이번에는 곰에서 사람이 된 1인 2역으로 돌아왔다. 특급 의리까지 장착한 채 말이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웅남이'(감독 박성광)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해 공조 수사를 하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극이다.
박성웅은 곰에서 인간이 된 캐릭터로, 곰 특유의 특성 때문에 슈퍼 히어로급의 능력을 보유한 전직 경찰이자 지금은 동네 백수인 웅남이와 국제 범죄 조직 2인자인 웅북이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개봉을 앞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박성웅은 '웅남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그는 "기자 간담회에서 '재밌게 잘 봤다'는 말이 인사치레 같지 않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끄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미디지만 짠하고 찡한 게 있었고, 완성도도 있었죠. 이경이는 함께 촬영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했다고 하더라고요. 의도대로 잘 흘러간 거 같아요."
박성웅이 작품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일이었다. 그동안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온 박성광 감독과 12년 전에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성광은 '나중에 감독이 돼 꼭 시나리오를 드리겠다'고 했고, 현실로 이루어졌다. '형님을 생각해서 쓴 작품'이라는 말과 함께 대본을 받은 박성웅은 "투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견했다. 그런데 읽어보고 '이거 어떡하지? 싶더라'고 말해 궁금증을 안겼다.
이유는 바로 웅북이자 이정학의 설정값이었다. 그는 "원래 이정학이 진짜 나쁜 놈이었다. 웅남이를 죽인다. 그런데 코미디 장르고, 이들은 쌍둥이잖아요. 처한 상황이 다를 뿐 성향은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정학이 고양이를 밥 주는 등의 장면은 추가가 됐어요. 그가 느끼는 고독함이나 외로움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라고 설명했다.
웅남이와 웅북이는 100일 동안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됐다. 연구원 복천(오달수 분)에게 발견된 웅남이는 그의 아내 경숙(염혜란 분)에게 친아들처럼 길러진다. 그런가 하면 당시 동굴이 무너지면서 행방이 묘연했던 웅북이는 국제범죄조직 보스 정식(최민수 분)에게 발견되고, 그의 양아들이 돼 이정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이렇게 1인 2역을 맡은 박성웅은 코미디와 누아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며 곰을 주의 깊게 관찰한 박성웅은 웅남이로서 무거운 물건을 손쉽게 들고 마을에 출몰한 멧돼지의 기강을 잡는 등 코믹함을 내세우는가 하면, 이정학으로서 거침없는 액션을 모두 직접 소화하며 대체 불가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두 캐릭터는 준비 자세부터 달라요. 웅북이는 어렸을 때부터 킬러로 길러졌기 때문에 파워풀하고 정갈한 액션에 주안점을 뒀고, 웅남이는 기술적이지 않지만 힘은 세요. 이정학일 때가 힘들었어요. 10명 이상과 상대해야 했고, 지하 주차장 장면은 비도 많이 내렸거든요."
박성웅은 타이틀롤이자 1인 2역, 몇십 년간 알고 지낸 형으로서 존재만으로 박성광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또 최민수 염혜란 이이경 등은 남다른 내공과 열연으로 존재감을 빛냈다.
당시 촬영 현장을 떠올린 박성웅은 "입봉 감독님은 어떤 스타일인지 잘 몰라요. 시나리오를 쓰고 출발한다는 거 자체가 대단하잖아요"라며 "그런데 입봉 감독은 자신이 준비한 걸 무조건 해야되는 성향이 있는데 박성광은 대세를 따르는, 최적화된 감독이었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97년 영화 '넘버3' 단역으로 데뷔한 박성웅은 약 10년간 무명시절을 보냈고, '신새계'(2013)의 이중구를 만나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후 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박성웅은 영화 '대무가' '젠틀맨'부터 우정 출연한 '헌트'까지 세 개의 작품을 스크린에 걸었고, ENA '사장님을 잠금해제'로 안방을 공략했다. 이후 '웅남이'로 또 한 번 대중들과 만나고 있는 그는 '더 와일드' '사냥개들' '보호자' '필사의 추적' 등 공개 및 개봉 예정인 작품이 줄을 잇고 있으며 SBS 새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촬영 중이다.
이렇게 바삐 달리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 올린 지난날을 돌이켜본 박성웅은 "무명 시절이 길었잖아요. 그 기간까지 합쳐서 평균을 내면 (작품의 수가) 적절할 거예요"라고 '열일' 행보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필모그래피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그의 도전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메소드'(2017)에서는 동성과의 키스신을 소화했고, '안시성'(2018)에서는 완벽한 중국어 대사를 구사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중국어 대사를 읊는 그를 보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도전적이었던 건 무엇이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자랑 키스했는데 말 다 했죠. '왜 나한테 이런 역할을 주지?' 싶다가도 '와이 낫? 너 배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했어요"라고 말했고, 그의 가치관을 짐작할 수 있었다.
끝으로 박성웅은 '웅남이' 시즌 2에 관해서 "말을 아끼겠다. 김칫국을 시원하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며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박성웅이 사활을 건 작품이에요. 1인 2역을 맡았고 또 재밌어요. 시간이 '순삭'될 거 같아요. 길지도 않고요. 또 카메오가 많이 나오니까 볼만한 장면들이 많아요. 코미디도 코미디지만, 가족애가 있는 액션 영화에요. 영화는 재밌어야 보잖아요. 저는 재밌게 봤으니까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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