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X설경구의 세 번째 호흡…31일 넷플릭스 공개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전도연이 열고 전도연이 진행했으며 전도연이 닫았다. 전도연에서 시작된 영화 '길복순'이 베를린을 넘어 전 세계 관객들의 호평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 제작보고회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변성현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이 참석했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전도연 분)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작품은 정식 공개에 앞서 세계에서 먼저 인정받으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최근 열린 '제73회 베를린영화제' 메인 섹션 베를리날레 스페셜(Berlinale Special) 섹션에 초청돼 최대 규모관인 베르티 뮤직 홀(Verti Music Hall)에서 전 세계 최초 공개됐다.
이에 변 감독은 "'불한당'으로 칸을 갔을 때도 '얻어걸렸다'고 해서 많이 혼났었는데, 지금도 다르지 않다. 이번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베를린 영화제와 저희 영화의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초청해줘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변 감독과 함께 칸에 이어 베를린까지 진출에 성공한 설경구는 "'불한당'은 칸, '길복순'은 베를린에 갔으니 다음에는 베니스 가면 될 것 같다"고 말해 호응을 이끌었다.
'길복순'은 작품도 길복순이란 인물도 오롯이 전도연에게서 시작된 작품이다. 변 감독은 "내가 전도연의 오랜 팬이라는 걸 알고 있던 설경구가 소개를 해줬었다. 이후 전도연이 어떤 작품을 제안했었는데 당시 난 내 오리지널을 하고 싶었을 때라 거절하고, 역으로 내가 쓰는 작품에 대한 출연 의사를 물었다.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서 그때부터 전도연을 내세워 어떤 작품을 찍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블랙 코미디 액션 장르를 내세운 건 전도연의 필모그래피를 보던 중 결정된 부분이었다. 변 감독은 "전도연의 출연작 대부분이 무겁고 좋은 작품이 많다 보니 정면승부를 걸기에는 부담됐다"며 "측면승부를 해야겠다 싶어 장르영화를 선택했고, 전도연의 필모에 거의 없는 액션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시나리오 또한 배우 전도연과 엄마 전도연의 간극을 느끼면서부터 쓰기 시작했다. 변 감독은 "배우를 킬러로 치환했을 뿐이다. 모순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오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극 중 대사에는 전도연 설경구를 향한 변 감독의 진심이 담겨있기도 했다. '오래된 칼은 날도 무뎌지고 쓸모가 서서히 없어진다'는 말에 민규(설경구 분)는 '그 무딘 칼이 아프다'고 답한다. 이에 변 감독은 "배우와 영화 현장 이야기에서 착안해 가미한 소스들이 많다. 칼 이야기 역시 영화 선배들에 대한 존경이자 탄사를 썼다. 유치하지 않고 티 나지 않게 녹여내고자 했는데, 너무 나지 않아서 문제였다. 지금이라도 티를 내야겠다 싶어서 말씀드린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도연은 변 감독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을까. 그는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은데 그런 것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작품을 선택한 적이 없었던 지라 우려도 됐다. 나중에 봤을 때는 액션이 생각보다 많아 이걸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설경구는 많은 생각이 필요하지 않았다. 변 감독과 벌써 세 번째 호흡을 맞춘 그는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변 감독의 영화와 그가 만드는 현장을 좋아한다. 감독님만 아니라 '불한당'의 스태프들도 대부분 참여해서 팀워크도 좋았다"고 전했다.
작품에는 임무는 반드시 완수해내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싱글맘 길복순(전도연 분), 평범한 이벤트 회사이지만 본업은 살인청부업계 최고의 회사인 MK엔터 대표인 차민규(설경구 분), 길복순의 딸 길재영(김시아 분), 차민규의 동생이자 MK엔터 이사 차민희(이솜 분), MK엔터 소속 킬러 희성(구교환 분)이 등장한다.
길복순의 딸로서 전도연과 모녀 호흡을 맞춘 김시아는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도 '도연엄마'라고 부르고 있다. 그만큼 항상 챙겨줘서 고마웠다. 연기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그 외적인 부분까지 항상 신경 쓰고 도와줬다. 덕분에 엄마를 많이 믿고 의지했던 것 같다"며 촬영 기간을 돌이켰다.
김시아는 엄마와 벽을 쌓으려고 하는 15세 사춘기 소녀를 연기하기 위해 동생이자 배우인 김보민을 많이 참고했다. 그는 "재영이란 캐릭터는 나와 정반대되는 친구다. 그런 역을 연기할 수 있어 호기심도 생겼지만, 표현하는 건 고민이 됐다"며 "말투부터 접근하려고 했는데 살짝 틱틱거리는 등 동생과 닮은 부분이 많더라. 그때부터 동생을 관찰하면서 비슷한 부분을 가져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솜은 MK엔터 이사로 액션신이 크게 없지만, '여성 킬러'라는 소재에 이미 마음을 뺏겨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또한 내가 너무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함께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대본 보기 전에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구교환은 "난 대본을 꼼꼼히 읽고 결정했다"고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출연을 확정했다는 앞선 배우들과 다른 답변을 내놔 웃음을 안겼다. 그는 "읽으면서 지문이나 대사가 굉장히 재밌는데, 관객으로서 이 장면들이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 감독의 페르소나 자리가 비었다는 소문을 듣고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너스레를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복합장르를 표방한 만큼 변 감독은 '길복순'을 통해 단순히 액션만 보여주고자 하진 않는다. 공들이긴 했지만, 신경을 가장 많이 쓴 건 아니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변 감독은 "복순이는 성장, 민규는 멜로, 시야는 교육영화인데 이제 딸이 엄마를 교육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캐릭터들의 관점마다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더 신경을 많이 썼다"며 "또한 우리 작품은 보편적인 이야기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다루고 있기 때문에 두 이야기를 묶을 때 뻔뻔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 연결고리를 찾는 데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필모그래피 중 가장 많은 액션을 소화했던 전도연의 후기도 궁금했다. 그는 "무섭고 두려움이 앞섰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 싶었고 그래야 한다고 세뇌했다. 감독님이 액션을 롱테이크로 찍는 방식이기도 해서 끊임없이 연습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마음은 날아다니고 있는데 몸은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을 때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 고생이 많았다. 그렇지만 몸이 좀 고장 나더라도 계속 채찍질하면서 극복하려고 했다. 무섭지만 해냈을 때 느끼는 쾌감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배우들은 마지막 인사와 함께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먼저 전도연은 "'길복순'이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지만, 블랙 코미디라는 유머도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관객들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설경구는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은 못 했지만 반응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감독님이 기대했던 반응 그대로 나왔다고 하더라. 웃음을 예상하고 넣은 장면에서 의도된 반응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시아는 "각각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케미'를 기대해도 좋고, 액션과 스토리 뭐 하나 빠지지 않으니 많이 사랑해줬으면 한다"고, 이솜은 "전 세계 동시 상영이라고 들었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많이 기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끝으로 변 감독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으로 좋은 배우들을 소개할 수 있는 만으로도 내게는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길복순'은 3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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