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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문가영'] '가장 깊은 방' 내줄 '영포 여신'을 보내며

  • 연예 | 2023-02-26 00:00

'사랑의 이해' 안수영 역 열연…'문가영의 재발견' 찬사

10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배우 문가영을 만나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키이스트 제공
10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배우 문가영을 만나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키이스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배우 문가영의 재발견이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배역을 맡아왔던 문가영이 정통 멜로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통해 그간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성공적인 변신이다. 문가영은 지난 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KCU은행 영포점의 '여신' 안수영 주임 역을 맡아 꾸밈없는 감정 연기는 물론, 깊은 울림을 전하는 나레이션 등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매료시켰다.

문가영이 연기한 수영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밝은 미소를 짓지만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던 중 직장 상사이기도 한 하상수 계장(유연석 분)을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지만 그에게 빠져드는 감정보다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을 선택하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했다.

그러나 10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가영은 놀랍도록 수영과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똑 부러지는 말투에서 느껴지는 문가영은 배우 활동에 대한 노력과 열망이 가득했다. 문가영은 '영포 여신' 수영을 떠나보내며 "그 누구보다 수영을 아끼고 이해한다"며 "제가 여태껏 연기한 많은 캐릭터 중에 가장 넓은 방을 내어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문가영은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안수영 역을 맡아 깊은 울림 있는 멜로 연기로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았다. /SLL 제공
문가영은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안수영 역을 맡아 깊은 울림 있는 멜로 연기로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았다. /SLL 제공

- '사랑의 이해'를 통해 '본 적 없는 건조한 문가영' '문가영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나왔다.

수영이는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되게 알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렵게 보인 캐릭터가 맞다. 그러나 내 자신이 수영이를 이해했으니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사랑의 이해'는 상수의 사랑 이야기다. 상수의 시점으로 수영이를 비춘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100% 이해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수영이의 감정을 많이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던 게 있다. 수영이를 앞세워서 애써 사랑을 이해해보려고 하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수영이에 대한 애정이 그런 표현들을 많이 하려 했다.

- 문가영이 안수영이라면 어땠을까

저는 안수영을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이 한 번도 없다. 실제로 안수영 같은 사람이 너무나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다. 중후반부에서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났던 신도 있다. 미경(금새록 분)이한테 고마웠고 미안했다고 하는 순간에서 미경 언니랑 둘이 너무 많이 울었다. 눈물이 나면 닦고 다시 찍기도 했다.

수영은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야 했던 캐릭터다. 소리 내어 울어본 적 없는 수영의 모습은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런 모습 하나라도 나온다면 시청자분들이나 모두가 해소되는 지점이 생길 수도 있었겠지만, 그 것은 보는 사람의 후련함이지 제가 만든 수영이의 모습과 방법은 아니었다. 또 내색하지 않고 잘 참는 것도 수영과 제가 비슷한 부분인 것 같다. 저도 스스로에게 좀 가혹한 잣대가 있는 편이다.

- 어떻게 보면 상수와 첫 회부터 있던 '그 사건'들을 두 번씩 촬영한 게 드러났는데. 다른 감정과 다른 대사, 다른 표정으로 연기하는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두 번씩 찍은 게 맞다. 처음부터 16부 대본을 다 보고 촬영한 게 아니니까 다시 찍을 때는 헷갈리기도 했다. 16부 기출변형이다 생각하고 찍었던 것 같다(웃음). 저도 마지막 방송을 '사랑의 이해' 팀 다 같이 모여서 봤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슬프더라.

마지막 방송은 감독님 비롯해 연출부, 스태프, 배우분들 다 같이 모여서 봤다. 한 달 전에 촬영이 끝났으니까 그간 시청자 반응 같은 걸 서로 공유하면서 보고 재밌었다. 다들 좋았다고 했다.

문가영은 '사랑의 이해'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인 안수영에게 여태껏 연기한 배역 중 ''가장 깊은 방'을 내어주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키이스트 제공
문가영은 '사랑의 이해'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인 안수영에게 여태껏 연기한 배역 중 ''가장 깊은 방'을 내어주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키이스트 제공

- '사랑의 이해'가 현대인들의 현실 연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면이 있다보니 큰 울림을 주고 공감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주인공으로서 어떤 부분이 어필됐다고 생각하는지.

제작발표회 때도 언급했지만 저에게 공감해주지 않아도 되고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이입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자기의 연애사를 되돌아본다거나 많은 토론이 오가는 댓글과 현장을 보면서 또 자기만의 사랑에 대한 기준이 설정되는 것 같기도 하더라. 사랑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었던 것 같고, 사랑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사랑이었던 것 같은 거 느낌이랄까. 누구나 겪어봤던 감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연 4명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완전히 이입하지 못하더라도 그런 감정들이 야금야금 모여서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을까.

'행복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 같다'는 대사다. 어쨌거나 모든 사람이 하루치의 불행을 견디면서 살지 않나. 이제부터 나의 행복을 생각해보겠다고 결심한 것도 좋다. 또 경필(문태유 분)의 대사 중에 '사랑 중에 제일 무서운 건 연민이다'고 했던 것들도 기억난다.

- 스스로 '영포 여신'에게 작별 인사를 남긴다면. 문가영은 '사랑을 이해'했는가.

수영이는 제가 여태껏 연기한 많은 캐릭터 중에 가장 넓은 방을 내어주겠다고 메모장에 써뒀다. 모든 분들이 한 번 쯤은 '안수영 잘 살고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궁금증이 한 번 씩 들게 하는 마음이다.

나에 대해 잘 알수록 사랑도 쉬워질 것 같다. 나의 결핍을 좀 더 알고 나의 방패, 약점을 알아야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방어를 더 잘할 수 있다고 느낀다. 사랑이 어렵다는 말은 어쩌면 내가 나를 잘 몰라서 그런 건 아닐까. 지금은 나를 알아가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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