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F 장르·빠른 전개·여성 서사 등 글로벌 긍정 평가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가 공개 직후 넷플릭스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국내외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형 SF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가 뜨거운 반응을 얻는 이유와 관람 포인트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원세나 기자] 공개 초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호성적을 거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SF 영화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높은 순위를 이어가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강수연의 유작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정이'를 본 시청자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각본과 연출, 배우의 연기와 설정 등에 혹평이 대다수다. 특히 빈약한 스토리의 개연성과 특유의 신파 코드에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청자들의 반응과 함께 작품은 낮은 평점을 받아 들고 있다. '정이'는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10점 만점에 6점 초반대의 평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IMdb(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 평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이보다 낮은 5점 중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정이'는 볼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정이'는 특유의 염세주의적 가치관을 녹여낸 연상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데다 배우 강수연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과 '반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뚜렷하게 그려냈다. 그 때문에 연상호 감독이 선보이는 SF 영화에 글로벌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았다. 연상호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물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SF 영화를 '한국형 SF 장르'로 탄생시켰다.
또한 출연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과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 온 배우들의 만남은 '정이'를 기대하게 하는 포인트다.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는 '정이' 속 저마다의 서사를 가지고 역동적인 변화를 겪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은 물론 신선한 앙상블로 극에 몰입감을 더했다.
먼저 김현주가 맡은 연합군 측 최정예 리더 출신이자 뇌복제 실험의 대상이 되는 정이는 작품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한다. 정이는 수많은 작전에서 승리를 이끈 시대의 아이콘이자 작전을 나가기 전 가족을 안심시키려 웃어 보이는 평범한 인간, 불의의 사고로 캡슐 안에서 식물인간으로 늙어가는 인물이자 무수히 복제되어 있는 자아를 지닌 복잡하고도 다층적인 캐릭터다. 김현주는 이 모든 미묘한 차이를 탁월하게 표현한 것은 물론 고강도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강수연은 '정이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크로노이드 연구소 팀장 서현 역으로 분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서현은 정이의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팀장인 동시에 정이의 딸이기도 한 인물이다. 강수연은 과거와 현재, 공과 사의 감정이 오가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리며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물론 '너무 올드하다'며 강수연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던 강수연의 유작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하다.
그리고 류경수가 맡은 상훈은 전투 A.I.를 만드는 거대한 회사 크로노이드 연구소의 연구소장으로 전투 용병 정이 개발에 성공해 회장에게 신임을 얻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다. 또한 상훈은 자신과 관련된 거대한 비밀을 품고 있는 인물로 후반부로 달려가며 큰 폭의 감정 변화를 겪게 된다. 류경수는 그만의 캐릭터 해석력으로 관성을 깨는 강렬한 연기와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여기에 98분의 짧은 러닝타임에 맞춰진 작품의 '빠른 전개', 김현주와 강수연의 모녀 관계를 중심으로 극이 펼쳐지는 '여성 서사', 그리고 K-콘텐츠를 선호하는 글로벌 시청자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끼는 '한국식 신파'는 '정이'가 혹평과 함께 낮은 평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는 요인이다. <끝>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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