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서 친형 빈자리 대신 노래하다 실력 인정
기차역에서 요양차 떠나는 연인과 별리의 아픔 묘사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하남석(본명 김홍규)은 70년대 초까지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포크 팝 가수로 활동하다 74년 솔로 1집 '밤에 떠난 여인'을 발표하며 정식 데뷔했다. 이 곡은 지금도 반세기 가까이 그의 인생곡으로 우뚝 서 있다.
'하얀 손을 흔들며 입가에는 예쁜 미소 짓지만/ 커다란 검은 눈에 가득 고인 눈물 보았네/ 차창가에 힘없이 기대어 나의 손을 잡으며/ 안녕이란 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서 우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 기약도 할 수 없는 이별/ 그녀의 마지막 남긴 말 내 맘에 내 몸에 봄 오면'(하남석 '밤에 떠난 여인' 가사 1절)
'밤에 떠난 여인'은 가사에서 풍기듯이 아름답지만 슬픈 노래다. 추운 겨울 기차역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바바리 코트 깃을 세운 채 가슴 시린 이별에 눈물 짓는 남자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원래 작곡가 김성진이 자신의 얘기를 스스로 스케치한 곡이었다. 결핵에 걸려 요양을 떠나는 여자 친구와 보낼 수 밖에 없는 연인의 심정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슬프게 묘사돼 있다. 이별의 고통은 겨울이라는 계절적인 분위기가 더해지며 더 춥게만 느껴진다.
팝 스타일의 잔잔한 리듬에 실린 이 곡은 이름없는 한 무명 포크 가수를 통해 폭발했다. 발매 2년만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개발산업화 시대 가슴이 공허한 젊은이들은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을 들으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이 노래가 히트하면서 일약 인기반열에 오른 하남석은 젊은 남녀 가요팬들한테 가히 신적인 존재가 됐다. 작곡가 김성진은 '밤에 떠난 여인'을 포함해 하남석 데뷔 앨범에 실린 곡 중 절반 이상(6곡)을 직접 썼고 앨범 제작까지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지대 영문학과에 다녔던 하남석이 가수로 데뷔한 데는 친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의 친형 하남궁(김영규)은 매트 먼로(Matt Monro)의 팝송 'Music Played'를 번안한 '음악이 흐르는데'로 1960~197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다.
당시 갑자기 미국으로 떠난 형을 대신해 클럽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계기가 됐다. 그의 가창력은 금방 입소문을 탔고, 서울 명동의 클럽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다. 데뷔 해이기도 한 73년은 군복무를 막 마친 시기다. 김성진과도 이 시기에 만났다.
하남석은 부드러운 미성 보이스가 매력이다. '밤에 떠난 여인'이 실린 그의 데뷔 앨범은 발매하자마자 타이틀곡 '바람에 실려'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었다. 향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시발점이 된 하남석의 첫 창작곡 '잊지 않으리'도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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