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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홍경'] 요령 없는 배우가 만든 '약한영웅' 

  • 연예 | 2023-01-04 07:00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속 오범석 役으로 활약 

배우 홍경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인터뷰를 진행했다. /웨이브 제공
배우 홍경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인터뷰를 진행했다. /웨이브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참 요령 없는 배우를 만났다. 인터뷰도 연기도, 연기를 대하는 방식까지도 매사 온 힘을 다할 뿐, 요령 피울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배우 홍경이다.

최근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극본·연출 유수민, 이하 '약한영웅')의 주역 홍경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홍경과의 인터뷰가 어땠는지 물어볼 때면 필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홍경의 '연기학개론'을 들을 수 있어 보람찬 시간"이었다.

처음엔 어려웠다. 인터뷰어로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홍경은 다소 쉽지 않았다. 극 중 말투, 억양, 미세한 호흡, 하다못해 출연작 'D.P' 때와는 상반된 서투른 욕까지, 홍경이 모두 염두에 두고 연기해낸 '장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정작 홍경은 이 모든 것들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고 하니 머릿속이 온통 물음표로 가득 찼다. 캐릭터나 작품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변보다는 에둘러 말하는 것처럼 보여 그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비슷한 내용을 질문을 바꿔 몇 차례 물어보고 나서야 홍경이란 배우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홍경의 답변은 내 기준에서 명확하지 않았을 뿐, 그의 견고한 소신이었다. 어떤 답을 두고 어떻다고 정의하는 것보다, 인물과 이야기 그 자체에 집중하고 다가가는 것을 더 중요시 여기는 홍경이었다.

이후 인터뷰가 재밌어졌다. 누군가의 진지한 연기관을 듣는 것만큼 보람찬 인터뷰는 없다. 성급한 일반화를 경계하는 홍경은 자신의 답변이 어떤 기준이 될까 우려하면서도 오랜 시간 고민해온 지점들과 소신에 관해서는 열과 성을 다해 설명했다. 요령 있게 말을 꾸며내는 대신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홍경이었다.

배우 홍경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에서 오범석 역을 맡아 활약했다. /웨이브 제공
배우 홍경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에서 오범석 역을 맡아 활약했다. /웨이브 제공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친구 안수호(최현욱 분)와 오범석(홍경 분)을 만나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홍경은 학교 안팎의 폭력에 맞서 갈등하는 전학생 오범석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다.

오범석은 소심해 보이지만 그 안에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다. 전학 오기 전 일진들의 표적이 됐던 그는 늘 주눅 들어 있었다. 하지만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연시은과 안수호를 만나며 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 열망이 그를 잘못된 선택으로 이끈다.

다양한 군상과 친구들 사이 생기는 여러 감정을 그려내며 호평받은 작품은 웨이브 2022년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OTT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부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신예들의 반란'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인기를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는 홍경은 "연락을 그렇게 많이 받은 건 아니어서 주변 반응이 뜨거운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작품을 좋게 봐주셨다는 방증이니까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내 그는 모든 공을 스태프들에게 돌렸다. 홍경은 "많은 분들이 배우들을 조명해주는데, 사실 이 작품이 나온 데는 스태프들의 노고가 크다. 촬영본을 어떻게 가다듬고 어떤 후반 작업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분들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분들도 많다. 그들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그래서였을까. 실제로 홍경은 '약한영웅'이 처음 오픈된 날 자신의 SNS 스토리에 스태프들의 사진을 여러 장 게재했다. 이에 그는 "5개월 정도 머리를 맞대고 피부를 부대끼며 노력을 했던 분들이다. 그 결과물이 나오니 당연히 생각났다"고 말했다.

배우 홍경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에 출연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웨이브 제공
배우 홍경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에 출연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웨이브 제공

사실 홍경이 처음부터 '약한영웅' 출연을 결심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D.P'로 인연을 맺은 한준희 감독의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고사했다. 홍경은 "처음 프로젝트를 듣고 책을 읽었는데 어려웠다. 내가 하기에는 역량 부족이라 생각해 못 한다고 답을 드렸다. 이후 한준희 감독님과 유수민 감독님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의미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두 감독님이 주저앉아있던 내 손을 잡고 믿어줬다"고 출연 과정을 밝혔다.

어느 하나 쉬운 작품, 쉬운 캐릭터가 없었다는 홍경이지만, 그중에서도 오범석은 유독 어려운 캐릭터였다. 홍경은 "이 친구의 마음을 알아나갈 수 있을지, 범석이와 손을 잡고 끝까지 달려 나갈 수 있을지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한 사람이 한 가지 모습만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를 대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이 나오는 것처럼 인간은 복합적이에요. 범석이 역시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단정 짓지 않고 범석이란 인물을 관통해보고 알아가려고 했어요. 정말 힘들었죠. 이 친구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는지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찼어요. 중요하지 않은 상황도 없었어요. 범석이에게 모든 순간은 처절했거든요."

치열하게 준비한 홍경만의 오범석은 실제로 살아 숨 쉴 법한 인물 그 자체였다. 특히 오범석의 떨리는 목소리, 힘없는 말끝은 많은 시청자들의 극찬을 이끌었다. 때문에 캐릭터 구축 과정이 가장 궁금했다. 하지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일부러 계획하거나 포인트를 준 행동도, 누군가를 모티브로 삼은 것도 아니었단다.

홍경은 "어떤 걸 의도하고 만들 여유 자체가 없었다. 현장에서 모니터도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내 목소리가 떨렸는지도 잘 몰랐다. 촬영 전 학원가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보긴 했지만, 그 친구들에게서 범석이의 모습을 따오고자 한 건 아니었다"며 "나도 모르게 나온 외적인 부분들이지만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며 설득력을 준 것 같아 다행이었다"고 웃어보였다.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한다'는 말을 좋아해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관객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면 전해지지 않는 부분이거든요. 때문에 배우의 입으로 어떻다고 말을 하는 게 위험한 것 같아 지양하는 편이에요."

배우 홍경이 웨이브 '약한영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웨이브 제공
배우 홍경이 웨이브 '약한영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웨이브 제공

대신 홍경은 '발견'에 집중했다. 이 또한 홍경이 좋아하는 말에서 비롯됐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것보다는 발견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 역시 범석이를 100%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발견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때 홍경이 연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홍경은 "왜 그랬을까에 대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게 필요한 시점 같다. 분열이나 의견 조장이 아닌 의견의 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약한영웅'을 보며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나누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밝혔다.

유수민 감독은 '약한영웅'을 '실패한 경험담'으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홍경은 어떨까. 그는 자신만의 단호한 답을 내놨다.

홍경은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메시지를 갖고 만드는 걸 지양하는 편이다. 그 메시지를 해석하는 건 관객의 몫이지 않나. 다만 어떤 작품을 보면서 선과 악의 분명함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만, 이 친구는 왜 그랬을지, 왜 그런 선택을 했을지, 무엇이 잘못된 건지에 대해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홍경은 '약한영웅'이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지를 생각해 봤다. 그는 "뜨거운 여름의 내 온 마음을 쏟아서 전력투구했던 작품이다. 언제나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온전히 마음을 다하는 것뿐이다. 연기는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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