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방송코미디언협회에 매년 3000만원 씩 '통장입금' 후원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개그맨 엄영수의 '조용한 선행'이 연말 방송가에 훈훈한 미담으로 회자되고 있다. 엄영수는 2011년 11월부터 올 9월까지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약 3억 3000만 원 가량을 기부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6일 신한은행 여의도 지점 관계자에 따르면 엄영수는 코미디언협회 법인 통장을 개설한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3000만 원 씩 총 3억 2390만 원을 입금했다. 이 같은 사실은 협회의 요청에 따라 은행 측이 협회 통장 거래내역을 체크하면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코미디언협회 관계자는 "(엄영수 회장님이) 최근 한 언론단체의 봉사상을 수상하는 과정에서 기부금 등 공적사항 요청을 받고 통장내역을 체크해달라고 하셨다"면서 "사비로 협회 살림을 돕고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금액을 지원한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 했다.
<더팩트>가 확인한 결과 엄영수는 코미디언협회장을 맡은 2010년 하반기부터 자발적 후원금을 입금했고, 이중 대부분은 1000여명에 이르는 실원들의 애경사 비용에 사용됐다. 형편이 어려운 희극인들의 긴급 수술비, 심지어 가족이 흩어져 노숙 상태로 세상을 떠난 원로 선배들의 장례비로도 지원됐다.
코미디언협회는 90년대 후반 코미디언연합회로 출발한 뒤 2010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공식 발족했다. 실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친목단체 성격으로 출발했지만 2000년대 이후 코미디프로그램이 사라진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동료 희극인 이용식은 "엄영수 씨가 평소 자발적 봉사를 많이 해온 건 알고 있었지만 장기간에 걸쳐 거액을 기부해온 사실은 몰랐다"면서 "그동안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코미디언 선후배들을 위해 묵묵히 선행을 한 그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엄영수의 '보이지 않는 선행'은 최근 잇달아 협회에 기부금 답지로 이어지며 아름다운 기부 실천으로 되살아났다. 원로 코미디언 고 송해의 유가족들은 지난 8월 그간의 협회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1억원을 기부했다.
강호동은 지난 6월 어려움을 겪는 개그계 동료들에게 억대 CF 출연료를 기부해 화제가 됐고, 안영미와 김구라도 각각 2000만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엄영수는 KBS MBC SBS TVN 코미디언연합회장(1999~2010)을 거쳐 2010년부터 한국방송코디디언협회를 12년째 이끌고 있다. 선후배들을 위한 그의 헌신적인 봉사 덕분에 그는 매번 단독으로 추대돼 23년째 방송 코미디 단체의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코미디언협회는 전통적으로 연장자를 예우하는 선배 존경과 후배 사랑의 문화가 돈독하다. 엄영수의 역할은 독보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선후배들을 케어하기가 갈수록 힘들고 경제적 운영 어려움까지 가중화되고 있다"면서 "다행히 뒤늦게나마 엄 회장님의 대가없는 헌신 노력을 공감하면서 경제적 여력이 있는 선후배 예능인들이 기부실천에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엄영수는 81년 제1회 MBC 81 개그맨 컨테스트로 데뷔했다. 최양락, 이경규, 김보화, 김정열, 이상운 등이 데뷔 동기이고, 개그맨 입문 당시 30세의 최고령이었다. MBC '청춘만세' '영11', KBS '유머1번지' 등에서 활약했다. 현재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 외에 한국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코미디 이사,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코미디언지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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