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제복핏+스케일 볼거리…전개 흐름 아쉬워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영화 '데시벨'은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로 주목을 받는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신선한 소재와 폭탄이 터지기 직전의 긴장감이 관객들을 들썩인다. 제복을 쫙 빼 입은 미남 배우들의 호연이나 폭탄 테러가 발현되는 스케일도 볼 만하다.
다만 예상되는 전개 흐름과 산통을 깨는 일부 요소들이 아쉬움을 남긴다. 범행에 대한 명분이나 서사 흐름이 전반적 스케일에 비해 다소 투박하게 느껴져서다. 포스터에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공개했지만, 범행 동기나 신상을 가려가면서까지 테러의 명분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관객의 몫이다. 굳이 있어야 했나 싶은 일부 캐릭터들이 후반부 유일하게 터져버린 '눈물 폭탄'에 방해 요소로 짚인다.
영화 '데시벨'(감독 황인호)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 분)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 분)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다. 황인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두 축인 김래원 이종석을 포함해 정상훈 박병은 조달환 이상희 차은우 등이 출연했다.
'프런트맨' 김래원의 존재감은 우직하다. 영화 내내 테러와 '노잼'을 막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면서도 중심을 잘 잡고 안정적으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초반 연출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유독 인파가 몰려드는 장소에서 폭탄이 터지는 이유와 왜 김래원이 타깃이 됐는 가에 대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는 김래원을 무작정 따라다니게 해서다.
빌런으로 분한 이종석의 호연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극 초반 전화 속 목소리부터 광기를 발산하더니 전투 능력을 갖춘 외적 빌런의 모습도 잘 소화해 냈다. 후반부 범행 동기가 공개됐을 때 의외로 인간적이라 오히려 괴리감이 들 정도다.
영화 사이사이 배치한 과거의 서사들도 관전 포인트다. 이종석과 차은우의 훈훈한 '투샷'이나 김래원의 '형님 리더십'이 발현되는 순간들, 감독과 인연으로 특별출연한 이민기의 무게감 있는 연기 등이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영화 말미 극과 극으로 갈린 두 편에 선 해군들의 처연한 모습은 '눈물 폭탄'의 제한시간을 절반으로 줄인다.
그럼에도 '왜 제목이 '데시벨'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흥행 성패를 좌우하는 것들 중에 작품의 완성도 만큼이나 예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마케팅 요소가 중요하다지만, 제목에 떡 하니 박아놓은 '소음'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차라리 '한라함'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작품 흐름 상 쉼터를 맡은 기자 역의 정상훈과 국가정보기관 인력을 연기한 박병은의 캐릭터성도 배우들의 열연이 아까울 정도로 돋보이지 않았다.
해군을 상징하는 하얀 제복으로 가득 메운 엔딩과 차은우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완성된 엔딩 크레딧 삽입곡 '항해'는 여운을 남긴 편이다. 러닝 타임은 110분. 16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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