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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변우석'] '첫사랑 아이콘'의 끝없는 도전

  • 연예 | 2022-11-06 00:00

'20세기 소녀'로 첫 주연·스크린 데뷔..."포용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변우석은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풍운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변우석은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풍운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2017년 겨울, 우연히 영화관에서 배우 변우석을 본 적이 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훤칠한 피지컬과 훈훈한 외모를 장착한 그는 남다른 포스를 뽐내며 주위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로부터 약 5년 후,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변우석은 그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놀라움을 안겼다. 매 질문 깊이 생각한 끝에 취재진과 눈을 맞추며 조심스럽게 답변을 이어가는 그를 보며 얼마나 진중한 성격인지 알 수 있었다. 또 정돈되지 않은 서툰 대답에는 솔직함이 묻어 나왔고 환하게 미소 지을 땐 개구진 소년의 얼굴도 보였다.

변우석은 지난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에서 나보라(김유정 분)가 다니는 학교 동급생이자 방송반 동기 풍운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품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변우석을 만났다. 교복이 아닌 니트와 코트를 입고 가을의 포근함을 가득 머금은 채 나타난 그는 데뷔 첫 주연작을 향한 애정부터 자신의 학창 시절, 그리고 배우로서 그리는 미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변우석은
변우석은 "작품이 저에게 온 만큼 잘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을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변우석에게 '20세기 소녀'는 첫 주연작이자 스크린 데뷔작으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부담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타이틀을 두 개나 안고 시작한 그는 그 시절 청춘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는 취재진의 말을 들은 변우석은 "그 수식어를 제가 받아도 되나 싶어요. 물론 그렇게 봐주셨다면 너무 감사하죠"라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처음 대본을 받고 부담감보다는 '나한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호가 저에게 온 만큼 잘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이것도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부담이나 스트레는 일적으로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좋은 캐릭터를 주셨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면서 운호의 감정에 집중했어요."

작품은 어느 겨울 도착한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기억, 17세 소녀 보라가 절친 연두(노윤서 분)의 첫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드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첫사랑 관찰 로맨스를 그린다.

이 가운데 풍운호는 보라의 관찰기 대상인 백현진(박정우 분)의 친구로, 엉뚱한 보라의 행동을 보며 점점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보라가 현진을 좋아한다고 오해한 운호는 귀엽게 질투하는가 하면, 보라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자각한 후 솔직하게 표현한다.

1991년생인 변우석은 교복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그 시절 청춘의 얼굴을 그려냈다. /넷플릭스 제공
1991년생인 변우석은 교복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그 시절 청춘의 얼굴을 그려냈다. /넷플릭스 제공

1991년생인 변우석은 올해 32세로, 오랜만에 입는 교복이 어색할법한 나이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 '변우석'을 검색하지 않으면 실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안 페이스를 소유한 그는 교복을 이질감 없이 완벽하게 소화하며 풋풋한 그 시절 청춘의 얼굴을 그려냈다.

"쉽지 않았어요.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을 위해서 2~3kg 정도 감량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교복을 입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괜찮은지도 확인했죠. 고등학생 느낌을 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관계자분들은 좋은 말만 해주시더라고요. 친한 친구들은 '그래도 돼? 이게 맞아?'라는 반응이었어요(웃음)."

첫사랑 로맨스를 그린 '20세기 소녀'는 신선함이나 새로움보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걸 보여준다. 극의 전개를 쉽게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클리셰 범벅이었지만, 결말은 꽤 충격적이다.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걸 넘어서 운호가 이유 모를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변우석 또한 처음에는 결말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결말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께서 '첫사랑이 이뤄지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 점이 죽음이랑 맞닿아있다고 생각했다. 20세기 풍운호와 21세기 나보라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각자가 있는 다른 세계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연출적인 설명을 해주셨어요. 이걸 듣고 납득했죠. 이뤄지는 사랑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랑도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2015년 모델로 데뷔한 변우석은 2016년 tvN '디어 마이 프렌즈'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넷플릭스 제공
2015년 모델로 데뷔한 변우석은 2016년 tvN '디어 마이 프렌즈'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넷플릭스 제공

뚜렷한 이목구비 한쪽에 자리한 아련하면서도 서사 가득한 눈빛은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극 중 두 소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운호와 점심시간만 되면 농구 코트를 누볐다는 변우석의 학창 시절은 얼마나 닮았는지 궁금해졌다.

"저는 활발한 편이었어요. 점심을 빨리 먹고 농구 하러 갈 정도로 운동하는 것과 친구들이랑 노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운호는 자신의 꿈을 일찍 찾았잖아요. 이 부분이 멋있게 느껴졌죠. 사실 저는 표현하는 편이어서 운호의 내성적인 성격이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맞닿아있는 부분도 있었죠. 원하는 거나 좋아하는 게 생겼을 때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운호의 감정을 확실히 이해하고 촬영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연애관도 운호와 비슷한 거 같아요. 그 순간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남지 않더라고요. 영화 '노트북'을 좋아하는 이유가 주인공이 그 순간 모든 걸 다 바쳐서 사랑하잖아요. 그런 연애가 좋다고 생각해요."

2015년 모델로 데뷔한 변우석은 2016년 tvN '디어 마이 프렌즈'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청춘기록' '꽃피면 달 생각하고' 등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처음부터 주연 자리를 꿰찬 것은 아니었지만, 매 작품 임팩트를 남기며 우직하고 꾸준하게 한 단계씩 성장해온 변우석이다.

변우석은 차기작 '힘쎈여자 강남순'으로 연기 변신을 펼칠 예정이다. /넷플릭스 제공
변우석은 차기작 '힘쎈여자 강남순'으로 연기 변신을 펼칠 예정이다. /넷플릭스 제공

"'청춘기록'을 촬영할 때 감정에 훅 들어간 적이 있어요. 촬영하면서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이게 무슨 감정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20세기 소녀'를 찍을 때도 2번 정도 있었어요. 배우가 천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연기가 정말 재밌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확실하게 갖게 됐죠."

"저는 받아들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현장에 있는 모두가 작품에 대해 욕심이 있고 자기 일을 잘하고 싶은 생각도 갖고 있잖아요. 하지만 환경이 힘들다 보면 예민해질 수도 있고 자기 것만 바라보게 되는 순간도 오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 와도 다 받아들이고 싶어요. 수용하고 포용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변우석은 차기작 '힘쎈여자 강남순'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는 강남순(이유미 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류시오 역을 맡았다. 류시오는 타인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사업을 더 크게 이루려는 야망 캐릭터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극에 긴장감을 더할 전망이다.

현재 촬영 중이라 자세한 설명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말을 아낀 변우석은 "전형적인 말이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서 많이 경험해보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첫사랑의 아이콘'에서 매력적인 빌런으로 변신할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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