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우려 속, "그래도 비극적인 국가적 슬픔에 동참이 먼저"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코로나 이후 서서히 활력을 되찾고 있던 공연계가 다시 깊은 시름에 잠겼다. 이태원의 비극적인 사고 여파로 장기간 개점 휴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연계는 유독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다. 코로나 이전에도 호흡기 증후군 싸스(2003년) 메르스(2015년) 등이 휩쓸 때마다 공연계는 심한 후유증을 앓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메르스와 겹치며 수년간 공연계 불황으로 이어졌다.
가수 백지영은 오는 5일 진행 예정이었던 전국투어 콘서트 'GO BAEK(고백)' 첫 번째 지역 청주 공연을 취소했다. 대신 "사고 피해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고 전했다.
혼성그룹 코요태는 5일과 6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가질 예정이던 'LET's KOYOTE!(렛츠 코요태!)' 서울 공연을 내년 1월 7일과 8일로 연기한다고 긴급 공지했다.
코요태 역시 소속사를 통해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서울 공연을 기다려주신 많은 팬분들과 관객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대신 오는 1월 더 좋은 공연으로 인사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공연계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불과 사흘 앞에 다가온 공연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천재지변의 상황이 아니라면 손해를 제작사가 고스란히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1일 오후 "일단 애도기간인 이번 주말까지는 모든 공연이 취소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촉박한 시간 내에 물리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태원 압사 사고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가수 장윤정과 영탁의 콘서트는 아예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직격탄을 맞았다. 장윤정은 당일 '2022 장윤정 라이브 콘서트' 진주 공연을 약 3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장윤정은 이날 오후 남편인 아나운서 도경완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참사 소식을 접한 후 마음이 아프고 무거워 밤잠을 설쳤다"며 "어제부터 진주에 와서 공연에 관한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이번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이 공표되고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심경을 알렸다.
장윤정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해온 우리기획 김양재 대표는 "예정된 콘서트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제작자가 떠안을 수 밖에 없어 난감하다"면서 "그렇더라도 온 국민이 가슴아파하는 비극적인 참사에 다같이 동참하고 애도하는게 먼저"라고 말했다.
영탁도 같은날 오후 3시 안동 실내체육관에서 '2022 영탁 단독 콘서트 "TAK SHOW"'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긴급 취소했다. 영탁 역시 공연을 위해 전날부터 내려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찬원은 참사 다음날 행사에서 불미스런 일을 겪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전남 화순군에서 열린 '테마파크 소풍 가을' 지역 축제에 초대 가수로 참석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는 의미로 인사만 하고 떠나려다가 관객에게 폭언을 듣는 봉변을 당했다.
장민호는 이태원 참사 여파로 신보 발매를 연기하고 단독 콘서트 서울 공연을 취소했다. 홍진영도 12월 미니앨범 발매를 확정하고, 11월 3일 '니가 있었다' 음원을 선공개 할 예정이었으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애도의 뜻을 전하며 신곡 공개를 11월 11일로 미뤘다.
또 싸이, 크러쉬 등 피네이션 소속 아티스트들은 아예 모든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피네이션은 지난달 31일 공식 SNS를 통해 "당사는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모든 분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한다"며 "11월 5일 밤 24시까지 진행되는 애도 기간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핼러윈을 앞둔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일 오후 기준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51명으로 사상자가 총 30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이에 방송·연예·공연계는 작품 공개일과 앨범 발매 등을 연기했고 제작발표회, 콘서트를 연기 및 취소했다. 또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도 결방하며 모든 일정을 스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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