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주름 많지 않아 특분팀 고생…메시지보다 한 남자의 인생 봐주셨으면"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일제강점기 자신의 가족을 파멸시킨 친일파에 대한 복수를 위해 60년을 기다린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리멤버'(감독 이일형)가 소재부터 강렬한 자극을 주면서 관객들을 극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린 채 호화롭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물론, 한 남자의 처절한 한 편의 인생극장이 뜨거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소박한 서민부터 극악무도한 높으신 분, 악역까지 이질감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연기파 배우'라는 온라인 속 그에 대한 칭호가 아깝지 않은 배우 이성민이 '리멤버'에서 이 남자 '필주'를 연기했다. 필주는 극 중 한국 최고령 아르바이트생에 알츠하이머를 앓는 환자, 그리고 60년 전 온 가족이 친일파에게 목숨을 잃은 인물이다.
필주는 모든 기억을 잃어가기 전에 서슴없이 60년 간 준비한 복수극을 펼친다. 실제로 50대 초반인 이성민은 80대 노인 연기를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름이 깊은 분장을 해야했으며, 박근형 문창기 박병호 등 대선배들과 또래 연기를 펼쳤다.
여기에 20대 평범한 청년 '인규'를 연기한 남주혁과 케미가 더해져 세대 간의 짙은 공감을 자아내는 연기도 소화했다. 연기나 비주얼은 물론 케미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치는 이성민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개봉 전 서울 삼청동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나 그에게 던진 첫 질문은 '노인 연기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는가'였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떠나 비주얼이 워낙 인상적이던 탓이다. 그러면서 이성민의 얼굴을 보니 공교롭게도 주름이 거의 보이지 않은 매끈한 피부를 자랑했다.
이성민은 "부담이 많이 됐다. 보시다시피 주름이 별로 없다. (웃음) 특수분장팀이 힘들어 했었다. 실제 연세가 되신 대선배님들과 연기를 해야하는데 나이가 비슷하게 보여야 했다. 이질감이 들어선 안되니까 그 부분을 극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모 뿐만 아니라 외형, 움직임, 말투까지 좀 더 그 나이에 맞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딱히 준비를 한 건 아니지만 평소에도 제가 그 텐션을 유지했나 보더라. 그래서 부상 아닌 부상같은 목디스크가 따라왔다. 얼마나 자연스러운가가 중요한 듯하다. 슛 들어가기 전에 인상을 팍팍 썼다. 그래야 주름이 잡혀서"라고 덧붙였다.
'리멤버'는 2년 전에 촬영을 마친 작품이지만 이성민은 필주를 기억해 냈다. 시사회 당시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말할만큼 안타깝고 딱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당시 필주에게 몰입했던 순간이 떠올라서다.
이성민은 "필주는 역사적인 책임감보다는 가족에 대한 복수를 원한다. 그 것을 선동했던 인물들이 60년 동안 살아 있음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삶이었을 것"이라며 "그들을 처단할 계획을 끊임없이 해왔었고 이제는 기억이 다 해가기 때문에 실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필주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봐주시면 필주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리멤버'는 최근 독립기념관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독립기념관에서 개봉 전 영화가 시사회라는 행사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작자의 의도와 다르더라도 역사의 격변기를 다룬 영화가 하나의 패러다임에 엮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성민 역시 이 부분을 걱정한 바 있다. 감히 자신이 실제로 아픔을 겪었거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감정까지 생각해서 영화를 한 건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성민의 대답은 '공감'이었다. 그 역시 거창하게 생각해서 영화를 한 것이 아닌 영화 속 나오는 이야기들에 대한 세대 간의 공감이나 동행 등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떄문이다.
이성민은 "이일형 감독님과 다시 작업하는 게 작품 선택의 첫 번째 이유였으나, 그 시대를 겪은 할아버지가 그 시대와 너무나 동떨어진 어린 아이와 동행하는 게 너무 멋지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영화를 준비할 때도 개봉할 때가 되면 '또 이 이야기야?'라는 말이 나올까봐 걱정은 했다. 메시지가 있다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시대에 겪은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이런 것들이 희석될까봐 걱정했다"며 턱을 괬다.
이성민은 이어 "여전히 이 것(친일파)에 대한 이슈도 반복되고 있지 않나. 그 시대를 겪은 어른들. 강점기든 6.25 전쟁이든 민주화운동이든 역사의 격변기를 겪은 분들에 대한 모든 세대들의 공감과 존중.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세대가 서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갔으면 좋겠다. 영화를 해서가 아니라 평소에도 이런 생각을 한다. 영화의 메시지를 찾으려는 노력보다 그 어떠한 시절을 겪은 사람들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같이 화해하고 동행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여기서 극 중 60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브로맨스 케미를 연기한 남주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성민은 "그래서 남주혁 배우가 연기한 인규가 중요했다. 영화를 보니 주혁군이 정말로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는 정말 아이같은데 작업할 때는 듬직해 보였고 거리낌 없이 잘 따라와줬다. 실제로도 영화 속 프레디와 제이슨 처럼 그렇게 지낸다"며 "다들 군대(남주혁은 오는 12월 현역으로 입대한다) 그거 물어보시더라. 가야죠. 가서 건강해야 하고 사고 없이 잘 하고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민의 '열일 행보'는 지속될 전망이다. 영화 '리멤버' 개봉일인 26일, 역시 주연을 맡은 디즈니+ 오리지널 '형사록'이 이날 공개됐으며 내달은 송중기 주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재벌로 연기 변신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성민에게 '리멤버'의 필주처럼 생애 마지막 과업(많이 이르지만)을 생각해둔 게 있는지 물었다. 그는 "내가 배우였다는 거"라고 답했다.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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