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ENFP…조금씩 성장하는 배우 되고파"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순하고 조용해 보이는 외적 이미지는 반전이었나. 말도 많고 부연 설명도 길다. 심지어 주책맞기 까지 하다. 그러나 밉지 않다.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할 줄 알고 말본새가 기특하다. 바른 생활 사나이의 표본을 보여주는 그의 경험담과 행동들이 배우 장동윤의 연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장동윤은 영화 '늑대사냥'(감독 김홍선)을 통해 오랜 만에 작품으로 인사했다. 지난해 말 애니메이션 '태일이'에서 주연 전태일의 목소리를 연기했으나 외적인 연기로 대중을 만난 건 2년 여 만이다. 지난해 방영 2회 만에 폐지됐던 '조선구마사'의 주연으로서 책임감과 반성을 딛고 성장한 그가 새롭게 선택한 작품은 역대급 수위로 평가 받는 하드보일드 액션 '늑대사냥'이다. 장동윤은 극 중 베일에 쌓인 범죄자 도일로 완벽하게 분했다.
지난달 서울 한 카페에서 진행된 장동윤과 인터뷰는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늑대사냥'을 작업하면서 만난 제작진, 배우들과 좋았던 일화를 하나하나 추억하는 것은 물론, 여태껏 자신이 활동을 하면서 만난 배우들 중 멘탈만은 감히 최상위권이라고 말하며 유쾌한 너스레를 떨어서다.
장동윤의 귀여운 주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생활 자체는 바른 편이 맞지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길을 지나가는 아이들이나 아저씨에게 말도 자주 거는 편이라는 그다. 모범생보다는 아저씨에 가깝다면서 정신과 신체 건강에 도움되는 행위만 하려 하고, 몇 대째 교회 집안에서 태어나 가장 큰 일탈은 과음이자 주사는 전도라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가 편의점 강도를 잡은 용감한 시민의 뉴스 인터뷰를 보고 캐스팅 했다는 장동윤의 만화같은 데뷔 일화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바르고 겸손했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대중과 인생에 대해 배우게 됐던 기회와 시련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고, 대사보다 표정 연기가 더 많은 배역을 많아 오히려 배우로서 느끼는 게 많았다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생각도 해내는 영리한 배우였다.
데뷔 전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했을 지를 묻는 질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편의점 강도를 때려잡지 않았을까. 그 장면을 매번 틀어주곤 하는데 그 때는 제가 약간 소극적이어서 아쉬었다"고 답한 장동윤의 유쾌함과 긍정적인 마인드는 그를 지탱하는 힘으로 느껴졌다.
-'늑대사냥'에서 베일에 가려진 범죄자 도일 역을 연기했다. 영화 자체 수위가 굉장히 쎄고 잔인한 신이나 파격적인 액션 신도 가감없이 소화했는데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저 역시 토론토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원래 장르를 잘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라 재밌었다. 수위가 쎈 영화도 잘 본다. '늑대사냥'이 수위가 쎄거나 약하다 이런 것보다 한국에서는 워낙 보기 어려운 스타일의 영화이기 때문에 신선하게 잘 본 것 같다.
도일은 미스테리한 캐릭터인데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객들에게 간파될 수 있는 연기를 하라고 감독님께서 디렉팅해주셨다. 굉장히 어렵더라. 극 중 인물들에게 비밀을 밝히면 안되지만 화면 밖으로 생각을 비춰지는 표정연기를 해야하지 않나. 그래도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디렉팅을 해주셔서 잘 소화할 수 있었다.
특수효과 팀이 고생했다. 디테일하게 합을 맞춘 부분도 있지만 현장에서 즉석으로 합을 맞춰서 만들어진 부분도 많았다. 특히 감독님께서 저를 액션스쿨에 가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세트장 구석에서도 액션 연습을 있으면 말리시기도 하셨다. 저도 그게 의아했는데 기본적으로 감독님이 연출을 자신 있어 하셨고 배우들을 믿으신 것 같다. 리얼한 연출을 위해 연습을 많이 해서 짜여진 합보다 즉흥적인 것을 많이 원하신 것 같다.
대사보다 눈빛 연기가 많긴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가지 단어로만 표현해야하는 스터디를 했던 적이 있다. 그 거랑 뭔가 비슷한 측면을 느꼈다. 표현을 막 하고 싶고 간절한데 말을 못하면 어렵지 않나. 그래도 오히려 배우로서 느끼는 게 많았다. 대사가 없는 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도 많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늑대사냥' 이후에 촬영한 작품들은 오히려 대사가 너무 많아서 대사 갈망은 다 잊었다. (웃음)
-그간 맡았던 배역이나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바르고 착한 '교회 오빠'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어봤을 것 같은데 오늘 만나 보니 말도 너무 잘하고 유쾌한 성격인 것 같기도 하다. 실제 성격은 어떤 지 궁금하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듣긴 하지만 실제로 저는 교회를 다닌다. 이런 얘기하면 다들 웃으시던데 저는 모태신앙에다가 몇 대 째 교회 집안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또 완전히 얌전하고 바른 모범생 생각하시는데 제 MBTI가 아주 활발한 ENFP다. 주책맞은 면도 있고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낯은 가리지만 그냥 사람들과 말하는 게 좋다.
제 생각에는 제 성격이 좀 유별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길 가는 얘들한테 말을 걸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아저씨들이 저에게 길을 물어봤을 때 답을 해드리면 그 분 눈빛이 초롱초롱해지신다. 막 더 저랑 말하고 싶어서 말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하신다.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는 것 같지만 사람과 맞닿고 인간적인 면이 좋더라.
정신이나 신체 건강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거듭 생각하면 제 멘탈 건강은 여태껏 만나본 배우들 중 최상위권이지 않나 싶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자부할 수 있다.
그래서 사실 캐릭터 고민은 있다. 신앙적으로 굉장히 단단하게 돼 있어서 멘탈이 흔들리는 편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하거나 문제가 많은 배역을 연기해야 한다면 공감대 부분에서 막히는 게 가끔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생활 자체가 좀 바른 편은 맞는 것 같다.
-바른 편이 아니라 아주 올바른 청년이 맞는 것 같다. 편의점 강도를 잡아 데뷔하게 된 일화가 유명하다. '일탈'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생애 최고의 일탈이라면 뭔지도 궁금하다.
과음이 아닐까.학창시절 밴드 동아리 회장을 했는데 어쩔 수 없는 당시 분위기에 따라 술을 많이 마신 적도 있다. 성경에 술을 먹지 말란 얘기는 정확히 없다.
술을 좋아하지만 자제를 한다. 자제를 해야 일탈을 할 때 해소가 된다. 1년에 한 20번 마시려나. 그정도도 충분히 해소가 되는 것 같다. 맥주는 못 먹는 편은 아닌 것 같고 소주는 아예 못 먹는다. 사실 제 주사가 전도다. 술자리에서 주변분들에게 "교회 한 번 나오는 건 어때요?"라고 말한다.
제가 또 먹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평소에 배우로서 건강이나 외모적인 면에서 관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담배는 작품에서 피는 장면이 있는 거 아닌 이상 전혀 피지 않는다.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건강 관리를 아주 잘하는 편이다. 작품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너무 제 얘기만 하는 게 아닌 가 싶다. (웃음)
-점점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 다시 작품 얘기를 해보겠다. '늑대사냥'에서 서인국을 포함해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나선 성동일 고창석 장영남 박호산 최귀화 정소민 손종학 등 여러 선배들과 작업했는데 어땠는지.
모두 최고시다. 인국이형은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잘 해주셨다. 흔히 말하는 상남자 성격이신데 편견을 말하는 게 아니라 듬직한 동네 형같이 인간적이셔서 너무 좋았다. 손종학 선배님은 정말 최고시다. 저를 너무 아들이나 조카처럼 대해주셔서 편하게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카톡도 드린다. 뭐 먹을러 갈 때도 항상 불러주신다. 제가 오히려 잘 안먹으니까 삐지시기도 하셨다.
성동일 선배님은 촬영 때 '오늘은 끝나고 뭐 먹자'며 항상 불러주셨다. 처음에는 나도 포함인 줄 몰랐는데 나중에 '너 왜 안왔냐'고 그러시더라. 그 뒤로는 무조건 참석했다. 외에도 소민 누나, 박호산 선배님 다들 술 좋아하시고 좋았다. 특히 성동일 선배님은 정말 낄 자리가 없으실 정도로 얘기가 많으시다. 그 분들까지 막 초롱초롱해지시는 않았다. (웃음)
-장동윤도 어느덧 30대 배우가 됐다. 30대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뜬금없지만 결혼을 하고 싶다. 친 형이 내년에 결혼한다. 최근 1~2년 사이에 절친한 친구 세 명도 결혼했다. 너무 TMI인가? 그래서인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로서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싶다. 남들 눈에 성장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저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에 엄청난 성장이 아니더라도 행복하고 만족한다. 퇴보만 안 하면 되지 않을까. 방향을 제대로 가고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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