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모범가족' 중배 役으로 묵직한 존재감 발산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가족'에 출연한 문진승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IT 기업에 종사하다 30대 초반에 배우의 길을 뒤늦게 걷기 시작한 배우다.
전공을 버리고 '배우' 인생을 살고 있는 그를 향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는 의문과 함께 '결심하기까지 과정은 어땠나'란 궁금증을 품은 시선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의구심을 갖고 문진승과 나눈 1시간의 대화 끝에는 그의 용기를 향한 무한한 응원만이 남게 됐다.
문진승은 지난달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가족'(극본 이재곤, 연출 김진우)에서 광철(박희순 분)의 오른팔 중배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작품은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 동하(정우 분)가 우연히 죽은 자의 돈을 발견하고 범죄 조직과 처절하게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작품으로 넷플릭스와 첫 인연을 맺게 된 그는 "예전에 참여했던 작품보다 더 많은 반응이 왔어요. 아무래도 제가 예전에 외국에서 생활했다 보니까 주변 외국 친구들에게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제가 나오는 작품을 여러 국가의 친구들이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게 색달랐어요"라며 전 세계 시청자들과 동시에 만난 뿌듯함을 전했다.
"제가 '모범가족'을 준비하고, 촬영하기까지 설정한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작품에 잘 묻어나는 거였죠. 중배가 잘 드러나는 장면에서 제가 특별하게 뭔가를 보여준다기 보다는 잘 받아주는 게 목적이었어요. 광철 형님을 잘 따라서 흡수되고, 흘러가는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문진승은 3번의 오디션 끝에 '모범가족'에 합류하게 됐다. 데뷔 첫 OTT 시리즈이자 배우 박희순, 정우와 연기 호흡, 그리고 한층 더 많아진 분량 등은 배우 문진승에게 좋은 자양분이자 학습의 현장이 됐다. 그는 "'모범가족'은 제가 앞으로 연기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박희순 선배였어요. 6개월 동안 촬영했는데, 제가 선배님들의 연기를 옆에서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영광이었죠. '모범가족'을 하면서 장기간 호흡하는 걸 배웠고, 제가 어떻게 조절해야 작품에 잘 녹아내릴 수 있는지도 습득할 수 있었어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우가 현장을 대하는 자세도 많이 배웠죠. 여러모로 너무 감사한 작품이에요."
1986년생인 문진승의 전공은 컴퓨터 공학이었다. 전공을 살려 IT 개발자로 일하기 위해 독일 유학을 선택한 그는 대학원 입학 전에 친구가 다니는 대학교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장편 영화 오디션 공고를 발견했다.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 배우를 찾는다'는 공지를 읽은 문진승은 그렇게 본격적으로 연기에 발을 들이게 됐다.
IT 개발과 연기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대학교 시절 연극 동아리를 했던 문진승에게 연기는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그런 경험 때문에 거부감 없이 오디션에 지원했던 거 같아요. 이때 학생들끼리 작품을 찍으면서 촬영 현장을 보러 다니고, 같이 밤을 새웠던 게 정말 사람 냄새가 났던 거 같아요.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라고 회상했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직업인 배우가 되기까지 문진승의 고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는 일상의 행복을 찾고 싶다는 그의 확고한 인생관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진승은 "대학원 전공이 컴퓨터공학이었어요. 너무 재밌었지만, 이를 직업으로 삼는 건 제 성향과 맞지 않겠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저의 일상이 행복하려면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일이 중요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행복하겠다 싶었죠. 일상의 행복을 찾기 위해 많이 고민했어요. 제가 평소에 인문학책을 읽으면서 자기 수련하는 걸 좋아해요. 이런 활동이 배우와 연결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일하는 건 배우라는 직업과 맞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죠."
이렇게 배우는 그에게 새로운 직업을 넘어 일상의 행복까지 가져다줬다. 물론 수많은 오디션 지원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탈락을 반복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반복된 과정은 힘들기도 했지만,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정해진 답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문진승은 "늘 진정성 있고, 솔직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묵묵히 목표를 밝혔다.
"제일 힘든 건 정답이 없는 거죠. 2016년부터 제 프로필을 계속 보냈는데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하지만 피드백도 없다 보니까 매번 사진을 바꾸면서 아침저녁으로 오디션을 넣었던 거 같아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어요. 답답하고 막연했어요. 아직 많이 흔들리고 부딪혀야겠지만,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한 거 같아요."
"저는 연기가 단순히 캐릭터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저를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연기하는 인물에 자연스럽게 제 생각이나 가치관이 드러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평소에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해요. 늘 들뜨지 않고, 공부하고 있죠. 여러 작품을 보면서 솔직하고 꾸미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있어요. 걷는 방법부터 사람을 대하고, 숨 쉬는 것까지 늘 생각의 연속이에요. 저는 진정성 있고 솔직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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