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의 연속...영화인·대중들께 감사해"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이정재는 오랜 활동 기간과 비례하게 숱한 '인생캐'와 명대사를 남기며 영화계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남긴 배우다. 소위 말하는 '톱스타 반열'에 오른 후에도 장르나 캐릭터 변주를 꾀하며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시험했고, 그 결과 제2의 전성기가 아닌 '현재진행형'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이정재는 올해로 데뷔 30년 차가 됐다. 1995년 '모래시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후 영화 '정사' '오! 브라더스'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했고, 1988년 영화 '태양은 없다'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굵직한 한 줄을 남겼다.
이후 '도둑들' '암살' '신과 함께 - 죄와 벌' '신과 함께 - 인과 연'으로 4개의 천만 관객 돌파 영화를 보유하며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 그의 발걸음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1억 4000만 명이 시청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고, 작품을 이끈 이정재는 글로벌 인지도와 함께 해외 유수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또한 오는 9월 12일에 열리는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월드 스타가 된 위상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이정재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인생은 참 한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웃어 보였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죠. 그동안 선배님들이 활동하시는 걸 보면서 제2의 전성기라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제가 '관상'을 하고 나서 '나에게도 제2의 전성기가 오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후로도 작품들이 잘 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러다가 '오징어 게임'을 만났고, '헌트'로 칸과 토론토에도 가게 됐죠. 정말 인생은 알 수가 없네요. 저에게 좋은 작품을 제안해주시는 영화인들과 대중들께 감사하다는 말 이외에는 다 표현이 안 될 거 같아요."
"제가 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두 가지가 있어요. 책임감과 같이 일하는 동료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죠. 사실 제 속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일에도 영향을 주게 돼요. 그래서 항상 이 두 가지를 마음에 새기고 작업에 임하죠. 영화나 다른 작업 자체를 재밌어하는 편이고요. 상대방과 이야기하는 것도 즐거워요. 그러다 보니까 동료들도 '이정재랑 한번 작업해 봐. 나쁘지 않았어'라고 말해주고, 꾸준한 기회가 온 거 같아요."
이정재는 자신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과 인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개인 SNS를 개설하며 그동안 지켜왔던 신비주의 이미지를 깼고, '헌트'로 역대급 홍보 활동을 펼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유튜브 '문명특급' '미노이의 요리조이' 등 다양한 플랫폼에 등장한 그는 정우성과 함께 야구 시구 및 시타에 나섰고, 지난 2일 열린 '헌트' 쇼케이스 및 VIP 시사회 포토월 행사에서는 직접 셀럽들을 맞이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깜짝 이벤트를 진행했다. 작품 개봉을 앞두고 진행되는 배우들의 홍보 활동은 당연한 절차다. 그러나 이정재는 홍보를 소통의 창구로 여기며 대중들의 편견을 깼고, 신선함과 친밀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지금은 홍보에 전념하고 있어요. 저희가 영화 일을 오래 했다 보니까 늘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홍보 활동은 색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사실 셀럽분들이 오면 직접 포토월에서 같이 사진 찍고 인사하는 게 기존에 했던 방식은 아니잖아요. 시대는 계속 바뀌고 있어요. 이를 다 리드하고 따라갈 수는 없지만, 관객들이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정우성 씨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에 함께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죠."
'헌트'의 주역 이정재와 정우성은 연예계 대표 절친이자 '청담 부부'라 불릴 만큼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또한 친구이자 동료를 넘어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하고, 글로벌 제작사로 거듭난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함께 운영하는 동업자가 됐다. 오랜 세월 서로의 곁을 지켜온 두 사람이지만 이 투 샷이 스크린에 걸린 건 1988년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이다.
"정우성 씨와는 대학로 때 이후로 '우리 또 같이합시다'라고 몇 번 얘기를 나눴어요. 실제로 같이할 뻔했던 작품도 몇개 있고요. 저희도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이 지날 줄 몰랐죠. '태양은 없다' 이후로 10년 안에 하나 정도는 같이 할 줄 알았어요. 작품은 정말 운명적인 게 필요한 거 같아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남이 아닌 우리가 만드는 작품에 우리가 함께 출연하는 운명이 됐죠."
이렇게 이정재에게 운명으로 다가온 '헌트'는 개봉 7일 차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신인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그는 느슨한 영화계에 긴장감을 주며 자연스레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배우 이정재가 아닌 감독 이정재의 차기작도 기다려도 될까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아직 배우의 길을 더 집중하고 싶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제발 기다려주시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아직은 연기를 더 하고 싶어요. 물론 제가 하고 싶은 소재나 이야기가 생긴다면 모르겠지만, 의뢰받아서 연출만 하는 건 솔직히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저는 연기자고, 아직은 더 많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아마 다음 작품은 연기로만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어요."<끝>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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