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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자존심' 설운도, "익숙함보다 변화를 택했다" [인터뷰]

  • 연예 | 2022-08-16 00:00

'데뷔 40주년' 생애 첫 세종문화회관 공연 앞두고 솔직한 속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시절에도 그는 줄곧 자기 스타일의 노래를 고수했다. 자신만의 음악 장르로 승부를 걸다보니 오랜 시간 평범한 인기사다리를 거쳐 정상에 올라선 다른 가수들과 결이 다른 길을 걸었다. /더팩트 DB, 쇼당이엔티 제공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시절에도 그는 줄곧 자기 스타일의 노래를 고수했다. 자신만의 음악 장르로 승부를 걸다보니 오랜 시간 평범한 인기사다리를 거쳐 정상에 올라선 다른 가수들과 결이 다른 길을 걸었다. /더팩트 DB, 쇼당이엔티 제공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모두가 NO라고 할 때 혼자만의 길을 걸었습니다. 기존의 익숙함이나 편안함보다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죠. 그땐 좀 힘들고 험난했지만 긴 시간 지나고 보니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설운도는 다양한 실험적 변형 장르를 시도해 성공한 싱어송라이터다. '여자 여자 여자' '보랏빛 엽서' '누이' '혼자이고 싶어요' 등 20~30년 전 그가 작사 작곡한 노래들은 요즘들어 다시 조망을 받고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시절에도 그는 줄곧 자기 스타일의 노래를 고수했다. 자신만의 음악 장르로 승부를 했고, 오랜 시간 평범한 인기사다리를 거쳐 정상에 올라선 다른 가수들과 결이 다른 길을 걸었다.

설운도는 가수로서 운이 썩 나쁜 편은 아니다. 82년 KBS '신인탄생'을 통해 데뷔한 뒤 이듬해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에 소개된 '잃어버린 30년'으로 일약 주목받는 가수가 됐기 때문이다. 통상 수십년씩 무명을 겪는 것에 비하면 빠른 성공가도를 달린 셈이다.

남북이산가족 찾기라는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데뷔곡으로 크게 반향을 일으켰지만 거듭날 기회는 잡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느리고 구성진 정통트로트가 대세이던 시절 그룹사운드에나 어울릴 리드미컬한 음악으로 도전했다.

이 부분에 대해 설운도는 "어차피 남진 나훈아같은 대 스타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봤고, 장르 차별화만이 살길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 길이 순탄치는 않았다. 변형된 트로트 장르를 고집하면서 '트렌드도 모르는 이방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

설운도는 9월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단독콘서트를 갖는다. '데뷔 40주년' 생애 첫 세종문화회관 공연 앞두고 가수로 살아온 지난 40년 그의 속내를 솔직히 털어놨다. 인터뷰는 지난 주말 딸 이승아 씨가 두 달전 이태원에 오픈한 이태리 스타일 카페 '아망뜨'(연인)에서 진행했다.

늘 가지런히 정리된 이미지의 헤어스타일과 깔끔한 정장 차림을 고수하는 설운도(사진 왼쪽)는 모처럼 모자와 반바지 차림의 편안한 캐주얼 스타일로 인터뷰에 응했다. /강일홍 기자
늘 가지런히 정리된 이미지의 헤어스타일과 깔끔한 정장 차림을 고수하는 설운도(사진 왼쪽)는 모처럼 모자와 반바지 차림의 편안한 캐주얼 스타일로 인터뷰에 응했다. /강일홍 기자

<다음은 데뷔 40주년 세종문화회관 단독콘서트를 한달여 앞둔 설운도 인터뷰>

-세종문화회관 무대는 처음이다. 데뷔 40주년이란 의미도 남다를 것같다.

데뷔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나고보니 참 빠르네요. 반세기 넘게 활동하시는 선배님들도 계시지만 어느새 되돌아보는 나이가 됐어요. 한결같은 팬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40년이란 의미는 저한테 너무나 특별해요. 차곡차곡 쌓인 시간의 더미에 뭔가 가르마를 타 주는 그런 기분이 들기 때문이죠.

설운도는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카페라는 공간적 편안함 때문인지 모자와 반바지 차림의 캐주얼 스타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나 방송 출연 등 카메라 앞에 설 경우 모자를 쓰는 일이 거의 없다. 늘 가지런히 정리된 이미지의 헤어스타일과 깔끔한 정장 차림을 고수한다.

-꽤 오랫동안 콘서트 소식이 없었는데 얼마만인가?

네, 그러고보니 단독콘서트를 가진 지도 정말 오래된 것같습니다. 약 10년 정도 됐네요. 정확하게는 9년 9개월만이네요. 그동안 수차례 콘서트 요청을 받았지만 TV에 비치는 모습과 다른 뭔가를 보여줄 자신이 없어 거절했어요. 히트곡이 많다고 단독콘서트를 자주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 사이 코로나 공백기도 있었고, 저 또한 긴 시간 충분히 준비해온 만큼 이번 콘서트에 대한 자신감이 넘칩니다.

설운도는 2013년 5월 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10년이란 시간을 훌쩍 뛴 이번 콘서트에서는 자신의 히트곡들은 물론 평소 즐겨부르는 트로트 명곡들을 커버송으로 소개하는 등 이전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색다른 무대로 몰입도를 더한다는 각오다.

설운도는 9월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단독콘서트를 갖는다. 2013년 5월 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가진 이후 9년9개월 만이다. /쇼당이엔티 제공
설운도는 9월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단독콘서트를 갖는다. 2013년 5월 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가진 이후 9년9개월 만이다. /쇼당이엔티 제공

-레퍼토리 선정부터 편곡까지 준비시느라 바쁘실 같다.

네 요즘 솔직히 좀 바빠요. 제 히트곡 중 상당수가 최근 2~3년간 열풍을 모은 각 방송사 트로트 오디션을 통해 리바이벌 됐어요. 많은 후배 가수들이 도전곡 또는 커버곡으로 선곡해 재조명됐죠. 대부분 제가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들이어서 편곡에 변화를 주려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또 제가 커버곡으로 부를 다른 동료가수들의 노래를 고르고 연습하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콘서트엔 깜짝 게스트가 나온다고 들었다. 누군지 살짝 힌트를 줄 수 없나?

관객들한테 확실한 깜짝 선물이 되리란 것만 말씀드리죠. 말그대로 '깜짝' 게스트 아닙니까. 얘기 할 수 없습니다. 누구라고 미리 얘기하면 김이 빠지니까요. 다만 게스트와 함께 방송에서 볼 수 없던 장면들이 많이 연출될 것이란 기대감은 가지셔도 좋을 것같습니다.

설운도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인 만큼 이번 콘서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다양한 볼거리와 새로운 느낌으로 40년을 한결같이 꾸준한 사랑을 주셨던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 이후 부른 노래는 기성 정통 트로트와 다소 느낌이 다르다.

데뷔곡이자 첫 히트곡이었던 '잃어버린 30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곡을 제가 썼어요. 그런데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30년전 작곡한 곡들조차도 리듬이 좀 빨라요. 그 대표적인 곡이 '여자 여자 여자'인데, 장르는 펑키 장르예요. 느리고 구성진 정통트로트가 대세이던 시절 그룹사운드에나 어울릴 리드미컬한 음악은 히트할 수 없는 걸로 인식됐죠. 트로트인 것은 분명한데 기존 곡들과 뭔가 다른 느낌이 나는거죠.

당시엔 낯설었지만 요즘의 추세가 반박자 빠른 세미 트로트인 점을 감안하면 그는 확실히 앞서갔던 셈이다. '쌈바의 여인' '여자여자여자' '다함께 차차차' '보라빛엽서'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히트곡을 갖고 있는 설운도는 트로트 특유의 꺾임 창법 외에도 고음과 저음의 높낮이를 그만의 독특한 창법으로 구사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설운도는 트로트에 쌈바와 트위스트 리듬을 접목한 '쌈바의 여인'(95년), '상하이 트위스트'(97년)를 잇달아 발표한 뒤 신선하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설운도 스타일'의 노래로 동반 인기를 누렸다. /쇼당이엔티 제공
설운도는 트로트에 쌈바와 트위스트 리듬을 접목한 '쌈바의 여인'(95년), '상하이 트위스트'(97년)를 잇달아 발표한 뒤 신선하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설운도 스타일'의 노래로 동반 인기를 누렸다. /쇼당이엔티 제공

-트렌드를 벗어난 변형된 장르를 고수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트로트가 살 길은 정형화 된 틀을 벗는 겁니다. 저 나름의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어요. 작곡을 독학하던 신인 때 일본에서 4년 가량 현지 음악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엔카만 있는게 아니고 재즈 레게 등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며 사랑받는 걸 보고 눈을 떴죠. 정해진 틀에 얽매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스타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트로트는 남녀노소 가장 교감이 많은 장르인데도 루즈하다는 편견이 많았어요. 제가 빠른 리듬의 변형된 장르를 고민한 이유죠.

트로트에 쌈바와 트위스트 리듬을 접목한 '쌈바의 여인'(95년), '상하이 트위스트'(97년)를 잇달아 발표한 뒤 신선하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설운도 스타일'의 노래로 동반 인기를 누렸다. '누이'(컨추리뮤직)와 '보랏빛옆서'(슬로곡) 등 이전에 시도해보지 않은 실험적 장르를 넘나들며 정착시키는데도 일조했다.

-트로트 싱어송라이터로 불린다. 후배들한테도 평소 곡을 많이 주기로 유명한데 어떤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선 제 노래를 후배들이 불러 히트하면 큰 보람을 느끼죠. 모든 곡을 제가 다 소화할 수는 없잖아요.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제가 부를 노래와 다른 가수가 부를 노래는 꼭 구분을 합니다. 곡을 쓰다 보면 어떤 스타일의 가수가 적합한지 저절로 판가름나기도 하고요. 그동안 제가 쓴 곡이 대략 200~300곡 정도 발표가 됐는데 90%는 제가 불렀고, 기성가수나 신인가수들한테 준 곡은 10% 가량 됩니다. 앞으로는 젊은 후배들 쪽에 이 비중을 많이 두려고 합니다.

가수 우연이는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내다가 설운도에게 '우연히'라는 곡을 받아 활동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알렸다. '우연히'는 노래방 인기곡으로 선정될 만큼 여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설운도는 '럭키'(박주희),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하동진) 등의 곡도 썼다. 지난해 선보인 뒤 뜨거운 반응을 낸 임영웅의 '별빛같은 나의 사랑' 역시 그의 곡이다.

설운도는 80년대 초 군복무를 마치고 82년 KBS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 '신인탄생'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며 5주 연속 우승했다. 이듬해 발표한 '잃어버린 30년'은 그의 데뷔곡이자 첫 히트곡이다. 당초 작곡가 남국인의 '아버지께'라는 곡이었지만, 작사가인 박건호가 이산가족 분위기에 맞는 내용으로 급히 개사해 음반을 냈다. 녹음 후 이틀만에 방송되고, 하룻밤 사이에 이변을 일으키며 최단기간 히트곡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설운도는 이 곡으로 데뷔 1년만에 제3회 KBS 가요대상 7대 가수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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