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포기 직전 '노래로 대성할 사주'란 말에 용기 얻어"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최유나는 애잔하게 파고드는 맑고 고운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이다. 그의 인생곡으로 아로새긴 '흔적'은 5060 세대들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아련한 추억으로 되살아날 명품 히트곡이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당당히 '카페 추천곡 1위' 위상을 지키고 있다.
가요계에 입문하면서 이미 대성할 스타의 가능성을 입증한 실력파다. 1983년 음악 경연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KBS '신인탄생'에서 5주 연속 우승한 데 이어 MBC '서울국제가요제'에서 진보라, 방미와 함께 한국대표로 본선 인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히트가수 탄생은 운도 따라야한다. 85년 '첫정'을 발표한 뒤 곧바로 공백기를 갖는 아픔이 있었고, 87년 KBS 주말연속극 '애정의 조건'(신상호 작사 작곡)의 동명 OST를 부르며 다시 기회를 잡았지만 드라마 조기종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황신혜 김희애 김영철 박근형 등이 출연한 '애정의 조건'은 화려하게 톱스타가 된 여인이 변질된 세상과 부대끼며 갖는 비극적인 종말을 그린 드라마다. 조기종영의 우여곡절에도 드라마는 화제를 모았지만 노래는 뜨지 못하고 묻혔다.
이후에도 몇곡을 더 냈으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유나는 아예 가요계를 떠날 결심을 했을만큼 힘든 시기를 겪어야했다. 소속 레코드사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거의 홍보를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진감래 속에 탄생한 '흔적'(최순곤 작사 방기남 작곡)은 그래서 더 각별하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보겠다는 심정으로 발표한 곡이 바로 '흔적'이었어요. 무명시절을 견디며 하도 답답해서 우연히 명리학을 접하게 됐는데 반드시 노래로 성공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믿음이 진짜 현실로 다가서는 걸 보니 정말 신기했죠."
'이제는 가도 되는건가요 어두워진 거리로/ 오늘만은 왠지 당신 앞에서 울고싶지 않아요/ 어차피 내가 만든 과거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절반의 책임마저 당신은 모르겠지요/ 지나간 날을 추억이라며 당신이 미소지을 때/ 기억해요 슬픈 여자 마음에 상처뿐인 흔적을'(최유나의 '흔적' 가사 1절)
93년 발표된 '흔적'은 그해 골든디스크 상 등을 휩쓸고, 당대 최고의 가수들인 신승훈, 김건모, 조성모와 함께 10대 가수상을 받았다. 당시 53만장이 팔리면서 대박히트를 기록했고, 말그대로 밥을 못 먹을 정도로 바빠 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흔적'이 뜨면서 최유나는 일약 조명받는 인기가수 대열에 올라섰고, 이전에 불렀던 '애정의 조건'도 상승세를 탔다. 특이하게도 이 곡은 부산 지역 가라오케에서부터 바람이 불어 전국으로 확산된 것인데 최유나의 인지도 상승이 가져온 역주행 효과였다.
최유나는 히트곡 부자다. '흔적' '애정의 조건' 외에도 '밀회' '슬픈 그림자' '미움인지 그리움인지' '별난 사람' '미워도 미워도' '초대' '인생노래방' '기로' 등을 부르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목포가 고향인 그는 '목포의 사랑'을 부르기도 했다.
최근 선배가수 오승근이 불렀던 '남이다'(정원수 작곡 신강우 편곡)를 새롭게 편곡한 리메이크곡으로 잔잔한 반응을 얻고 있다. 최유나는 "3년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느낌을 역설적으로 되살린 곡"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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