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서 30대로 넘어온 지금, 이미지 변신 하고파"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지난 10일, 맑았다가 비가 내렸다가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축 처지는 날이었다. 오후 4시 밴드 CNBLUE(씨엔블루) 멤버이자 배우 이정신과의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FNC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사옥 1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로 들어가니 닫힌 문 너머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이날 이정신은 오전 11시부터 인터뷰 일정을 소화했고, 오후 4시가 다섯 번째 인터뷰 타임이었기에 다소 지칠 만했다. 한 취재진이 "아침부터 인터뷰하느라 힘들겠어요"라고 묻자, 이정신은 "다들 텐션이 좋으셔서 많이 웃었네요"라며 피곤한 내색없이 웃었다.
이정신은 지난 11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별똥별'(극본 최연수, 연출 이수현)에서 일과 사랑에 직진해 둘 다 쟁취해내는 스타포스엔터 고문 변호사 도수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2018년 OCN '보이스 시즌 2' 특별 출연 이후 입대한 그는 약 3~4년 만에 '별똥별'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았다.
"작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촬영했는데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저도 수혁이를 만나 연기의 재미를 다시 한번 느꼈고요. '별똥별'을 통해 '이정신이라는 친구가 다시 연기를 하는구나'라는 인식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분들을 만나서 일을 재밌게 하니까 너무 행복했고, 저 또한 연기 욕심을 더 갖게 됐어요."
'별똥별'에서 이정신은 배우 김영대 이성경 박소진과 연기 호흡을 맞추며 '케미 장인'으로 활약했다. 극 중 수혁은 오한별(이성경 분)을 향한 맑고 순수한 짝사랑을, 공태성(김영대 분)과는 티격태격 브로맨스를, 조기쁨(박소진 분)과는 핑크빛 로맨스를 펼치며 다채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세 명의 인물과 있을 때 수혁이가 다 달라요. 수혁이가 한별이를 좋아할 때 태성이와는 정말 유치할 만큼 티격태격했고, 기쁨이랑은 어른 연애 같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 중 하나가 '수혁이는 한별이보다 기쁨이랑 있을 때 매력이 더 산다'였어요. 자칫 잘못하면 철새처럼 보일 수 있는 캐릭터여서 걱정했는데, 작가님이 끝맺음을 확실히 해주셔서 좋았어요."
앞서 언급된 것처럼 '별똥별'은 '이정신이 연기를 한다'는 인식을 다시금 심어준 작품임이 틀림없다. 또한 배우로서 연기의 재미를 크게 느꼈던 만큼,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궁금해졌다. 이에 이정신은 "캐릭터 성이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직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어요. 모든 역할이 좋지만, 이제는 캐릭터 성이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보이스 시즌2'에서 살인마 역을 했는데, 결과물을 보고 만족했거든요. 그 맛을 잠깐 보니까 제대로 해보고 싶더라고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왔다 보니까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어요. 저희는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센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죠."
그런가 하면 '별똥별'은 이정신에게 연기 외에도 많은 걸 알려줬다. 첫 방송 전부터 현실 연예계를 95% 그려냈다고 자신했던 작품을 통해 이정신 또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걸 새롭게 보게 됐다고. "물론 어제 저 때문에 홍보팀이 늦게 퇴근했지만요"라며 살짝 미소 지어 보인 그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홍보팀뿐 아니라 팬 마케팅팀, 그리고 일하면서 자주 마주치는 분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저 또한 놓치고 갔던 부분들이 있었어요. 오히려 다른 회사 사람들이랑 친한 경우도 있더라고요. 제가 더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기본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켜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려고요."
지난 2010년 씨엔블루로 데뷔한 이정신은 올해로 데뷔 13년 차를 맞이했다. 2012년 KBS2 '내 딸 서영이'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그는 아이돌과 배우를 병행하며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아직은 힘 빼는 게 제 마음처럼 잘 안되네요"라는 이정신이었지만, 10년 이상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 존재할 터다.
그 이유를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정신은 '반응을 보니까' '댓글을 찾아봤는데' '피드백을 해주셨는데' 등과 같은 말을 종종 했고, 이런 그에게서 13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늘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신에 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 찾아보며 이를 단 한 개도 흘려듣지 않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이정신이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저의 연기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못하는 부분은 더욱 듣기 어렵죠. 그래서 피드백을 즐기는 편이에요. 물론 밑도 끝도 없이 욕하는 건 듣지 않지만, 저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저 스스로 좀 짠 편이거든요. 자신에게 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날 이정신을 만나기 전, 씨엔블루 관련 질문을 몇 개 적었었다. 한 작품을 끝내고 만나는 자리였지만, 아직 씨엔블루 이정신과 배우 이정신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고 느낀 듯하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 시간이 다 돼서 마지막 질문 부탁드릴게요"라는 관계자의 말을 듣고나서여 배우 이정신의 이야기로만 1시간이 꽉 채워졌음을 깨달았다.
그제야 씨엔블루의 계획을 물었고, 그는 "씨엔블루로서는 올해 안에 한국에서 인사드릴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어요. 일본 팬미팅도 계획 중이고요. 구체적인 게 나오면 팬들에게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취재진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인터뷰룸을 나온 그다. 그동안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고 싶은 게, 이루고 싶은 게 많아 보이는 씨엔블루 이정신 그리고 배우 이정신의 행보를 응원할 듯하다.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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