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남'·'옷소매' 등 여성 감독들, 뛰어난 연출력 입증
'왕이 된 남자', '옷소매 붉은 끝동', '붉은 단심' 등 최근 뛰어난 연출로 주목받으며 큰 사랑을 받은 작품들 모두 여성 감독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이들은 기존 선 굵은 남성 드라마와는 또 다른 섬세한 연출 감각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좀처럼 여성 감독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사극계에서 눈에 띄는 그들의 작품과 활약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원세나 기자] 사극계에 '우먼 파워'가 거세다. 남자 PD가 사극 연출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완성도 높은 연출로 시청자들의 호평과 사랑을 받은 작품들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여성 PD다.
먼저 지난 2019년 방영된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김희원 감독의 연출작이다. '왕이 된 남자'는 천만 영화 '광해'에서 모티브를 얻은 리메이크 드라마로 임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은 여진구 이세영 김상경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재창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원작 '광해'의 서사를 변주해 드라마만의 묘미를 살려내며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옛말을 보란 듯이 뒤집으며 사랑받았다.
이런 결과는 김희원 감독의 고품격 연출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김희원 감독은 재창조된 서사에 탄력을 붙이고 배우들의 연기력을 한껏 부각하는 연출력으로 그야말로 '웰메이드 사극'의 진수를 보여줬다.
김희원 감독의 수려한 연출은 '왕이 된 남자'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특히 탁 트인 자연 경광과 고품격의 미장센을 십분 활용해 눈을 즐겁게 만들었고, 대각선 앵글과 하이 앵글 등 장면에 맞는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사용해 장면이 주는 느낌을 더욱 극대화하는 연출은 몰입도를 높였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빼어난 영상미에 시청자들은 그에게 '갓희원'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작품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받으며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방영 내내 '왕남 신드롬'을 이어갔다. 김희원 감독은 전작인 MBC '돈꽃'을 통해 '주말 드라마의 통속적인 문법을 깼다'는 찬사 속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 받은 바 있다. 그는 차기작이자 자신의 첫 번째 사극인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원작을 뛰어넘는 연출을 선보이며 리메이크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이어 2021년 최고의 화제작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을 탄생시킨 인물은 정지인 감독이다. 강미강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옷소매 붉은 끝동'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으로 세기의 로맨스 정조와 의빈 성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지인 감독이 원작을 발굴해 연출까지 맡은 '옷소매'는 주체적인 궁녀 덕임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와 로맨스를 오가는 장르, 주체적인 캐릭터 등은 연령 불문 시청자들을 끌어들였고,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과 영상미까지 더해져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옷소매'가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모은 이유는 높은 완성도에 있었다.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한 만큼 철저한 고증은 필수이며 작품 곳곳에서 제작진의 노력이 느껴진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극 중 각 인물에 따른 호칭과 의상, 그리고 배경 미술과 소품 등 자칫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세히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아름다운 영상미 역시 매력 포인트였다. 매 컷 15회 이상의 수작업을 거쳐 탄생한 장면들은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사극의 느낌을 살렸다. 또한 강렬한 이산의 의상, 단아하고 따스한 느낌의 덕임의 의상 등으로 인물들의 특색을 살렸다.
방송 전까지만 해도 흥행을 예상하는 이들이 별로 없었던 '옷소매'는 방송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화제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작품은 시청률 17.4%라는 근래 볼 수 없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해 2018년 방영된 '내 뒤에 테리우스' 이후 3년여 만에 MBC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안기며 '드라마 왕국 MBC'의 영광을 되찾아 줬다.
그 결과 '옷소매'는 '2021 MBC 연기대상'을 휩쓸었다. 올해의 드라마상(작품상)을 비롯해 주연배우 이준호와 이세영의 최우수상과 베스트커플상 수상, 공로상, 작가상, 여자 조연상, 남자 신인상 등 총 8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정지인 감독은 '2021년 MBC 연기대상' 작품상에 이어 이달의 PD상, 제34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까지 품에 안았다.
정지인 감독은 올해의 PD상 수상 후 PD저널과 인터뷰에서 "처음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여성 PD가 사극을 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옷소매 붉은 끝동'은 조연출까지 모두 여성 연출진으로 꾸리게 됐는데 사극 경험 있는 남자 PD가 있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듣기도 했다"고 밝혀 사극계에서 여성 감독의 현주소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는 "'옷소매'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앞으로는 여성 PD가 연출하는 사극에 의문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며 향후 사극에 대한 방향성도 넌지시 밝혔다. <계속>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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