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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무열, '소년심판' 차태주가 짊어진 책임감

  • 연예 | 2022-03-29 07:00

"소년범죄는 우리 사회가 분명히 귀 기울여야 하는 문제"

김무열은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을 믿는 차태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김무열은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을 믿는 차태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김무열에게 '소년심판'은 필모그래피의 한 줄, 그 이상의 가치를 남겼다. 배우 김혜수와의 호흡부터 소년범죄에 관한 묵직한 질문 등 배우로서, 혹은 그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많은 고민을 안겨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무열은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극본 김민석, 연출 홍종찬)에서 판사 차태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가정폭력 피해자이자 소년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다녀온 후, 검정고시를 거쳐 판사가 된 인물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거울삼아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을 굳게 믿고,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외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과 대립하기도 한다.

'소년심판' 차태주를 만나 첫 판사 역할에 도전한 김무열은 직접 재판을 참관하고, 판사를 비롯해 소년범죄에 관해 고민하는 분들을 직접 만나는 등 법관의 직업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소년범죄에 무지했던 자신을 마주하고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처음 재판을 참관했을 때, 판사님께서 입장하고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기 전의 고요와 침묵이 무겁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참여관과 사무관님께 법정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요. 처음에는 일반 소년의 신분으로 뒤편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와요. 그런데 유죄 판결을 받으면 소년범의 신분으로 앞문을 열고 나가죠. 이 두 개의 문이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 문 두 개가 저에게도 정말 큰 의미로 다가왔죠."

작품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 처벌을 받고 난 이후 소년범의 삶 등을 여러 각도로 조명하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시각을 그려냈다.

이 가운데 차태주는 모두가 소년범을 향해 손가락질할 때, 소년범들의 인권에 앞선다.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안겼지만 차태주의 서사는 이러한 행동을 뒷받침하는 이유가 됐고, 그와 같은 어른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그렇기에 차태주로 분한 김무열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김무열은
김무열은 "소년범죄는 우리 사회가 분명히 귀 기울여야 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작품을 향한 많은 관심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차태주를 고구마 캐릭터라고 여길 수 있지만, 제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건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그 나이에 감히 범죄를 저질렀지만 약속으로 정한 법의 처벌을 받잖아요. 그렇기에 그 이후에 그들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은 어떻게 예상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을 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이전에는 그저 소년범죄에 관해 많은 부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죠. '소년심판'과 차태주를 통해 이러한 부분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김혜수와 김무열을 비롯해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강원중 역의 이성민, 소년사건을 속도전으로 생각하는 나근희 역의 이정은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은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여기에 에피소드별로 등장하는 소년범들과 그 주위 사람들은 새로운 얼굴로 가득 채우며 신선함을 꾀했다.

"전임 온 심은석 판사님을 복도에서 마주치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김혜수 선배님이 제 연기를 처음 보시고 '자기 연기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저의 디테일을 다 말씀해주시고 칭찬해주셨고, 전 그런 선배님의 칭찬에 춤췄죠. 이런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했고, 김혜수 이성민 선배님이 이끌고 가는 힘에 저 또한 이끌리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저는 한예은 역의 황현정 배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친구가 고등학생인데, 연기도 현장도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상대 배우가 김혜수 선배님이었던 거죠. 그 친구는 캐릭터에 접근하기 위해서 관련 행동을 연구한 논문까지 찾아서 공부했다고 하더라고요. 연기를 놀이처럼 즐기면서 해요. 그 친구를 보면서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 존재하는구나'를 느꼈어요. 연기가 처음이라는 거에 놀라고, 연기하는 걸 보면서 또 놀라고, 정말 놀람의 연속이었죠."

그동안 깊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꼬집어줬어야만 했던 소재인 소년범과 소년범죄.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들과 신예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이 더해지니 웰메이드 시리즈로 탄생하기 충분했고, 그렇게 K-콘텐츠의 저력을 과시한 '소년심판'이다.

"저희 작품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닌, 질문을 던지고 더 큰 짐을 안기는 느낌이에요. 저에게도 '소년심판'은 정의 내릴 수 없는 힘든 감정과 생각을 안긴 작품이죠. 보통 배우가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차태주를 연기하면서는 찝찝함이 남아있을 정도로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분명히 귀 기울여야 하죠. 너무 크고 꼬일 대로 꼬였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하고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래서 많은 분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의 구성원으로서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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