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남금필을 통해 어떠한 이유 없이 위안받을 수 있길"
[더팩트|박지윤 기자] "대본을 읽자마자 출연을 결정했어요".
작품 공개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해준의 한 마디였다. 이는 작품을 향한 그의 확신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고, 그는 이 확신으로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안기고 있다.
박해준은 티빙 오리지널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극본 박희권·박은영 연출 임태우, 이하 '아직 최선')에서 '자발적 백수' 남금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충동적으로 때려친 금필은 웹툰 작가라는 꿈을 안고 자신만의 속도로 '갓생'에 도전하는 40대 아저씨로, 박해준은 이런 금필에게 바로 끌렸다.
"근래 보기 힘든 대본이었어요. 지금 사는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를 찾고 있었고, 그런 작품에 목말랐어요. 그때 '아직 최선'을 만나서 바로 출연을 결정했죠. 제가 남금필을 어떻게 만든다기보다는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처럼 리얼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요. 평소에도 배우의 이미지를 생각했던 편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정말 남금필 그 자체로 보이기 위해서 많이 내려놨죠."
JTBC '부부의 세계' 이태오로 분해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외치며 '국민 불륜남'에 등극했던 박해준은 약 2년 만에 '자발적 백수' 남금필로 복귀를 알려 관심을 모았다. 그는 체중 증량부터 헝클어진 머리, 늘어난 트레이닝 복 등으로 연기 변신을 꾀했고, 전작의 강렬한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의상과 스타일 고민을 많이 했죠. 저 또한 드라마를 보면서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찌질하고 한심한 역할을 맡은 걸 보면 '저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도 남금필을 연기하면서 '외형적인 것 때문에 인물의 내면이 납득이 안 되면 어떡하지?'를 걱정했어요. 그런데 또 너무 엉망으로 가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정선을 찾는 게 어려웠죠."
"저는 편안한 걸 좋아해요. 극 중 금필이가 입은 옷 중에서 제가 실제로 입는 트레이닝 복도 있죠. 의상을 도와주는 친구가 가져온 것보다 제 옷이 더 허름했을 정도였어요.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개의치 않는 건 금필이와 비슷한 거 같아요."
자신의 꿈을 위해 백수가 된 금필을 비롯해 '아직 최선'은 가장의 현실부터 가족간 의 사랑,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 사는 이야기 등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4세에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운 주인공은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삶으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함과 동시에 공감과 위로를 안겨주고 있다.
"저는 평소에 라디오 사연 듣는 걸 좋아하는데 문득 '왜 우리는 각자의 사연을 공유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아마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잖아요. 남금필도 마찬가지예요. 그의 인생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런 사람의 삶을 통해 어떠한 이유 없이 위안받을 수 있잖아요. 그가 드라마틱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를 보면서 '우리 또한 충분히 잘살고 있다'고 공감하고 위안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큰 꿈을 갖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누구나 다 다른 성공을 꿈꾸고 있고, 이미 그것을 획득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너무 멀리 있는 것보다 당장 눈앞에 놓인 것을 해내는 게 개인적으로 즐겁더라고요. 누구나 다 비슷한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는 마음이 작품을 통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악역부터 선역까지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박해준에게도 금필은 도전이었다. 다소 찌질하고 한심하지만 사실은 따뜻하고, 때로는 괴짜스러우며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나 연기의 틀을 깨고 있다. 그가 도전의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작품에 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대표작 중 한자리를 내어줄 정도로 말이다.
"정지우 감독님의 영화 '4등'은 어느 자리에서든 늘 이야기할 거 같아요. 영화 자체가 너무 재밌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맛을 알게 해줬거든요. 그리고 제가 미디어 쪽으로 발을 딛게 한 영화 '화차'도 저의 대표작 중 하나에요. 그다음에 '아직 최선'을 뽑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는 우리들의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배우 박해준으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아직 최선'은 뒤로 갈수록 더 재밌어져요. 각자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신선함과 리얼함,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어요. 보시면 후회 없으실 거예요. 작품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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