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와 재미' 위주 방송, 혼자 사는 대중 스타의 멋진 모습 부각 '역효과'
[더팩트|강일홍 기자] '화려한 불빛 속 무대에서나 볼 수 있던 유명 가수들이 집에서는 헐렁한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주인공으로 만나던 배우들이 화장하지 않은 민낯으로 등장해 평범하고 소탈한 일상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을 바라보며 동질감을 느끼거나 친숙한 공감대를 이룬다.'
MBC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싱글족 세태를 모티브로 혼자 사는 연예인과 유명인들의 일상을 담은 프로그램입니다. 2013년 3월 첫 방영 이후 9년째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에 담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인기비결이 뭘까요?
우선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TV, 스크린 속 스타들과의 친숙함입니다. 유명 스타들이 혼자서도 맛깔나게 잘 차려먹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혼곱'으로 곱창 열풍을 일으킨 화사의 모습은 이제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됐습니다.
◆ 당당한 젊은 세대 라이프스타일 풍조 인식, '방송의 역기능'
딴 세계의 얘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적인 공감도 한몫을 합니다. 1인 가구라고 하면 흔히 쓸쓸한 노년의 이미지를 떠올리는데요. 독신을 고수하는 젊은 층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런 시각도 바뀌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혼자서도 둘 셋이 사는 것처럼 당당하고 즐겁게 사는 모습은 오히려 선망의 그림으로 와닿습니다.
또 하나는 대중 스타들을 앞세운 화제성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등장하는 인물이 유명할수록 관심도는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혼자 사는 핫 피플은 많아도 시청자들이 꼭 보고 싶어하고 궁금해하는 주인공들은 쉽게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죠. 평균 시청률 7~8% 대의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데는 제작진의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 '나혼산' 인기, 출산율(0.84) '2년 연속 세계 최하위' 불명예와 오버랩
그런데 말입니다. 아쉬움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파급력이 큰 방송 매체의 특성상 결혼을 부정하는 풍조를 조장하고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전에 방영된 적 있는 '룸메이트'나 '온앤오프' 같은 프로그램 역시 스타들의 '일'과 '일상'속 모습들을 조망한 유사프로그램인데요. 스타들의 당당하고 멋진 삶이 보는 것만으로 부러움이라면, 따라하고 싶은 연대감은 역효과입니다.
한 인구분포 통계조사에 따르면 2021년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은 40.1%입니다. 또 서울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약 139만 가구(2020년 기준)로 이 중에 여성 1인 가구(53.2%), 남성 1인 가구(46.8%)이고, 연령별로는 남녀 모두 청년(20~34세)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대한민국 출산율은 0.84로 2년 연속 세계 최하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방송은 즉흥적이고 가볍습니다. 대신 파급력이 크고 핫해서 스며들기 쉽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TV 속 주인공들의 언행을 따라가는 경험이 있을텐데요. 방송은 사회적 현상이나 트렌드를 쫒아가기도 하지만, 이를 대중적 관심사로 키우고 확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방송이 단지 흥미와 재미만을 추구하면 순기능이 아닌 역기능에 함몰될 수도 있습니다. '나혼산'의 인기를 단순히 좋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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