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크러시 이희겸 役, 외향·서사 구축위한 노력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한지은이 '배드 앤 크레이지'로 완벽한 이미지 변신을 보여줬다. 서사부터 외향까지 직접 하나하나 쌓아 완성한 '걸크러시' 이희겸이었다.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극본 김새봄, 연출 유선동, 이하 '배앤크')는 유능하지만 '나쁜놈' 류수열(이동욱 분)이 정의로운 '미친놈'이자 또 다른 자아인 K(위하준 분)를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한지은은 극 중 류수열의 전 여자친구이자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 1팀 이희겸 경위 역을 맡아 활약했다. 특히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액션 연기에 처음 도전하며 걸크러시 한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2010년 영화 '귀'로 데뷔한 한지은은 이후 영화 '수상한 그녀' '리얼' '창궐' '도어락', 드라마 '뷰티학개론' '멜로가 체질' '꼰대인턴'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에 출연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밝고 사랑스러운 역할을 연기했던 한지은은 '배앤크'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앞선 작품들과 다른 결의 역할인 만큼, 한지은은 그동안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셈이었다. 때문에 평소와 달리 이번 작품은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지은은 "워낙 다른 결의 작품인 데다 내게도 너무 생소한 역할이었다"며 "작품에 임할 때마다 '전 작품의 내 모습을 지우자'를 목표로 하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가장 먼저 기존의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외적인 것부터 완벽하게 변신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자신만의 경찰 캐릭터를 구축했다. 한지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자 경찰'의 이미지부터 깨고 싶었다. 치열한 현장에 있느라 꾸밀 시간도 없고, 품이 크거나 헐렁한 옷을 입고 활동성을 위해 운동화만 신는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이런 점들이 오히려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벗어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희겸은 빠글빠글한 머리 스타일에 진한 화장을 즐기고, 밝은 계열의 옷과 청바지를 즐겨 입는 인물이었다. 한지은은 "외향만으로도 희겸이의 강인함이 돋보여 '쟤 보통 아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말투도 고쳤다. 원래도 텐션이 높은 말투인 데다 역할상으로도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준 한지은은 화법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그는 "톤 높은 말투가 완전 없었으면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최대한 많이 가라앉혀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며 "희겸이만의 호흡을 찾기 위해 연구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희겸 역은 극 중 자세한 서사가 드러나지 않은 인물 중 하나였다. 때문에 한지은은 이희겸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쌓아 올려야 했다. 이에 대본을 힌트 삼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희겸이의 이야기가 없다면 수열이와 하는 대화라든가, 수열이가 다른 곳에서 희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등을 중점으로 최대한 힌트를 얻으려고 했다. 그 후 시놉시스라는 큰 뼈대 위에 힌트들로 디테일한 점들을 짜맞춰 나갔다"고 설명했다.
"희겸이는 부유한 집에서 자랐지만 굳이 사서 고생을 하는 돌연변이 같은 친구예요. 그럴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다고 생각해요. 성장 환경은 남부럽지 않았겠지만, 심적으로는 우울증을 크게 앓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았죠.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과 어딘가에서 받았을 피해의식 등이 분명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굳이 마약반까지 찾아가 일을 하는 경찰이 된 거죠. 물론 마약범들을 잡고 싶은 순수한 의도로 마약반에서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다만 제가 설정한 희겸이의 마약반 일은 세상 부조리에 대한 반항심에서 비롯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유독 정의로울 수 있었고, 유독 더 집요할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한지은은 추리, 스릴러, 액션을 내세운 작품 속에서 걸크러시한 모습으로 활약했다. 또한 때로는 전 연인인 류수열과의 로맨스 호흡을 보여주곤 했다. 배우로서는 한 작품 안에서 전혀 다른 장르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중심을 잡는 데 어려움을 느낄 법도 했다.
이에 한지은은 "우리 작품의 장르가 멜로에 가깝진 않기 때문에 로맨스에 대한 비중은 일부러 더 적게 했다"고 밝혔다. 대신 어느 순간에 멜로가 나오더라도 개연성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배우들끼리 관계성을 쌓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동욱 오빠가 장르적으로 멜로가 정확히 드러나진 않지만, 희겸이와 수열이의 관계성은 있어야 키스신이 나오더라도 너무 갑작스러워 보이진 않을 거라고 말을 해줬어요. 그래서 중간중간 눈빛이나 행동 등에서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썼어요. 예를 들면 두 사람은 너무 편한 사이이니까 무의식적으로 손을 편하게 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수열이가 '희야'라고 부르는 애칭도 대본에 있던 게 아닌 동욱오빠의 아이디어였어요. 이런 방식으로 기본적으로는 일에 대한 감정만 생각한 뒤, 관계성의 디테일함으로 멜로를 채웠어요."
그런가 하면 전 연인의 이중인격을 알게 됐을 때의 혼란함, 믿었던 팀장에게 받은 배신감 등 표현해야 할 감정의 폭도 컸던 한지은이다. 이에 한지은은 처음 도전한 액션 연기보다 감정 연기가 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한지은은 "액션은 몸이 너무 아프지만, 다음날 근육통만 앓으면 된다. 하지만 감정 연기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우는 장면도 단순히 눈물만 흘릴 수가 없다. 그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고 울지 않으면 가짜로 울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힘들다. 그 순간만큼은 이 인물이 왜 울 수밖에 없는지 정당성 등을 찾아야 하고 그 감정이 돼야 한다. 감정 소모인 만큼 연기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제가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오히려 결정적일 때 잘 안 울어요. 다른 사람 앞에서 제 감정을 드러내는 걸 힘들어하는 성향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많은 스태프 앞에서 원초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연기를 한다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끝으로 한지은은 '배앤크'의 제목을 정말 좋아한다고 애정을 드러내며 시청자에게도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배앤크'는 작품의 색깔을 잘 표현하고 함축시킨 제목 같다. '배드'와 '크레이지'만 봤을 때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각박한 시대에서는 오히려 힐링을 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답답하거나 힘들어서 '배드' 하거나 '크레이지' 하고 싶어질 때 언제든지 우리 작품을 꺼내 봐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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