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비 주가 반토막…'위기냐 기회냐' 설왕설래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글로벌 OTT업체 넷플릭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가가 코로나19 펜데믹 이전 수준까지 하락한 요인 중 하나로 '오징어 게임'의 약발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주가가 급상승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한국에서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열풍이 이어질 때는 '매수 열풍'이 불면서 시장 호황을 이끌었다.
최근 넷플릭스 주가가 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 나면서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26일(이하 현지 시간) 장 마감 기준 주가는 359.70달러. 전 거래일 대비 1.83%(6.72달러) 내렸으며, 691.69달러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17일 대비 330달러 이상 빠진 수치다.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날은 이달 21일 장이다. 20일 종가 기준 508.25달러였던 넷플릭스의 주가는 21일 하루 만에 110.75달러가 하락한 39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폭락장'을 기록한 20일은 넷플릭스가 지난해 4분기 사업보고서를 발표한 날이다. 이를 통해 주주들이 구독자 수 추이 등 올해 사업 비전 등을 확인하고 현 시점이 고점이라 판단해 대거 매도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도 주주들의 손을 매도 버튼으로 향하게 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6% 오른 77억1000만달러(약 9조1942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4% 내린 6억3000만 달러(약 7513억 원)에 그쳤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예고 등에 따라 세계 증권시장이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겪는 것도 배제하기 어렵다. 넷플릭스가 속한 나스닥 시장 역시 올해 들어 1500포인트 가량이 내리는 등 하락장을 겪고 있다.
이에 미국 증권가에서도 넷플릭스의 목표 주가를 400달러 선까지 내리는 곳이 나오면서 "투자를 권고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주가 폭락이 주는 의미가 또 다른 기회라고 판단하는 이도 적지 않아 이목을 끈다.
여전히 넷플릭스가 보유한 누적 구독자 수(약 2억2000여 명)가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아마존프라임 애플TV 등 글로벌 OTT업체와 '토종 OTT'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등 경쟁업체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있고, 코로나19 이전부터 꾸준한 우상향을 기록했던 기업이라는 해석에서다.
또한 넷플릭스가 가진 구독자 수의 힘에 따라 '오징어 게임'에 필적할 만한 콘텐츠가 나온다면 언제든지 상승장을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 공개 후 3주 만에 시가총액 28조 원을 늘렸고, 이후 공개된 '마이네임' '지옥' '고요의 바다' '솔로지옥' 등 K콘텐츠들이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아태(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리틀 버핏'이라고 불리는 해지펀드 투자자 빌 애크먼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애크먼은 넷플릭스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21일 오히려 넷플릭스 주식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총 310만 주를 매수한 20대 주주까지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애크먼은 "시장이 우리에게 놀라운 기회를 제공하게 돼 상당히 기쁘다"며 "오래 지켜봤던 기업인 만큼 매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역설했다.
외신의 전망도 눈여겨볼 만하다. 23일 미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는 칼럼을 통해 "가입자 증가에 초첨을 두는 것은 넷플릭스가 수익성이 높은 회사가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넷플릭스는 구독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끌어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종목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넷플릭스의 한국 지사인 넷플릭스코리아는 지난 19일 올해 공개될 K콘텐츠 라인업과 사업 전략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여전히 망 사용료 미지불이나 요금 인상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지난해 성과를 증명하면서 최선의 제작 환경 보장 등을 통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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