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과 호흡이 버킷리스트…연기가 재미있어 졌다"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영화 '기생충'(2010)에 출연한 배우들은 연기 인생에서 영광의 순간을 떠올리라면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장면을 꼽는다. 기택(송강호 분)의 첫째 아들 기우 역을 연기한 배우 최우식도 그랬다.
그러나 젊은 배우에게 세계적 위상은 경우에 따라 부담으로 다가온다. 올해 데뷔 10년 차를 맞은 최우식은 '기생충' 이후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지만 매 작품마다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를 하는 순간에 대해 고민이 깊어가는 모습이다.
최우식은 새해 첫 개봉작으로 극장가를 두드린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에서 정의로운 신입 경찰이자 상사인 박강윤(조진웅 분)을 언더커버로 수사해야 하는 최민재 역을 맡았다. 강윤의 부하 직원으로서 지시에 따라야 하지만 그를 지켜보며 겪게 되는 여러가지 감정과 액션 신이 빛을 냈으며 처음으로 액션 영화의 주연을 맡아 다양한 색의 연기를 마음껏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우식은 인터뷰 내내 '과정'을 언급했다. '기생충' 이후 부담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을 바꾼 답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경관의 피'를 통해 조진웅 박희순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기존의 최우식과 다르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 뿌듯했다는 최우식을 만나 소감을 엿들었다.
"'기생충' 이후 엄청난 부담이 있었어요. 모든 '기생충' 식구들이 경험했을 거예요. 제가 완벽주의는 아니지만 배우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기 때문에 일에 대한 욕심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었거든요. 이런 대치점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등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죠."
"여기서 정말 너무 깔끔하게 나온 답이 '과정'이었어요. '경관의 피'는 배우로서 영화 현장에서 한 신을 갖고 고민하거나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거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작품이에요. 이규만 감독님과 미팅에서도 그런 모습들을 보려고 했어요. 이 감독님이라면 현장에서 깔끔하게 캐릭터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고, 제 목소리가 감독님에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죠. 과정들을 꿈꾸면서 작품을 선택했고, 촬영을 마치고 나서 제가 내린 답이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최우식이 꼽은 '경관의 피'의 매력은 '보드게임'같은 연출이었다. '경관의 피'는 극 중 인물 사이에서는 긴박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명확하게 드러내지만, 관객들은 전체 판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느낌으로 지켜보면서 민재가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연출됐기 때문이다. 또 멋진 수트 핏처럼 의상이 주는 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단 '경관의 피'의 목적은 박강윤(조진웅 분)입니다. 경찰이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일반적인 경찰수사극이 아닌 경찰이 경찰을 의심하고 민재의 시점으로 따라가는, 민재의 눈을 함께 빌려 박강윤이라는 사람을 의심하기 때문에 '보드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한 부분이기도 해요. 민재가 강윤을 바라보는 시선이 관객들이 저를 바라봤을 때 저를 더 잘 따라올 수 있게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하는지, 언더커버로 있는 민재로 바라보게 해야하는 지 이런 부분을 많이 얘기했어요."
최우식은 극 중 조진웅 박희순 박명훈 권율 등 '형님'들과 다양한 케미를 선사한다. 특히 조진웅과 위험한 브로맨스도 인상 깊다. 또 이들 선배들이 제작발표회나 인터뷰 등을 통해 최우식과 연기에 대해 "너무 예쁘고 대견스럽다"고 입을 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선배들에게 사랑 받는 비결을 묻자 최우식은 다시 과정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웃었다.
"앞서 공석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조진웅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제가 형이랑 케미가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친형이랑 7살 차이가 나거든요. 또 형이랑 엄청 친해요. 형제애같은게 몸에 베어 있다보니 이런 것들이 현장에서 발휘하는 지 모르겠지만 선배님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리죠.(웃음) 극으로만 보면 진지하고 다크해보일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아예 없었어요. 모니터 뒤에서 같이 노래들으면서 커피도 마시고 재미있게 지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올해 배우 10년 차인데 이제야 뭔가 그림을 크게 그리고 과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왜 과정 이야기를 계속 하냐면 사실 그 전에는 이런 것들을 느낄 틈이 없었거든요. 과정을 못보고 엉덩이에 불 붙은 사람처럼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욕심에 눈이 멀어서 큰 것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가 되게 재밌어졌어요. 그 전에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좀 다른 결로 들어간 것 같아요." <계속>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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