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로트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2014년 국내 첫 트로트 오디션 Mnet '트로트엑스'서 우승
[더팩트|강일홍 기자] 트로트 가수 중에서도 나미애(본명 김규순)는 애절한 발라드 풍 스타일의 보이스가 돋보이는 가수다. 한을 담은듯 깊은 울림으로 스며드는 목소리에 그의 가수인생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그의 상징곡은 2003년 리메이크 곡으로 부른 '님은 먼곳에'(편곡 송태호)다. 음반 발매 10여년이 지난 2014년에야 국내 첫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인 Mnet '트로트엑스'에서 부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버전은 원곡가수 김추자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나미애의 가창력이 도드라지게 부각된 당시 방송 영상은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수 1700만 뷰를 찍을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도 라디오 등에 자주 소개되는 그의 대표곡이 됐고, 최근에는 '국민가수'의 박창근 등이 부르면서 원곡가수는 물론 나미애 리메이크 버전까지 역주행하기도 했다.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사랑한다고 말 할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마음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곳에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나미애, 리메이크버전 '님은 먼곳에' 가사 1절)
'님은 먼곳에'는 그에게 30년 무명 설움을 벗게 해준 인생곡이 됐다. '트로트엑스'에서 나미애는 모두 4곡을 불렀지만 지금도 대중은 우승곡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대신 1차 도전곡이었던 '님은 먼곳에'를 꼽는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열창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는 건 그에겐 큰 아픔이다. '트로트 엑스' 우승 후 야심차게 발표한 신곡 '꿈인지 생신지' 역시 PR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이 취소되기도 했다.
"우승 후 잠깐이긴 했지만 처음으로 인기라는 걸 실감한 무대였어요. 당시의 박수와 환호가 지속적인 열기로 이어지지 못한 건 8년이 지난 지금도 내내 아쉽죠. 트로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지금과 많이 달랐던 것같아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운이 뒷받침돼야한다는걸 새삼 실감해요."
무명시절 차도 없이 버스를 갈아타며 업소를 전전하곤 했던 그는 몇번이나 가수를 포기하려고 했지만 '살다보면 반드시 양지도 있는 법'이라며 다독이신 어머니 격려로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트로트엑스' 결선 당시 방청석에서 눈물로 응원한 사람도 바로 어머니 박봉윤 씨다.
나미애는 최근 신곡 '용서'(조은파 작사 임종수 작곡)를 발표하고 야심찬 각오로 새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8집 이후 4년만에 내놓은 이번 신곡은 지금껏 발표한 노래 중 '가장 나미애다운' 정통 트롯 스타일을 표방했고, 그만큼 호응도 빠른 편이다.
"오늘이 쌓여 내일이 온다고 하잖아요. 아쉬웠던 지난 일들은 다 잊고 다시 차곡차곡 쌓아가려고 해요. 함께 출발했던 동료가수들이 유명해질 때마다 힘든 적도 있지만 지금은 모두 덜어냈어요. 앞으론 저도 즐기면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마침 내놓은 신곡도 저 자신을 힐링하는 곡이 됐네요."
나미애는 85년 KBS 드라마 '즐거운 우리집' OST를 시작으로 가요계에 데뷔해 '사랑의 노크'(2집), '이제 너에게 날'(SBS 드라마 사랑의 찬가 OST), 'Wanna 飛 (비)', '치맛자락' 등을 발표했다. MBC '난영가요제' 대상과 '대한민국 트로트 가요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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