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국민요집에 수록돼 있는 '너의 사랑'이 원곡
[더팩트|강일홍 기자] "평양공연을 통해 또 한번 짜릿한 경험을 맛봤어요. 무대 직후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면서 제게 한 말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최진희는 2018년 4월 남북한 화합의 장으로 마련된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 일행으로 북한을 다녀왔다. 2005년 조용필 단독공연 이후 13년 만에 재개된 남한 예술단 평양무대에는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백지영, 서현, 알리, 정인, 레드벨벳, 윤도현밴드 등 가수들이 참여했다.
당시 최진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선곡한 것으로 알려진 '뒤늦은 후회'와 자신의 히트곡 '사랑의 미로'를 불렀다. 두 곡 모두 김정일의 애창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연유로 평양무대를 통해 그는 다른 동료가수들과 다른 더 특별한 의미를 새겼다. '뒤늦은 후회'는 85년 현이와 덕이가 재결합해 발매한 곡이고, '사랑의 미로'는 그의 인생곡이다.
'사랑의 미로'(지명길 작사 김희갑 작곡)는 감미로운 발라드풍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가 매력이다. 최진희의 애절한 보이스에 실려 발매되자마자 국민 애창곡으로 폭발했다. 이곡은 '너의 사랑'이 원곡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국민요집에도 수록돼 있을만큼 북한에서도 잘 알려진 노래다.
'그토록 다짐을 하건만 사랑을 알 수 없어요/ 사랑으로 눈먼 가슴은 진실하나에 울지요/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흐르는 눈물은 없어도 가슴은 젖어버리고/ 두려움에 떨리는 것은 사랑의 기쁨인가요/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최진희 '사랑의 미로' 가사)
가수는 한 노래가 인기를 얻은 뒤 그 노래를 능가할만한 히트곡이 뒤따라야 비로소 정상에 선다. '그대는 나의 인생'(82년)으로 주목을 받고 있던 최진희는 84년 발매된 이 곡의 히트로 이런 통설을 입증했다. 그리고 첫해부터 10대에서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리며 KBS2 TV '가요톱10' 5주연속 1위, 골든컵을 달성했다.
충남 아산 출신의 최진희는 여고시절 이미 유명 음반사(오아시스레코드) 오디션에 합격할만큼 출중한 실력을 자랑했다. 초창기엔 6인조 걸밴드 '양떼들'을 결성해 호텔 삼정과 도쿄 등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활동했다. 그 무렵 김희갑의 눈에 띄어 KBS 드라마 '청춘행진곡' OST '그대는 나의 인생'을 부르면서 숨은 진주같은 가요계 '다크호스'로 일약 부상한다.
'사랑의 미로'는 그를 가요계 10대 가수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MBC 드라마 '물보라'(85년) OST로 백상예술대상 주제가상,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86년)로 서울국제가요제 금상을 받는 등 수많은 상을 독식한다. 김수희, 심수봉, 주현미 등과 1980년대 트로트 중흥 시대를 대표하는 여가수로 입지를 다졌다.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87년) '미련 때문에'(89년) '꼬마인형'(94년) '천상재회'(99년) '여정'(2005년) 등 이후론 부르는 곡마다 날개를 단다. 최진희는 트로트에만 치중하지 않고 발라드와 포크 곡도 많이 불렀다. 94년에 히트한 '꼬마인형'과 1999년에 발매한 '천상재회'는 30대에서 40대 주부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인기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서 공연을 많이 한 대중가수 중 한명이다. 1999년과 2002년, 2005년, 2018년 등 모두 4번째 방북 공연을 했다. 2000년대 남북가수들의 합동으로 펼쳐진 사할린 무대에도 섰다. 그만큼 '사랑의 미로'는 남북한에서 모두 대중적 애창곡으로 자리매김돼 있다. 3년전 북한 공연을 마친 직후 가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론 많이 아쉬움이 많았죠. 무대가 한정되다 보니 제 노래 '사랑의 미로'와 김정은 위원장이 선곡했다는 '뒤늦은 후회' 이 두 곡밖에 못했잖아요. '사랑의 미로' 못지않게 북한에서 인기가 있는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를 포함해 부르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았는데 정말 아쉬워요."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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