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역할+동시 촬영, 두 작품 모두 완벽 소화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모두가 힘들 거라 예측했지만, 작품에 대한 애정과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뚝심으로 극복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너를 닮은 사람'이 겹친 6개월의 시간은 대중에게 신현빈의 '강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신현빈은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극본 유보라, 연출 임현욱)에서 구해원 역을 맡아 전작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과는 상반된 캐릭터로 활약했다. 작품은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 정희주(고현정 분)와 그와의 짧은 만남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조연이 된 또 다른 여자 구해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너를 닮은 사람'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세와 이로 인한 장소 섭외 문제, 현장 스태프의 확진 등 여러 변수에 부딪치며 꽤 오랜 기간 촬영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대본이 미리 나와 있던 데다 완결 또한 일찍 난 편이라 순조롭게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에 신현빈은 "1월부터 했던 촬영이 8월에 끝이 났다. 하지만 방송은 얼마 전에 끝나 이제야 실감 난다. 진짜 끝났다는 생각에 쉬고 있다는 느낌도 지금에서야 든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사실 신현빈은 '너를 닮은 사람' 촬영 기간인 8개월 중 약 6개월간은 '슬의생'과 겹쳐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두 작품 모두 비중 있는 역할인 만큼 촬영을 병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현빈 또한 "컨디션 조절을 위해 먹을 수 있는 건 뭐든 먹었다. 약과 영양제는 정말 다 챙겨 먹었을 정도"라며 "주변 사람들도 걱정 속에서 계속 이것저것 챙겨줬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럼에도 '너를 닮은 사람'에 도전할 수밖에 없었던 건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특히 신현빈은 작품이 인물들을 한 가지 면모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그는 "인물마다 각자의 입장이 있고, 행위에 대한 이유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인물이 가진 내면과 그 뒷이야기까지도 궁금해졌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이면에는 어떤 모습들을 지니고 있을지,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이 절로 생겼다"고 설명했다.
신현빈이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또 있었다. 극 중 구해원은 믿었던 절친한 언니 정희주와 자신의 약혼남 서우재(김재영 분)의 외도로 상처를 받고 이들 곁을 맴돌며 복수를 계획한다. 때문에 신현빈은 시청자들에게 이미 각인된 '슬의생' 속 엉뚱하면서도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장겨울 역과 달리, '너를 닮은 사람'에서는 다소 어둡고 우울한 캐릭터를 보여줘야 했다.
상반된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신현빈 역시 촬영 전까지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아 동료 배우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돌아온 답변은 예상외였다. 신현빈은 "한 선배가 '아예 다르면 집중하는 데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조언을 해줬다. 체력적으로는 힘들겠지만 밸런스가 생긴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한 작품만 할 때는 너무 매몰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두 작품을 하기 때문에 그 외의 것들을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촬영에 들어간 신현빈은 조언의 뜻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실제로 해보니 어느 정도 공감이 됐다. 두 캐릭터가 너무 다르니까 오히려 혼란스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신 구해원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더 집중했다. 이미 메말라버린 인물이기에 감정의 높낮이 조절이 관건이었다. 신현빈은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날 때 너무 많이 울어도 될지 등을 많이 고민했다. 실제로는 엄청 울었던 장면이 나중에 보니 덜 운 모습으로 편집이 됐을 때도 있다. 해원이는 모든 게 끝나고 울 때를 제외하고는 사실 어디 가서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인물이다. 내가 많이 울면 해원이의 캐릭터가 약해지니까 더 신경 쓰였다"고 설명했다.
"후반부 때는 눈물이 자꾸 나서 ng 아닌 ng도 종종 내곤 했어요. 어떻게 해도 안 되고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되며 모든 걸 놔버리고 받아들이게 되니까 그때부터는 구해원으로서 그냥 서러웠던 것 같아요. 기본적인 감정이 서러움이었죠. 상대 배우들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고 속상했어요. 특히 호수(김동하 분)한테 동화책 읽어줄 때는 리허설 때부터 너무 슬퍼서 눈물이 계속 나더라고요. 동하가 왜 우는지 뭐가 슬픈지 해맑게 묻더라고요(웃음)."
다만 시청자의 반응은 방송 때까지 예측할 수 없었기에 가장 우려되는 점이었다. 신현빈은 "'슬의생2' 종영 후 짧은 시간 만에 '너를 닮은 사람'이 시작해 걱정됐다. 전작이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다른 캐릭터와 다른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첫 방송 때도 너무 걱정돼 주변에 계속해서 반응을 물어봤다. 다행히 다른 작품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장겨울 선생님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왜 이러냐, 무섭다, 그만하라는 반응이 재밌고 웃기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반면 '너무 메말라 보여 정수리부터 물을 주고 싶다'는 댓글도 인상 깊었어요. 보는 순간 감독님과 저는 '이거다' 했죠. 저희가 보여주고 싶었던 해원이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알아주신 것 같아 좋았어요."
작품을 끝낸 신현빈에게 제3자로서 구해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신현빈의 답은 작품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이자 모든 사람은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답변이었다.
"해원이가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이제는 알아서 잘하고 있겠죠(웃음). 그동안은 주변에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해원이도 힘든 시간을 겪었던 것 같아요. 그나마라도 희주랑 우재였는데, 그런 두 사람에게마저 배신을 당했기 때문에 더 망가졌고요. 윤상호(김상호 분)처럼 인생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만 '남자 때문에 왜 그래'라는 단순한 조언보다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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