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옷소매'·'어사와' 흥행 속 KBS '정통 사극' 부활
[더팩트|원세나 기자] '사극의 명가' KBS가 5년 만에 '정통 사극'을 다시 내놓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들은 "수신료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결정"이라며 정통 사극의 부활을 반가워하고 있다.
KBS 1TV 새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 연출 김형일·심재현)이 오는 11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태종 이방원'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麗末鮮初)'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배우 주상욱이 조선의 3번째 왕 태종 이방원 역을 맡았고 김영철은 이방원의 아버지이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로 분한다. 또 박진희는 이방원의 아내 원경왕후 민씨 역을, 예지원은 이성계의 아내이자 조선 최초의 왕비 신덕왕후 역을 각각 맡았다.
'태종 이방원'은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등을 탄생시킨 KBS가 2016년 '장영실'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정사(正史)에 근거한 정통 대하사극이다. 제작진은 실록의 기록을 단순히 재현하는 드라마가 아닌, 실록의 기록 그 너머에 있는 행간의 의미들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해 시청자에게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작품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여말선초를 배경으로 한 여타 사극들은 이방원이라는 인물을 늘 다른 주인공의 눈을 통해서만 그렸기에 우리가 보게 되는 이방원의 모습은 늘 단면적이었다"며 "이와 달리 '태종 이방원'은 역사적인 인물인 이방원을 기존과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방원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깊숙하게 다룬다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나날이 높아지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부합하고, 한편으론 오랜만에 부활하는 대하 사극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변화된 시대에 부응하는 참신한 영상미를 추구하고자 한다"며 "특히 사극 특유의 관습화된 촬영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인물의 심리와 권력의 배치가 드러나는 고급스러운 영상미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관심과 시청도 당부했다.
이런 제작진의 포부와 바람은 정통 대하사극의 부활을 바라던 시청자들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지며 환영받고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분위기는 좋다. 현재 안방극장은 '사극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안 외면받았던 사극이 다시금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KBS 2TV 월화드라마 '연모'(극본 한희정, 연출 송현욱·이현석)는 지난 22일 방송분이 시청률 10% 고지를 점령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작품은 쌍둥이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아이가 오라비 세손의 죽음으로 남장을 통해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궁중 로맨스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tvN 월화드라마 '어사와 조이'(극본 이재윤, 연출 유종선·남성우·정여진) 역시 시청률 4~5%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선방 중이다. '어사와 조이'는 엉겁결에 등 떠밀려 어사가 돼버린 허우대만 멀쩡한 미식가 도령과 행복을 찾아 돌진하는 조선 시대 기별 부인(이혼녀)의 '신개념 코믹 사극'을 표방한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 연출 정지인·송연화)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며 현재 MBC의 '구원 투수'로 불리고 있다. 특히 같은 날 방영을 시작한 송혜교 주연의 SBS 금토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극본 제인, 연출 이길복·김재현)를 6회 만에 시청률로 이겼으며 화제성 역시 1위를 기록했다.
강미강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옷소매 붉은 끝동'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으로 세기의 로맨스 정조와 의빈 성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물의 다채로운 매력과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과 완성도 높은 연출 등이 어우러지며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사극의 인기는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전 세계 TV 프로그램 시청 순위에서 '연모'가 세계 9위를 차지했다.
박지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의 세계적 흥행은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다. 그런 가운데 사극이 해외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며 "'킹덤' 당시 이미 느끼지 않았나. 한복의 미, 궁궐과 한옥을 비롯한 장소와 배경의 아름다움, 각종 전통 소품 등 우리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가장 쉽고 빠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뻔한 말이지만,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퓨전 사극, 로맨스 사극에 이어 정통 사극까지, 방송가는 '잘 만든 사극 한 편'이 가져다줄 K 드라마의 폭넓은 영향력과 파급력에 또 한번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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