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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Biz] 존재감 없던 티빙·웨이브, '킬러 콘텐츠'로 기지개

  • 연예 | 2021-12-03 07:40
넷플릭스에 안방을 내준 국내 OTT서비스 티빙과 웨이브가 각각 오리지널 드라마 '술도녀'와 '이상청'의 흥행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티빙, 웨이브 제공
넷플릭스에 안방을 내준 국내 OTT서비스 티빙과 웨이브가 각각 오리지널 드라마 '술도녀'와 '이상청'의 흥행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티빙, 웨이브 제공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술도녀' '이상청' 흥행이 가져온 변화와 전망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절대적 1인자가 있는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존재감을 드러내긴 어렵다. 제도권 진입을 위해 자산 이상의 투자와 노력이 동반되는 것은 물론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아서다.

다만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콘텐츠 시장에서는 킬러 콘텐츠가 있다면 논리가 달라진다. 유료 가입만 하면 안방에서 볼 수 있는 OTT콘텐츠일 경우 더욱 그렇다.

만약 작품 하나가 소위 '대박'이라도 난다면 진입 장벽은 크게 낮아진다. 해당 작품만을 보기 위해 새롭게 유료 가입을 시도하는 신규 가입자 수의 증가는 곧 사업자의 매출 신장과 새로운 투자처를 마련하는 통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안방을 내준 토종 OTT서비스 티빙과 웨이브가 그간 미미했던 존재감을 털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3일 데이타조사 업체 NHN DATA가 안드로이드 기기의 광고 식별값을 추출해 분석한 '2021년 하반기 앱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티빙, 웨이브의 하반기 앱 다운로드 수는 상반기 대비 각각 23%, 12%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업계 1위 넷플릭스(8%)보다 높은 수치다. 기존 사용자 규모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판도가 뒤집혔다고 보긴 어렵지만, 파이 싸움을 하는 시장 특성 상 나름의 유의미한 성과로 해석된다.

평균 사용 시간을 분석한 지표에서도 티빙과 웨이브의 약진이 눈에 띈다. 모바일 빅데이터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달 15일에서 21일까지 안드로이드와 iOS를 포함한 모바일 앱 주간 활성 사용자 수 지표에서 웨이브는 1인당 평균 사용 시간 236.8분을 기록해 191.35분의 넷플릭스를 앞섰다. 드라마의 경우 전체 회차를 한 번에 공개하지 않는 방식의 티빙도 186.73분으로 비교적 높은 평균 사용 시간을 기록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 여자들'은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로 인기리에 종영했다. /티빙 제공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 여자들'은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로 인기리에 종영했다. /티빙 제공

비결은 양 사가 그토록 고대했던 킬러 콘텐츠의 등장으로 꼽힌다. 티빙은 지난 달 26일 종영한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 여자들'(이하 '술도녀'), 웨이브는 같은 달 12일 모든 회차가 공개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이다.

두 드라마는 첫 회 방영과 첫 공개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진 않았으나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에서 꾸준한 인기를 모으며 주목을 받았다.

먼저 '술도녀'는 제목 그대로 여자 셋이 모여서 술을 마시는 이야기지만 이 안에 사랑과 우정, 기쁨과 슬픔 등 휴머니티를 스타일리시한 연출에 담아 2030시청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정은지 한선화 이선빈 등 주연들은 배우로서 확실한 커리어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인기에 따라 시즌2도 논의 중이다.

'술도녀'의 인기는 티빙의 유료 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티빙 관계자는 "'술도녀' 7회와 8회 방영 당시 유료 가입자 기여 수치가 전주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상청'은 배우 김성령을 원톱으로 내세운 정치 드라마이지만 나사 하나가 빠져 있는 듯한 블랙 코미디 냄새를 풍기며 인기를 모았다. 비장함과 진지함을 강조했던 'K정치 드라마'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작품이라는 해석과 함께 대선 정국과 맞물린 인기, 코미디 장르 속 직장인의 애환, 백현진 이학주 배해선 등 조연들의 활약 등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갑자기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 정은(김성령 분)의 파란만장한 정치 이야기를 다룬다. /웨이브 제공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갑자기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 정은(김성령 분)의 파란만장한 정치 이야기를 다룬다. /웨이브 제공

결국 해법은 콘텐츠로 보인다. 양 사가 출범 때부터 목표했던 해외 진출은 고사하고 내수 시장조차 실패하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전망도 다소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넷플릭스가 과거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론칭하면서 구독자 수를 대폭 늘린 것처럼, 티빙과 웨이브도 웰메이드 작품 한 편을 통해 저력을 증명한 결과다.

다만 여전히 격차는 크다. 넷플릭스는 같은 기간 K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지옥'의 연이은 성공으로 전 세계 구독자 수를 더욱 늘리고 이용 요금도 인상했다. 각각 출범 1년, 2년이 된 티빙과 웨이브가 그간 30여 편에 육박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놨지만 성공 확률이 낮았다는 점도 경쟁력 제고가 요구되는 이유다. '술도녀'와 '이상청'의 인기가 국내 OTT서비스 성장의 기폭제가 될 지 주목된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좋은 콘텐츠는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콘텐츠다. 이를 위해 연령이나 성별 등 타깃을 명확히 설정하고 어떤 장르로 승부수를 띄울지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양 사가 사업을 시작한 지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기를 겪고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도 "국내 OTT사업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사업 경쟁력을 제고를 위한 정책적인 관심과 세액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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