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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곡㊷] 이상번 '꽃나비 사랑', 가수보다 노래가 더 유명

  • 연예 | 2021-11-11 00:00
이상번이 부른 '꽃나비 사랑'은 가수 이미지보다 노래가 더 유명한 대표적인 꽃 노래다. 이 곡은 무려 7명의 가수들 사이에 돌고돌아 이상번에게 낙점됐다. /더팩트 DB
이상번이 부른 '꽃나비 사랑'은 가수 이미지보다 노래가 더 유명한 대표적인 꽃 노래다. 이 곡은 무려 7명의 가수들 사이에 돌고돌아 이상번에게 낙점됐다. /더팩트 DB

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로트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강진 최석준 현진우 등 7명 돌고돌다 이상번에게 '히트' 낙점

[더팩트|강일홍 기자] 장윤정의 '꽃', 최석준의 '꽃을 든 남자', 조승구의 '꽃바람 여인', 배일호의 '꽃보다 아름다운 너' 등 가요계에는 '꽃'을 제목으로 담은 노래가 많다. 꽃은 사랑과 이별, 그리움의 심경을 극대화하는 의미로 표현되지만 대중 히트곡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 않다.

이상번이 부른 '꽃나비 사랑'은 가수 이미지보다 노래가 더 유명한 대표적인 꽃 노래다. 이상번은 뮤지컬 배우시절 즐겨 부르던 팝 스타일 창법을 자신의 감미로운 음색에 실어 짧은 시간 내에 대중 공감대로 불러일으켰다. 이 곡은 무엇보다 님을 향한 그리움이 잘 묻어나 있다.

'꽃나비가 되어 날아가고파 그대 품에 안기고 싶어/ 살랑살랑대며 외면한 당신 내 품에 돌아와 줘요/ 산이 높아 내게 못 오시나 길이 멀어 못오나/ 야이야이야 나는 알아요 당신의 그 마음을/ 꽃나비가 되어서 날아와줘요 내사랑 꽃나비 사랑'(이상번의 '꽃나비 사랑' 가사 1절)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누구나 흥얼거리는 대중 유행가로 각인되기까지 누가 최종 히트곡 주인공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곡은 무려 7명의 가수들 사이에 돌고돌아 이상번에게 낙점됐다. 김성민이 불러 반응이 없자 최석준 이성우 현진우 강진 박상철 등이 입질을 했다.

이상번은 뮤지컬 배우시절 즐겨 부르던 팝 스타일 창법을 자신의 감미로운 음색에 실어 짧은 시간 내에 대중 공감대로 불러일으켰다. 사진은 코로나 이전 대학로 SH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던 당시. /이상번 제공
이상번은 뮤지컬 배우시절 즐겨 부르던 팝 스타일 창법을 자신의 감미로운 음색에 실어 짧은 시간 내에 대중 공감대로 불러일으켰다. 사진은 코로나 이전 대학로 SH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던 당시. /이상번 제공

"어느날 (박)상철이가 이 곡을 들고와서 '강진 선배가 녹음을 준비하다 보류한 건데 형님이 부르시면 딱 어울릴 것같다'고 해요. 당시 저는 '이별 그리고 숙명'이란 곡을 녹음 중이었는데 상철이 말이 '그 우울한 이별곡 때려치고 꽃나비 타고 훨훨 날으세요' 이러더라고요."

사실 박상철도 이 곡을 욕심 냈다고 한다. 한데 녹음을 포기한다던 강진이 다시 부르고 싶다고 작곡자에게 재요청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절친 선배가수 이상번에게 강력히 권유했다. 이상번은 "여러 가수들의 손을 탄 뒤끝이라 내키지 않았지만, 부를수록 정이 가는 노래였다"고 말했다.

'꽃나비 사랑'은 '천년지기' '꽃을 든 남자' 등을 쓴 작곡가 김정호의 곡이다. 악보를 받아든 이상번이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3일 밤낮을 연습해 자신의 스타일로 굳혔다. 애초 정통 트로트 장르에 팝송 느낌의 변형된 리듬이 가미된 건 이 때문이다.

"작곡가 분이 녹음실에서 노래를 들어보더니 딱 그러더라고요. 그동안 여러 가수가 각기 다양한 스타일로 불러봐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에야 진짜 주인공을 만났다고요. 유명 작곡자가 그렇게 얘길 하니 시작부터 자신감 충만이었죠."

음반을 낸 2004년 대구 등 지방에서부터 슬슬 반응이 오더니 불과 6개월만에 전국적으로 바람을 탔다. 방송섭외는 물론 행사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1999년 '인생은 새옹지마'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입문한 지 5년만에 그는 후배가수 박상철의 말처럼 '훨훨' 날았다.

이상번의 인생곡 '꽃나비 사랑'은 이후 KBS '전국 노래자랑'에서 80회 이상 아마추어 가수들의 도전곡으로 불릴만큼 매력있는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KBS '전국노래자랑' 캡처
이상번의 인생곡 '꽃나비 사랑'은 이후 KBS '전국 노래자랑'에서 80회 이상 아마추어 가수들의 도전곡으로 불릴만큼 매력있는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KBS '전국노래자랑' 캡처

'꽃나비 사랑'은 이후 KBS '전국 노래자랑'에서 80회 이상 아마추어 가수들의 도전곡으로 불릴만큼 매력있는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이상번은 "봄만 되면 팬들이 먼저 찾는 저의 영원한 인생곡이 됐다"면서 "17년째 누리는 변함없는 팬 사랑에 저절로 엔돌핀이 솟는다"고 말했다.

이상번은 배우 출신 가수다. 1975년 연극에 입문해 창작극 '염꾼' 번역극 '찰리브라운 뮤지컬' 등에 연출과 연기자로 인연을 맺은 뒤 '갈매기' '무덤의 주검' 등 2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후 배우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아 '수렁에서 건진 내 딸' '어제 내린 비' 등 스크린에서도 활약했다.

연기활동을 하면서도 뛰어난 노래실력을 발휘해 주변을 놀라게 했던 그는 가슴속에 불타는 '노래의 열정'을 분출하기 위해 뒤늦게 방향을 틀었다. 1990년 1월 옴니버스 음반 '어머니'에 참여한 이후 9년만인 99년 '인생은 새옹지마'를 발표하면서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데뷔 초창기 그는 이동현이란 이름로 활동하다 세상을 뒤집어 놓으라는 뜻을 담은 이상번으로 개명했다. '보고 또보고' '청춘인생' '춤추는 김삿갓' '부산아리랑' '하늘이여 땅이여' 등을 직접 작사 작곡한 실력파 싱어송 라이터로 피아노와 건반, 색서폰 등 악기연주에도 능한 팔방미인이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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