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매각 기대감 주가 반영…인수 후보 CJ ENM 거론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겸 총괄프로듀서가 지분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CJ ENM이라는 가능성 높은 구체적 인수자도 거론됐다. 26년 전 아이돌 그룹의 전형을 만들고 그간 수많은 스타를 배출해 'K팝 아버지'로 불린 그의 행보에 자본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52년생인 이수만 프로듀서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와 함께 국내 아이돌 문화를 정착시키고 K팝의 세계화를 이끈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10년 등기이사직을 사퇴하면서 전문 경영인을 대표로 세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코스닥 상장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로서 역할은 물론 프로듀서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돌 그룹의 시초 격인 1996년 H.O.T부터 트렌드에 맞게 메타버스 콘셉트로 올해 데뷔한 신예 그룹 에스파까지 모두 이수만 프로듀서의 작품이다. 미래 스타를 발굴하는 눈과 다년간 노하우가 쌓인 음악적 감각은 업계 내 최고라는 수식어도 여전히 그의 뒤를 따른다.
그러나 최근 'SM 매각설'에 물음표를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인기 가수 겸 MC 시절을 보내던 1989년,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SM기획을 시작으로 1995년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의 주인을 가족이나 사내에 승계하지 않는 것은 물론, 코로나 여파에도 글로벌 팬덤 문화의 성장으로 사업 전망이 밝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내놓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도 이수만 프로듀서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설은 제기된 바 있다. 2003년 그가 횡령 혐의로 구속됐을 때나 2014년 부인과 사별했을 때 등이다. 또 사내이사 등재가 회사의 주주가치를 해친다는 여론에 따라 이사직에서 물러났던 무렵 아들 현규 씨에게 승계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수자까지 거론되면서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흐름 변화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과거 K팝 기반의 콘텐츠만 제작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글로벌 미디어 및 플랫폼 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의 확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 주식 시장도 최근 이수만 프로듀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4월까지 2만 원대를 유지했던 에스엠 주가는 5월부터 업계 호황과 지분 매각설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더니, 최고 8만5000원(27일 종가 기준)까지 4배 넘게 치솟았다. 이달 들어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지만 7만 원 대 이하로 떨어진 날도 없었다. 어느 때보다 지분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CJ ENM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CJ ENM과 SM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합병설에 대해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으나, 업계에서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양사의 합병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점치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당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은 그간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 확대에 주력한 카카오였다. 다만 카카오가 모종의 이유로 발을 뺀 자리에 CJ ENM이 등장했고, 최근 CJ ENM이 SM엔터테인먼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최소 6000억 원, 최대 7000억 원 수준의 인수가까지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CJ ENM은 CJ그룹 계열 미디어 사업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나 영화, 드라마, 음악 제작까지 발을 넓히며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17년 경영 복귀 후 내걸었던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슬로건 '그레이트 CJ'를 이루기 위한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올해 5월에는 비전 선포식을 통해 향후 5년 간 콘텐츠 제작 사업에 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거대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CJ ENM이 강력한 음악적 IP를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를 품는다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대성공으로 SM엔터테인먼트를 단숨에 제치고 엔터 대장주에 오른 방시혁 프로듀서의 하이브를 견제할 유일한 대항마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경영보다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그간 견해와도 잘 맞아떨어질 여지가 높다.
한편 이수만 프로듀서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18.73%(이하 28일 종가 기준)로 지분 가치는 약 34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가총액은 최근 주가 상승세에 따라 1조8506억 원까지 올랐으며, 올해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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