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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곡㊳] 정수라 '어느날 문득', "부를 때마다 울컥한 떨림"

  • 연예 | 2021-10-14 00:00
정수라는 맑고 청아한 보이스의 뚜렷한 색깔로 전성기 시절엔 부르는 노래마다 히트하며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대표곡은 다름 아닌 '아! 대한민국'이지만, 그는 가수로 살면서 자신의 감정을 가장 충실하게 담은 '어느 날 문득'(2017년)을 인생곡으로 꼽는다. /제이뮤직컴퍼니 제공
정수라는 맑고 청아한 보이스의 뚜렷한 색깔로 전성기 시절엔 부르는 노래마다 히트하며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대표곡은 다름 아닌 '아! 대한민국'이지만, 그는 가수로 살면서 자신의 감정을 가장 충실하게 담은 '어느 날 문득'(2017년)을 인생곡으로 꼽는다. /제이뮤직컴퍼니 제공

임영웅이 '사랑의 콜센타'서 불러 원곡자 울린 역주행 노래

[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수 정수라는 나미 이선희 등과 함께 80년대 가요계의 여성 트로이카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맑고 청아한 보이스의 뚜렷한 색깔로 전성기 시절엔 부르는 노래마다 히트하며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그의 대표곡은 다름 아닌 '아! 대한민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의 탄생은 80년대 군사정권의 암울한 시대적 배경과도 맞물려 있다. 1983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뒤 당시 가수들의 음반에 무조건 '건전가요'를 함께 수록하도록 의무화 했다. 이때 '아! 대한민국'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정수라를 일약 스타 덤에 올려놨다.

"첨엔 왜 이런 스타일의 노래를 불러야하는 지를 몰랐죠. 당시엔 나이도 어렸고 정치나 사회 분위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직전 부른 '바람이었나'가 막 반응을 일으키려던 참이었는데 그걸 접고 이 노래를 부르라는 소속사 강요가 싫었어요. 한 마디로 저한테는 내키지 않은 노래였죠."

물론 70년대에도 정치적 이유로 가요계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끄떡하면 왜색이니 불건전 가요니 하며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군사정권 사회정화위원회는 가수들한테 개인의 음악적 취향보다는 규격화된 노래를 강요했다.

가수 정수라는 나미 이선희 등과 함께 가요계 여성 트로이카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80년대 KBS와 MBC 양대 신인가수상을 쉽쓸고 이듬해부터 열번의 10대 가수상에 오르는 등 스타가수로 도약한다. /더팩트 DB
가수 정수라는 나미 이선희 등과 함께 가요계 여성 트로이카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80년대 KBS와 MBC 양대 신인가수상을 쉽쓸고 이듬해부터 열번의 10대 가수상에 오르는 등 스타가수로 도약한다. /더팩트 DB

정수라는 "소속사의 방침을 거스를 수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가수 개인의 의사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규제가 생기면 불이익을 받는 게 정상인데 저는 대중적 인지도를 얻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면서 "의도치 않았던 이 노래가 긴 무명 가수 설움을 날려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는 내키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정수라를 '희망을 노래하는 대한민국 대표 가수'로 각인시켰다. 대중 스타가수라는 입장에서보면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후 이 곡은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으로 이어지며 '제2의 애국가'로 불릴만큼 국민가요로 자리매김한다.

정수라는 이 곡을 발표한 그해 KBS와 MBC 양대 신인가수상을 쉽쓸고 이듬해부터 열번의 10대 가수상에 오를만큼 일약 스타가수로 부상한다. 하지만 그 자신이 평가하는 인생곡은 따로 있다. 정수라는 가장 힘든 시기에 불렀던, 그리고 가수로 살면서 자신의 감정을 가장 충실하게 담은 '어느 날 문득'(2017년)을 꼽는다.

'어느 날 문득 돌아다보니 지나온 모든 게 다 아픔이네요/ 날 위해 모든 걸 다 버려야는데 아직도 내 마음 둘 곳을 몰라요/ 오늘도 가슴엔 바람이 부네요 마음엔 나도 모를 설움이 가득/ 어디로 갈까요 어떻게 할까요 아직도 내가 날 모르나봐요'(정수라 '어느날 문득' 1절)

정수라는 최근 알고보니혼수상태가 작곡한 신곡 '도라지꽃'으로 깊어가는 가을의 짙은 감성을 내뿜고 있다. 트롯 발라드 풍의 애절한 느낌의 이 곡은 그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이뮤직컴퍼니 제공
정수라는 최근 알고보니혼수상태가 작곡한 신곡 '도라지꽃'으로 깊어가는 가을의 짙은 감성을 내뿜고 있다. 트롯 발라드 풍의 애절한 느낌의 이 곡은 그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이뮤직컴퍼니 제공

"가수로 살면서 제 감정을 가장 충실하게 담은 노래예요"

'어느날 문득'(홍진영 작사 작곡)은 원래 2014년에 녹음을 끝냈지만 2017년에야 발표됐다. 여러가지 이유로 늦어졌다. 가슴 저미는 가사와 애절한 곡조가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임영웅이 '사랑의 콜센타'에서 불러 원곡자를 울렸던 노래이기도 하다.

"누구라도 힘든 시기는 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때가 하필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거든요.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울컥 떨림을 주는 노래예요. 이전에 비하면 많이 담담해져 편하게 부를 수 있게 됐어도 저의 수많은 히트곡 중에 감히 인생곡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수라는 '아! 대한민국'을 필두로 '바람이었나' '풀잎이슬' '아버지의 의자' '도시의 거리' '눈물의 의미' '내사랑 본적이 있나' '환희' 등 숱한 히트곡을 내며 '한국 여자 톱가수' 대열에 올라섰다. 영화 '외인구단'(86년)의 주제가 '난 너에게'를 부르면서 영화 삽입곡으로 두 번째 빅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 그는 알고보니혼수상태가 도라지꽃 설화를 모티브로 작곡한 신곡 '도라지꽃'으로 깊어가는 가을의 짙은 감성을 내뿜고 있다. 도라지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트롯 발라드 풍의 순수하면서도 애절한 느낌의 이 곡은 그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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