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NEXT EPISODE' 발매, 변화와 확장의 결과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이별, 그 후의 감정소진, 그리고 초월자유. AKMU(악뮤)가 '항해'로 시작해 'HAPPENING(해프닝)을 거쳐 'NEXT EPISODE(넥스트 에피소드)'로 이어온 서사다. 'HAPPENING'에서 이찬혁과 이수현의 파트를 구분했던 AKMU는 이번엔 모든 트랙에 한 명씩을 더했다. 그렇게 AKMU는 또 한 번 진화했다.
AKMU는 지난 26일 새 앨범 'NEXT EPISODE'를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단연 피처링 군단이다. 총 7트랙으로 구성됐는데 각 곡에 한 명씩의 뮤지션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컬래버레이션 앨범'이 됐다. 그 라인업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아이유, 이선희, 자이언티, 빈지노, 크러쉬, 잔나비 최정훈, 샘김이다.
전곡이 피처링 곡이라는 것도 새로운 시도지만 사운드적으로도 20세기 후반의 레트로한 사운드를 영감으로 여러 컬래버레이터의 음악적 색깔을 더해 보다 신선하고 실험적인 트랙들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취다. '음원 최강자'로 군림하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늘 변화를 추구한 AKMU의 정체성이 투영됐다.
솔로 가수가 아닌 듀오가 한 곡도 아니고 한 앨범의 전곡을 피처링 뮤지션과 호흡을 맞춘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과 조화를 이뤄야하고 그만큼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악뮤의 노래보다 다른 분들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그분들의 노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이는 큰 도전이었다.
AKMU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7곡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본인들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시각화했다. 단순히 7개를 찍은 게 아니다.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유기적으로 엮어냈고 연재물처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28일까지 '전쟁터'(with 이선희), '낙하'(with 아이유), 'Stupid love song(스투피드 러브 송)'(with 크러쉬)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또 다른 변화도 있다. '전곡 이찬혁 작사 작곡'의 앨범 구성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이찬혁은 2013년 SBS 'K팝스타2'에 출연했을 당시부터 선보인 모든 곡의 작사 작곡을 도맡았지만 이번엔 전곡 공동 작곡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다음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싱글 'HAPPENING'에서 이미 감지됐고 이를 더 확장했다.
빈지노의 랩 파트를 제외하고는 모든 노랫말을 이찬혁이 썼다. 이는 변하지 않은 부분이다.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오롯이 담기 위한 AKMU만의 뚝심이기도 하다. AKMU는 이 앨범에서 '초월자유'를 말하고자 했다. 단순히 육체적인 안락과 편안함을 넘어 어떠한 환경이나 상태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내면의 자유를 의미한다.
'NEXT EPISODE'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나, 남들의 기준과 시선, 개인의 아픔 등으로부터 굴복하지 않고 내면의 단단함을 잃지 않고자 하는 의지의 이야기이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함께 희망을 찾고 결국 우리가 꿈꾸는 목적지로 도달할 수 있다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다.
AKMU 음악의 독보적인 강점 중 하나는 일상을 바라보는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시선이었다. 이는 이찬혁, 이수현 두 사람이 성장하고 그에 따라 가치관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지점으로 옮겨 갔다.
'HAPPENING' 발표 당시 이수현은 "우리는 더 어린 척이나 어른스러운 척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똑같이 음악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던 바 있다.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젠 내면을 향한다. 서서히 옮겨가던 AKMU의 시선은 'NEXT EPISODE'에서 한층 더 또렷해진 셈이다.
이찬혁은 "우리 음악이 비가 땅에 내리면 싹을 틔우고 나무를 키우듯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대한 포부가 있었다. 지금은 좀 달라졌다. 세상은 여러가지 다양함이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거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 앨범의 메시지를 받고 변화할 준비가 된 분들이 마음을 먹거나 변화의 단계로 넘어가는 토대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재기 발랄했던 악동뮤지션은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더 폭넓고 깊이 있는 AKMU가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들의 음악엔 섬세한 표현과 공감이 존재한다. 조급하게 변화를 꾀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오롯한 감정과 생각에 도전의식을 더한 결과물들이다. 그렇게 '이렇게 살아야 돼'가 아닌 '우리는 이랬어'라는 AKMU만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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