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은 축구 홍보가 목적..."다시태어나도 축구 선수되겠다"
[더팩트ㅣ이승우 기자] 황선홍(53)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한국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스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동시에 그의 이름은 선수와 지도자로서 영광의 상징이었고, 아픔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한국 축구의 부침과 운명을 함께한 대표적 스타로 꼽히는 만큼 구구절절한 사연도 많아 꼭 한 번 인터뷰를 통해 만나고 싶은 인터뷰이 1순위였다.
축구선수로서, 네 번의 월드컵대회에 출전한 스트라이커 황선홍. 지구촌 축구선수라면 단 한 번이라도 뛰기를 바라는 월드컵 무대에 무려 4회 연속 이름을 올린 그의 파란 많은 축구 인생은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꽃을 피웠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승리란 기록을 남겼다.
황선홍은 은퇴 이후에도 지도자로서 파란을 일으켰다. 그가 지휘봉을 잡았던 포항 스틸러스는 2013년 K리그 정상에 올랐고, 2016년엔 FC서울을 K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어떤 이들에게 황선홍은 '레전드' 였고, 누군가에겐 믿음직스러운 '명장'이었다.
'황선홍'이란 이름 석자는 축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2월 설 특집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를 통해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같은 시기 JTBC '뭉쳐야 찬다',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등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적극적인 방송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요즘 운동 선수들의 방송 출연이 빈번해지고 있지만 그는 또 어떤 심정으로 방송가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올해 초 경기도 판교에서 축구 관계자들과 만나 축구 부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몇몇 축구 지도자들이 코로나19로 위축된 축구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황선홍 역시 축구계 발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방송 출연을 강행했다고 한다.
단순히 뒤늦은 예능 진출 쯤으로 비교 될 수 있지만, 황선홍은 "난 예능이 맞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축구인들의 방송 활동을 통해 대중이 좀 더 축구와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잠시 동안 출연을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이 4강에 진출한 역사적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축구팬들에게 그의 위상은 여전히 강렬하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메달에 도전하는 김학범호가 23일 뉴질랜드와 첫 경기를 갖기 하루 전 서울 경희궁길의 한 카페에서 황선홍을 단독으로 만나 그의 축구인생과 도쿄올림픽 축구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 축구선수로서 25년을 넘게 살았는데, 지겹지 않나요. 다음 생애도 또 선택하겠습니까?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아무래도 국내와 일본에서만 뛰다 보니 유럽 무대 경험을 하지 못했어요. 유럽에서 큰 커리어를 쌓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은 없지 않아 있죠. 다시 태어나면 유럽에서 재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 그래도 축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나요?
1998년 월드컵을 앞두고 중국과 마지막 평가전에서의 부상으로 조별리그 3경기를 한 번도 못 나갔어요. 97년도에 무릎을 다쳐 수술하고, 약 1년 4개월을 월드컵 본선이라는 무대를 목표로 재활을 참아냈는데, 그게 좌절이 되니까 많이 힘들었어요. 거의 (축구를) 포기할 정도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1~2년이라도 유럽이나 해외에 나가서 활동을 한 번 해보고 은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 '축구 인생은 여기서 이렇게 끝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죠.
- 황선홍에게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의 의미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뭔가 우리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동안 (월드컵에서) 1승도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다행히 2002년 한일월드컵은 좋은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고, 그 계기로 인해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후배들도 많아졌으니 의미가 있던 대회가 아니었나 싶어요.
- 2020 도쿄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한국 축구팀 예상 성적은 어떻게 보나요.
김학범 감독님이 일 한번 내겠다고 했으니까 우리는 믿고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쉬운 상대는 없겠지만, 비교적 조 편성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좋은 성적 기대됩니다. 우리 후배들이 런던올림픽(동메달)을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번 와일드카드에서 손흥민 선수가 제외됐는데, 많은 국민이 아쉬워 하는 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동안 너무 많은 경기를 소화했고, 부상의 위험도 있으니까요. 김학범 감독님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 결정에 대한 의사는 굉장히 존중해야 하고, 모두가 하나가 돼 한국팀이 잘 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 물론 모든 선수의 실력이 좋겠지만, 그래도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눈여겨볼 선수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이강인 선수요. 지난 13일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을 보니까 (이강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미드필드에서 창의성 차이가 있더라고요. 미드필드의 경쟁력이 있어야 다른 팀을 상대하기가 수월해요. 권창훈 선수나 이강인 선수 등 우리 미드필드 선수들에게 많은 기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가 있나요.
의외로 온두라스팀의 경우는 복병에 가깝고. 뉴질랜드가 조금 약팀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호주도 2-1로 이길 정도로 전력이 만만치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팀이 첫 상대인 뉴질랜드 아닌가 생각해 봤습니다.
- 여전히 눈빛에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남은 인생도 축구의 길을 걷나요.
당연하죠. 아직은 젊다고 생각해요.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에 대해선 한 번도 후회한 적도 없고, 변한 적도 없어요. 아직도 내가 목표했던 것을 다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준비해야 하고, 도전의 생각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황선홍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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