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이대엽 役…'사내의 세상은 그 여인이 됐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보쌈'은 배우 신현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처음부터 흥미롭게 시작했던 작품은 지금까지의 연기 루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어떻게 보면 도전이자 모험이었지만, 신현수는 7개월간의 긴 여정을 즐겼다. 그 결과 'MBN 역대 최고 시청률'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근 종영한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극본 김지수, 연출 권석장, 이하 '보쌈')는 생계형 보쌈꾼 바우(정일우 분)가 실수로 수경옹주(권유리 분)를 보쌈하며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인생 역전을 그린 로맨스 퓨전 사극이다.
신현수는 극 중 성균관 유생 이대엽 역을 맡아 형수에서 청상과부가 된 첫사랑 수경을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모습을 깊이 있기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극 말미에는 이대엽이 이이첨(이재용 분)의 아들로 살아왔지만, 사실 선조의 장자인 임해군의 아들임이 밝혀지며 반전을 이끌기도 했다.
7개월간의 사전 녹화와 20부작이라는 대장정을 마친 신현수는 "'보쌈'은 나에게도 도전인 작품이었다. 이전까지 했던 연기들과는 다른 결이어서 스스로도 새로운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마지막에는 결과도 좋아서 감사하게 기억이 될 것 같다. 외롭게 대엽이랑 공생했던 7개월의 시간이 위로받는 기분"이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복잡하고 어두운 서사가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캐릭터에 오롯이 녹아들어야 했던 신현수 역시 감정적으로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반면 복잡한 감정과 서사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신현수는 "처음 시놉(시스)을 보자마자 흥미가 생겨 출연을 결심했다. 대엽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연기적으로 재밌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보쌈'은 캐스팅 전부터 20회의 시놉시스가 모두 나와 있었기 때문에 신현수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보통 다른 드라마를 보면 초반 회차에 인물의 서사를 다 보여주고 극이 전개돼요. 반면 '보쌈'은 대엽의 서사가 5부, 9부, 18부에 한 번씩 나와요. '쟤는 왜 형수를 좋아하는 거야' '쟤는 왜 저렇게까지 집착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때쯤 제 서사가 하나씩 풀리는 셈이죠. 그러다 보니 한 인물의 서사를 점차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디테일적인 부분을 짚어서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 대신 1부부터 모든 서사를 체내화하는 작업이 많이 필요했고 어려웠지만요."(웃음)
때문에 신현수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피드백은 이대엽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시청자의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신현수가 이대엽의 서사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신현수는 "이대엽이란 친구는 좌의정 집안에서 태어나 남 부러울 게 없지만 고독했다. 형들은 자신을 시기 질투하고 부모님에게도 거리감과 소외감을 느끼지만, 이유는 모른다. 그러던 중 어린 나이에 궐에서 만난 수경이가 아무 편견 없이 자신을 바라봐주고 사랑을 준다. 그러다 보니 대엽이에겐 '사랑'을 형상화한 대상이 수경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렇게 집요할 정도로 수경이를 지키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대엽은 마지막까지 수경옹주를 지키고 죽음을 맞이한다. 신현수는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보여준 이대엽을 구축할 때 시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종종 시를 녹음해서 팬카페에 올리는데, 마침 한 시집이 대엽이라는 인물을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당시 읽은 구절이 대엽이의 서사와 같았다. '한 남자랑 한 여인이 있었다. 한 여인과 마주했던 그 순간, 사내의 세상은 그 여인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의 시다. 대엽이도 그렇다. 수경이를 만난 후, 온 세상은 수경이었고 존재의 이유도 수경, 살아가는 이유가 수경이었다"고 말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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