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로트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단 하루 만에 히트, 최 단기간 히트곡 기네스북 등재
[더팩트|강일홍 기자] 설운도는 가요계 남자가수 4총사로 군림했던 주역이다. 선배가수 현철 송대관 태진아와 함께 이른바 '트로트 4인방'으로 불렸다. 20년 지속돼온 이런 구도는 공교롭게도 트로트 붐이 일면서 무너졌지만, 설운도의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되레 인기는 나홀로 독주하는 분위기다. 설운도는 최근 임영웅이 불러 대박 히트(MV 조회수 2200만)를 기록한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의 작사 작곡자로 국내 트로트계 대표싱어송 라이터다운 면모를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이런 결과에는 그의 타고난 음악적 감각이 한몫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트로트 오디션 출신 후배가수들 사이에서도 '대중가요 트렌드를 주도하는 선배가수'로 꼽힌다. 인기서열 경쟁이 치열한 가요계 여건상 후배들이 존경하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알고보면 그는 원조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 출신이기도 하다. 1982년 KBS '신인탄생'에 출전해 5주 연속 우승을 거머쥔 실력파다.
"대중 스타들 중에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3남3녀 장남으로 태어난 저도 아버지 사업 실패로 연탄배달에 나설만큼 궁핍한 시절이 있었죠. 군생활을 마친 뒤에도 생계가 막막했는데 다행히 노래에 소질이 있어 가수 꿈을 키울 수 있었어요."
그가 일약 대중 인기가수로 올라선 과정도 극적이다. '신인탄생' 우승을 기반으로 가요계에 발을 들인 그는 이듬해인 83년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에 출연한다. 얼떨결에 출연해 부른 데뷔곡 '잃어버린 30년'은 가수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 곡은 정말 발표한 그날부터 인기곡이었어요. 그만큼 파장이 컸으니까요. 아시다시피 당시엔 '남북이산가족 찾기' 행사로 온 국민이 눈물바다를 이룰 때였잖아요.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워낙 애절하게 담은 곡이다보니 신인가수인 저까지 순식간에 유명가수로 급부상한거죠."
'잃어버린 30년'은 당초 작곡가 남국인의 '아버지께'라는 곡이었지만, 작사가인 박건호가 이산가족 분위기에 맞는 내용으로 급히 개사해 음반을 냈다. 녹음 후 이틀만에 방송되고, 하룻밤 사이에 이변을 일으키며 최단기간 히트곡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삼십 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 몸 서러워하며 그 얼마나 울었던가요/ 우리 형제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못다한 정 나누는데/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 메이게 불러봅니다'(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 1절)
설운도는 '잃어버린 30년'으로 데뷔 1년만에 제3회 KBS 가요대상 7대 가수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오른다. 그가 분단의 현실을 울부짖듯 가슴 절절히 담아낸 이 곡은 가요 100년사를 관통할 불후의 명곡으로 남아있다. 그는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도 이 곡을 으뜸 인생곡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설운도는 트로트 가수들 사이에서도 변형 장르를 주도해온 선두주자다. '여자여자여자'(92년)를 발표했을 당시 트렌드에 어긋난다며 방송가에서조차 처음엔 기피했다. 그룹사운드에나 어울리는 펑키 리듬이 어색하다는 이유였다. 앞서 선보인 '다함께 차차차'(91년) 역시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이후 트로트에 쌈바와 트위스트 리듬을 접목한 '쌈바의 여인'(95년), '상하이 트위스트'(97년)를 잇달아 발표하며 '신선하다'는 평가를 들었고, '설운도 스타일'의 노래로 꾸준히 인기를 누렸다. '누이'(컨추리뮤직)와 '보랏빛 엽서'(슬로곡) 등 실험적 장르를 넘나들며 정착시키는데도 일조했다.
올해 데뷔 39년째로 장윤정과 함께 트로트 부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듣는 대중가수다. 한때 '반짝이 의상'이 거부감없이 잘 어울리는 가수로도 인정받았다. 최근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로 다시한번 '명불허전 싱어송라이터'로 확고부동한 위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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