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수일투족 사생활 침해, 고통받는 연예인들
[더팩트|원세나 기자] '사생팬'도 팬일까?
다음 백과에 따르면 '사생팬'이란 사생활의 사(私), 생(生)과 팬(Fan)이 합쳐진 말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사생활을 침해하는 극성팬을 일컫는다. 사생팬의 대상은 가수나 배우, 모델 등 다양하다. 특히 아이돌 대상의 사생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그룹 엑소의 멤버 세훈이 사생팬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세훈은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근황을 전했다.
방송에서 세훈은 앞서 입대한 멤버들의 근황을 묻는 팬들의 질문에 "찬열이 형은 잘 지내고 있다. 백현이 형이랑은 아직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는데 잘 지내는 것 같다"고 답하는 등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다양한 이야기로 실시간 소통을 이어가던 중 세훈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고 잠시 라이브 방송은 중단됐다. 전화를 확인한 후 돌아온 세훈은 사생팬의 전화였다며 "부탁한다. 전화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사생팬들로부터) 하루에 (전화가) 100통은 온다"고 밝힌 세훈은 "그런데 일부러 번호를 안 바꾼다. 바꿔도 전화가 온다. 그게 더 귀찮아서 안 바꾼다"고 털어놨다.
일부 사생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SNS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거나 공식 석상에 있을 때 전화를 걸어 번호의 진위를 확인하곤 한다. 이번 세훈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가 종종 이 같은 상황을 겪은 바 있다.
이날 라이브 방송을 함께한 팬들은 세훈이 사생팬들로 인해 힘들어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며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사생팬으로부터 고통 받는 스타는 비단 세훈뿐이 아니고, 이런 소식이 전해지는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반적인 팬과 달리 사생팬은 연예인을 쫓아다니며 사생활 침해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자신의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연예인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며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는 그들은 촬영장소를 미리 알고 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비행기를 예매해 공항부터 해외까지 쫓아오거나 호텔 등에서 같은 층의 객실을 빌려 대기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한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 A는 "스케줄을 오갈 때 달려들어 신체를 만지고 몸에 있던 물건을 채가는 건 일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알아내 죽치고 기다리는 일도 다반사"라며 "냉정하게 말하면 이런 것들이 모두 범죄 아니냐. '팬이라서', '좋아해서'라는 이유로 넘어가기에는 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매니저 B도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솔직히 그들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라며 "분명히 불법적인 경로나 방법을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증거가 없으니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관계자들의 말대로 일부 사생팬은 연예인의 휴대전화 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 악용하는 등 개인정보침해를 저지르는가 하면 성추행이나 주거침입 또는 스토킹 등을 저지르면서도 그것이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예인과 소속사의 입장에서는 사생팬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다. 고소·고발로 인한 이미지 손상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번 법적 처벌 근거가 될 증거를 잡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민스러운 지점은 '사생팬도 팬 아니냐'는 생각이다. 그런 인식과 배경이 발목을 잡는다. 사생팬을 더는 일반적인 팬으로 보지 말고 그들의 행위를 사회 문제의 일종, 더 나아가 범죄의 일종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좋아한다면서, 그 좋아하는 상대에게 고통을 안긴다면 너무 역설적이다. 과연 '사생팬'도 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이 질문에 모두가 단호히 대답할 때다. 개인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쫓는 행위는 범죄일 뿐이다.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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