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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하늘-김창열 갈등, '제주 민박집'의 진실은(영상)

  • 연예 | 2021-04-23 07:00
래퍼 이현배가 안타깝게 숨을 거둔 후 그의 형인 DJ DOC 이하늘(왼쪽)과 김창열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하늘은 동생의 죽음을 '김창열 때문'이라며 분노했고 이 배경에는 제주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더팩트 DB
래퍼 이현배가 안타깝게 숨을 거둔 후 그의 형인 DJ DOC 이하늘(왼쪽)과 김창열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하늘은 동생의 죽음을 '김창열 때문'이라며 분노했고 이 배경에는 제주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더팩트 DB

이하늘-김창열의 앙금,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더팩트 | 제주 서귀포=이승우·정병근 기자] DJ DOC 이하늘은 자신의 동생인 45RPM 멤버 이현배를 잃었고 DJ DOC로 27년 동안 함께 활동한 김창열을 향해 "네가 죽였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김창열은 "고인을 떠나 보내는 슬픔이 가시지도 않은 채 오래 전 일을 꺼내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지난 20일 이현배의 빈소에 들러 조문을 하며 이하늘과 잠시 대면했던 김창열은 22일 발인식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지하 빈소에 따로 머물며 고인을 애도했다.

이하늘과 김창열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된 건 이현배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이후 이하늘의 폭로 때문이다. 27년 동안 팀을 유지해 오면서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겠지만, 이현배의 사망과 관련해 이하늘이 김창열을 저격한 주요 배경에는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이하늘이 SNS 라이브 방송에서 주장한 내용은 '김창열 정재용(DJ DOC 멤버)과 함께 게스트 하우스를 구매했다', '김창열이 리모델링을 해서 운영을 하자고 했다', '정재용이 자금이 없자 이현배가 집을 팔아 그 지분을 이어받았다', '리모델링 비용이 계획보다 늘어나자 김창열이 발을 뺐다', '게스트 하우스에 올인한 이현배는 생활고를 겪다가 죽었다'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 김창열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우선 고인이 되신 이현배 님의 삼가 명복을 빈다"며 "DJ DOC는 1994년 데뷔 이후 서로 의지하고 함께 성장해 오며 함께 비즈니스를 진행하기도 했었고 좋지 않았던 상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고인을 떠나 보내는 슬픔이 가시지도 않은 채 오래 전 일을 꺼내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같은 일이라도 각자의 상황과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마련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게스트 하우스를 두고 이들 사이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었던 걸까. 여러 궁금증이 증폭된 가운데 <더팩트>는 지난 20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문제의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주변 취재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해 봤다.

√FACT체크1=게스트 하우스로 사용했던 제주 땅과 건물의 실제 매입은 누가 했나

게스트 하우스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것은 이하늘이 김창열과 정재용에게 권유하면서다. 2016년 7월 지인 2명과 함께 제주도 서귀포시의 땅을 산 이하늘은 약 한 달 뒤 해당 땅에서 도보로 3~4분 거리에 매물로 나온 게스트 하우스를 구입하고자 했다. 당시 김창열과 정재용은 여유 자금이 없었지만 이하늘의 설득에 돈을 빌려 합류했다.

김창열과 공동 지분을 갖게 된 게스트 하우스와는 별개로 이하늘은 그보다 약 한 달 반 전 이미 별도의 땅을 매입한 상태여서 당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하늘은 게스트 하우스 주변의 이 땅을 지인 2명과 24억 원에 매입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18억 원을 담보 대출 받았다.

현장을 직접 확인해보니 이하늘이 지인 2명과 구매한 땅은 약 1000평 정도로 바닷가 앞에 위치해 전망이 좋아보였다. 바로 옆에는 유명 카페가 있고 그 옆에는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이하늘의 땅은 매입한 지 4년 9개월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공터다. 지인 여러 명과 공동 투자 목적이었는지 아직 활용 방안을 못 찾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약 200평에 달하는 게스트 하우스 부지까지 이하늘 혼자 매입하는 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김창열과 정재용이 들어 왔고 4억 6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하늘에 따르면 정재용이 내야 할 돈은 이하늘이 대출을 받아 대신 냈고, 이자는 정재용이 감당하기로 했다. 김창열은 장인에게 돈을 빌리고 대출을 받았다.

이하늘은 SNS 라이브 방송에서 "앞에 땅을 좀 갖고 있었는데 이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게스트 하우스가 나왔다. 멤버들 셋이 갖고 있다가 팔거나 누군가가 여기 내려와서 게스트 하우스를 해도 되고 우리끼리 쉬어도 되겠다 싶었다"고 게스트 하우스를 구매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다소 의아한 점은 "정재용의 돈을 내가 냈고 김창열은 장인어른한테 받고 해서 1억 3000만 원인가를 냈다"는 이하늘의 말과 달리, 등기부등본 상에는 해당 게스트 하우스를 매입하면서 김창열이 3억 원 담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장인한테 받은 돈의 액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돈까지 더하면 게스트 하우스 매입 금액의 상당 부분을 김창열이 부담했다는 얘기다.

김창열의 이름으로 담보 대출을 받으면서 이하늘이 그 채무를 책임지기로 약속했다면 모를까 서류 상으로는 이하늘의 주장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게스트 하우스 지분이 이하늘과 김창열 반반(공유지분 각 2분의1)이라는 점이다. 땅을 처분할 때 정재용의 몫을 챙겨줄 수도 있지만, 등기부등본 상 정재용은 지분 없이 이자만 내는 상황이다. DJ DOC 멤버로 오래 함께 한 사이에 구두 약속을 했더라도 서류 상으로는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다.

<더팩트>가 다각도로 확인한 결과 게스트 하우스 부지 매입은 이하늘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진행했고 김창열은 빚을 내서 매입 자금의 대부분을 부담했다. 두 사람 모두 돈에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결국 리모델링 과정에서 자금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실제 현장은 오래전 리모델링 작업이 중단된 듯 안팎에 자재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하늘과 김창열이 매입한 제주도 서귀포시의 게스트 하우스는 리모델링을 진행하다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다. 마당에는 돌과 나무들이 쌓여 있고 실내 역시 기존에 있던 인테리어를 싹 뜯어낸 상태 그대로였다. /정병근 기자
이하늘과 김창열이 매입한 제주도 서귀포시의 게스트 하우스는 리모델링을 진행하다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다. 마당에는 돌과 나무들이 쌓여 있고 실내 역시 기존에 있던 인테리어를 싹 뜯어낸 상태 그대로였다. /정병근 기자

√FACT체크2=이현배는 왜 합류하게 됐고 게스트 하우스 리모델링은 왜 중단됐나

이하늘의 주장에 따르면 게스트 하우스를 구매할 당시 정재용은 돈이 없어 자신이 돈을 빌려줬다. 이후 리모델링을 할 때도 정재용은 여윳돈이 없어 함께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이현배가 돈을 지불하고 정재용의 지분을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현배는 자금 마련을 위해 인천의 집을 팔았고 그 집은 2억 3000만 원 정도다.

한 측근에 따르면 리모델링을 하기로 한 것은 게스트 하우스를 구입한 후 김창열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이하늘이 동의하면서다. 이하늘 역시 라이브 방송에서 "한 1년쯤 지났나 계속 이자만 나가고 있으니까 김창열이 이렇게 놀릴 수는 없지 않냐고 했고 나도 그 말이 틀린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하늘은 돈이 없다는 정재용을 대신해 동생 이현배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이하늘은 "현배가 인천 아파트 살았는데 활동이 없으니까 수입이 없었다. 난 자신 있었고 (정재용의 지분을) 사는 순간 손해는 아니라고 했다"며 "현배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면서 준비했고 전 재산을 털어서 펜션을 만들 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8월 4억 6000만 원에 매입한 게스트 하우스는 총 6동으로, 모두 단층이고 크기도 작아 리모델링에 수 억 원이 들어갈 정도의 규모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이하늘은 '8000만 원을 예산으로 잡았는데 1억 2000만 원으로 비용이 증가했고, 그걸 이유로 김창열이 돈을 주지 않았고, 그래서 공사가 중단됐다'고 했다.

직접 찾아가 살펴 본 게스트 하우스는 리모델링 공사 초기에 곧바로 중단된 상태로 보였다. 샷시 일부를 새 것으로 교체했지만 바닥과 벽은 미장을 진행하다 만듯 보였고 천장의 서까래와 건물의 골조는 그대로였다. 게스트 하우스의 과거 사진과 비교했을 때 외관상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한 주민은 "그 게스트 하우스 공사가 중단되고 사람 발길이 끊긴 지 2년쯤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게스트 하우스 내 풀은 무성하게 자라 걷기가 어려웠고 입구는 나뭇가지가 뻗어 나와 거의 막혀있다시피 했다. 꽤 오랫동안 방치된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3월 방송된 엠넷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서 공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시공을 하는 고(故) 이현배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아예 손을 뗐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주민에 따르면 해당 게스트 하우스는 공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치권 행사' 문제가 있었고 이후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치권 행사는 공사를 맡은 시행사가 약속된 중도금을 제때 받지 못 했을 경우 통상 진행하는 절차다. 리모델링 계획 단계부터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하늘과 김창열의 돈으로 게스트 하우스를 구매해 이미 소유권을 확보한 상태고 이현배가 인천 집을 판 돈이 추가로 들어왔다면 '돈이 없어서 공사가 중단됐다'는 건 다소 의아하다. 이현배가 집을 처분하고 마련한 돈은 공사 대금이 아닌 다른 곳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매달 대출금으로 400만 원 정도를 내고 있다." 이하늘은 덩치가 큰 제주도 땅 1000여 평을 매입한 후부터 경제적으로 빠듯했다. <더팩트> 취재 결과 이하늘이 지인 2명과 구매한 땅은 자신의 지분만큼 세금 체납으로 인해 압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시기는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3월이다. 다만 미납금액이 얼마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하늘은 땅 매입 등으로 인해 리모델링에 투자할 여유 자금이 없었다. 김창열 역시 게스트 하우스 부지 매입에 3억 대출과 장인에게 빌린 돈까지 들어간 상황이라 추가 투자를 할 여력이 없었다. 이현배가 인천 집을 판 돈의 행방은 알 수 없다. 그렇게 공사는 중단됐다. 공사 비용을 누가 얼마씩 부담하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현배가 이어받기로 했다는 정재용의 지분은 문서 상에는 애초부터 없었다. 이하늘은 "현배가 게스트 하우스에 올인했다"고 밝혔지만 이현배의 지분은 기록상 없었다.

게스트 하우스에 투자하기 앞서 이하늘이 별도로 지인들과 2016년 매입한 토지.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이 땅은 오랫동안 빈터로 있다. /정병근 기자
게스트 하우스에 투자하기 앞서 이하늘이 별도로 지인들과 2016년 매입한 토지.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이 땅은 오랫동안 빈터로 있다. /정병근 기자

√FACT체크3=이현배는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다 사망했나

이현배는 지난 17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의 요청에 따라 19일 고인의 부검이 진행됐고 20일 오후 5시께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장례식장이 마련됐다. 22일 오전 11시 발인이 엄수됐고 장지는 한남공원이다.

이하늘은 "현배가 오토바이를 제주로 내려보내주면 안 되겠냐고 배달을 해야겠다고 했다. 배달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다가 사고가 났더라. 현배가 거짓말 한 게 나한테 미안했는지 서울 병원에 왔는데 나한테 숨겼다. 돈이 없으니까 MRI도 안 찍었더라. 어제 알았다"며 "당시 제대로 검사를 받지 못 한 것이 사망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현배의 한 측근은 "이현배의 교통사고는 수 년 전에 일어난 일이고 당시 지인이 돈을 줘서 제주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검을 실시한 강현욱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검 직후 취재진에게 "교통사고에 따른 후유 사망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심장에 일부 이상이 발견됐지만 이를 현재 직접적인 사인으로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밝혀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조직 검사, 약독물 검사 등의 결과가 나온 뒤 밝혀질 전망이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슬픔에 빠진 이하늘 입장에서는 김창열이 공사 대금을 내지 않아 게스트 하우스가 방치됐고 그로 인해 동생 이현배가 생활고를 겪다가 숨을 거뒀다고 생각할 수 있고, 김창열 입장에서는 정재용이 빠진 상황에서 DJ DOC의 게스트 하우스라는 명분이 사라졌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끝까지 안고 갈 동력을 상실했을 수 있다.

취재진이 이번 사건을 좀 더 심도 있게 들여다 보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는 쉽지 않았다. 이들 모두 본인 선택으로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왔고 각자 경제적 어려움이나 돈이 묶여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분명한 건 고인은 마지막까지 펜션 완성을 위해서, 제주 방송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1973년생인 이현배는 1990년대 후반 엠씨 졸라(MC Zolla)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45RPM을 결성했고 2005년 첫 정규 앨범 'Old Rookie(올드 루키)'를 발표하며 정식 데뷔했다. 대표곡은 영화 '품행제로' OST로 쓰인 '즐거운 생활'이다. 45RPM은 이 곡으로 2019년 JTBC '슈가맨3'에 출연했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다시 한 번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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