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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 전설'이 된 나의 인생곡⑩] '꽃을 든 남자' 최석준, "한 편의 시(詩)"

  • 연예 | 2021-03-25 06:00
'꽃을 든 남자'는 가수 최석준의 상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래다. 데뷔 직후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섰을 때 시청자들은 가슴에 빨간 장미를 꽂은 꽃미남 신인가수의 신선한 등장에 시선이 쏠렸다. /더팩트 DB
'꽃을 든 남자'는 가수 최석준의 상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래다. 데뷔 직후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섰을 때 시청자들은 가슴에 빨간 장미를 꽂은 꽃미남 신인가수의 신선한 등장에 시선이 쏠렸다. /더팩트 DB

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로트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99년 발표 후 불과 5개월만에 '초스피드 히트곡' 탄생

[더팩트|강일홍 기자] "꽃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아름다운 시(詩)이고 노래입니다.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저한테 꽃의 의미는 첫 히트곡으로 맺은 인연 때문에 더 남다를 수 밖에 없어요."

'꽃을 든 남자'는 가수 최석준의 상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래다. 데뷔 직후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섰을 때 시청자들은 가슴에 빨간 장미를 꽂은 꽃미남 신인가수에 쏠렸다. '히트 예감'은 곧바로 현실이 됐고 그는 이 노래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훔쳤다.

최석준이 99년 가을 노래를 발표해 불과 5개월만에 초스피드 히트곡을 만든 인생곡으로, 2004년 장윤정의 '어머나'가 등장하기까지 가요계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90년대를 이끈 편승엽의 '찬찬찬'(92년)의 '10년 인기'를 단번에 잠재운 곡이기도 하다.

유튜브 플랫폼 등 SNS가 활성화된 요즘엔 나훈아 임영웅 등의 경우처럼 발매하자마자 음원 정상에 오르는 일이 더러 있지만, 당시까지 몇개월만의 초 단기간 히트는 누구도 꿈 꿀 수 없는 벽이었다. 최석준은 "가요기획사나 소속사의 조직적인 홍보가 아닌 독립군 가수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히트를 냈기 때문에 더 의미가 크다"고 했다.

최석준은 다소 늦은 나이에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97년 1집 '인생도'를 발표할 무렵 이미 30대 후반이었다. 그를 일약 스타 가수 반열에 올려놓은 '꽃을 든 남자'는 데뷔 2년 뒤 발표한 두번째 앨범 타이틀곡이다. 그는 "무엇보다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에 금방 매료됐다"고 했다.

'외로운 가슴에 꽃씨를 뿌려요 사랑이 싹틀수있게/ 새벽에 맺힌 이슬이 꽃잎에 내릴 때부터 온통 나를 사로 잡네요/ 나는야 꽃잎되어 그대가슴에 영원히 날고 싶어라/ 사랑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대에게 빠려버린 나는 나는 꽃을 든 남자'(최석준의 '꽃을 든 남자' 1절)

최석준의 인생곡 '꽃을 든 남자'는 원래 가수 배일호가 부르려던 노래였다. 배일호는 먼저 노래를 받아놓고도 저울질하다 그만 발표시기를 놓치고 말았고 최석준에게 돌아갔다. /최석준 제공
최석준의 인생곡 '꽃을 든 남자'는 원래 가수 배일호가 부르려던 노래였다. 배일호는 먼저 노래를 받아놓고도 저울질하다 그만 발표시기를 놓치고 말았고 최석준에게 돌아갔다. /최석준 제공

"당시 저는 신인가수였기 때문에 노래 선택에 고민이 필요 없었어요. 사실 제 목소리 톤은 나훈아 설운도 선배들처럼 꺾고 굴리고 울어주는 마이너 키가 아니거든요. 메이저 곡으로 나온 노래였지만 노래가 맘에 들어 가창 스타일을 바꿔 부른거죠."

'히트곡의 주인공은 원래 따로 있다'는 가요계 속설이 있지만 이 곡은 원래 가수 배일호가 부르려던 노래였다. 배일호는 먼저 노래를 받아놓고도 저울질하다 그만 발표시기를 놓치고 말았고 결국 최석준에게 돌아갔다. 배일호는 당시 '장모님'으로 한창 바람을 타던 중이었다.

'꽃을 든 남자'와 맺은 인연은 늦깎이로 막 가요계 문을 두드린 최석준에게 신의 한수가 됐다. 얌전한 듯 미소를 머금은 그가 연미복 차림에 장미 한송이를 들고 무대 위에 오르면 객석은 폭발했다. 인기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후 지방의 각종 행사무대에서 4인방을 대체할 유일한 가수로 부상했다.

이 곡은 김정호의 작사 작곡으로 세상에 탄생됐지만, 사실 가사의 상당 부분을 최석준이 직접 수정하고 바꿨다. 하지만 당시는 그가 신인가수였던데다 저작권 욕심보다는 오로지 히트곡 하나 만드는게 급선무라서 작사가로 자신의 이름을 올릴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수 데뷔 전부터 유독 꽃을 좋아했던 탓에 그에게는 꽃을 소재로 한 노래가 많다. '꽃을 든 남자' 이후 '꽃잎 사랑' '꽃보다 당신' '세월꽃' 등을 불러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4년전 발표한 '천년화'는 방송 녹화 중 갑자기 세상을 떠나 임종을 못지킨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절절하게 담은 노래로 알려져 있다.

최석준은 KBS 2TV '전국노래자랑' 에서 '꽃을 든 남자'로 시청자 최다 신청곡을 기록한 트로트 가수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올해로 가수 데뷔 24년째로 고향인 경북 예천 한천체육공원에는 그의 인생곡 '꽃을 든 남자'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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