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콧대 높은 그래미 입성한 방탄소년단, 그 자체로 역사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방탄소년단이 아쉽게 '그래미'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후보에 오른 그 자체만으로도 K팝의 새로운 이정표다.
15일 오전(한국시간)부터 '제63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가 진행됐다. 지난해 8월 발표한 'Dynamite(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방탄소년단은 사전 시상식인 '프리미어 세리머니(Premiere Ceremony)'를 통해 결과가 발표됐고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제이 발빈x두아 리파x배드 버니x타이니, 저스틴 비버x퀘이보, 레이디 가가x아리아나 그란데, 테일러 스위프트x본 이베어 등 월드클래스 아티스트들이 후보에 올랐고 'Rain On Me(레인 온 미)'를 함께 부른 레이디 가가x아리아나 그란데가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은 수상에 실패했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K팝의 새로운 역사를 썼고 이는 세계 음악사에서도 새로운 이정표다. 한국 대중음악 가수가 '그래미 어워드'에 후보로 지명된 것도 처음이고 수상 역시 처음이다. 후보에 오르고 퍼포먼스를 펼치게 되며 또 하나의 꿈을 이룬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수상이라는 또 다른 꿈을 남겨뒀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수상 불발 후 팬 플랫폼 위버스에 "올해 더 열심히 달립시다"라는 글을 남기며 더 높은 곳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그래미 어워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이다. 1974년 시작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1990년에 생긴 '빌보드 뮤직 어워드'보다 긴 역사를 자랑한다. 음악 전문가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후보와 수상자를 정하다 보니 기준이 더 까다롭고 그래서 음악 업계 모든 종사자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방탄소년단에게도 마찬가지다. 그간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등 세계의 수많은 시상식에서 수상을 했지만 '그래미 어워드'는 방탄소년단에게 "어렸을 때부터 꿨던 꿈"이라 좀 더 특별한 의미다.
그 시작은 2009년 연습생 시절이다. 멤버들은 2009년 '제5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티아이(T.I.), 릴 웨인(Lil Wayne), 엠아이에이(M.I.A)., 제이지(Jay Z)가 함께 퍼포먼스를 하는 흑백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대체 어떤 무대인지 궁금했고 그때부터 그래미를 향한 애정은 쑥쑥 자랐다.
'Dynamite'로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뒤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RM은 "그래미에 얽힌 이야기들을 찾아보면서 왜 이렇게 아티스트들이 그래미를 꿈꾸는가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그래미는 최고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의 성장기에 가장 큰 발자국을 남긴 무대였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무대에 오른 적은 있다. 2019년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 시상자로 무대에 섰고 2020년 열린 제62회 시상식에서는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친 바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엔 '그래미 어워드'에서 단독 무대를 하고 싶다. 수상도 하면 좋겠지만 일단 그 무대에서 우리의 노래를 하고 싶다"던 꿈을 이뤘다.
특히 '그래미 어워드'는 '화이트 그래미'라 불릴 정도로 비백인, 비영어권 음악에 배타적이었다. 가장 최근엔 지난해 열린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수년 간 전 세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 방탄소년단이 후보에도 오르지 않자 경제지 포브스는 "그래미의 인종차별은 비밀이 아니다".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그래미는 늘 뒤쳐졌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래미 어워드'의 벽은 높았다.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방탄소년단이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그간 쭉 한국어 곡을 고집해 왔기에 대중성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첫 영어 곡인 'Dynamite'로 핫100 1위 3번을 포함해 톱10 13회를 차지했고 콧대 높은 그래미도 방탄소년단이 터뜨린 'Dynamite'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Dynamite'로 화룡점정 찍은 2020년 활약상
'Dynamite'의 메가 히트를 포함해 2020년 방탄소년단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빌보드 역사상 최초의 한글 위주 곡 핫100 1위, 5개 앨범 연속 빌보드200 1위 등이다.
방탄소년단은 2020년 2월 4번째 정규 앨범 'MAP OF THE SOUL : 7(맵 오브 더 솔 : 7)'으로 4개 앨범 연속 빌보드200 1위를 거머쥐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1월 발표한 앨범 'BE(Deluxe Edition)'를 통해 5개 앨범 연속 1위 기록을 이어갔다. 빌보드200에서 비영어권 앨범이 1위에 오른 건 총 11개 있는데 그 중 방탄소년단의 앨범이 5개다.
뿐만 아니라 'Dynamite'로 핫100 1위를 거머쥔 이후 피처링에 참여한 제이슨 데룰로의 'Savage Love' 리믹스 버전으로 또 정상을 밟았다. 당시 2위는 'Dynamite'였다. 2곡을 나란히 1, 2위 올리는 대기록은 2009년 블랙 아이드 피스 이후 11년 만의 기록이다. 그리고 'BE' 타이틀곡 'Life Goes On(라이프 고즈 온)'으로 또 핫100 1위를 차지했다.
한글 가사 위주의 노래가 1위에 오른 것은 빌보드 62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Dynamite'로 첫 정상에 오른 지 3개월 만에 'Life Goes On'으로 3번째 핫100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그룹 비지스(Bee Gees)가 2개월 3주에 걸쳐 3곡으로 핫100 1위를 한 이래 42년 만에 최단 기록이다.
그 결과 빌보드가 지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1981~2020년 연도별 최고의 팝스타'에서 방탄소년단은 2020년을 대표하는 최고의 팝스타로 뽑혔다. 아시아 아티스트로는 유일했다. 빌보드는 "미국의 청중들은 그들이 엄청난 슈퍼스타이며 미국 주류 음악계에서 K-팝의 위상이 훨씬 높아졌음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방탄소년단은 국제음반산업협회가 공식 홈페이지와 SNS 채널을 통해 발표한 '2020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Global Artist Chart 2020)'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8년 해당 차트에서 2위, 2019년 7위에 이어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한국 가수로는 물론이고, 비영어권 가수 최초의 기록이다.
kafka@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