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마스크' 단체사진 논란이 주는 '방역 교훈'
[더팩트|원세나 기자]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촬영하였습니다.'
면죄부를 부여받기라도 하는 걸까? 화면 아래 자막으로 이 문구만 표기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모양이다. 마치 방송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여기에 자막과 함께 본격 촬영에 들어가기 전 출연진이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열 체크하는 장면까지 내보내면 나름대로 성의 있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다.
지난 7일 tvN 드라마 '여신강림'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촬영 종료 후 제작진 단체 사진 관련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여신강림'은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 무사히 종료했으나, 마지막 기념사진에 잠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한순간의 부주의도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촬영 현장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앞서 이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차은우가 올린 사진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여신강림 스태프분들, 배우분들, 제작진 여러분들 다들 고생 많으셨다. 수호를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린다"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문제가 된 사진은 수십여 명의 스태프와 배우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단체 사진이었다. 사진 속 대다수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고 마스크를 쓴 인원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를 확인한 네티즌들은 '여신강림' 측이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게 아니냐며 이들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 국민이 힘쓰고 있는 시점에 '마스크 착용'이라는 기본적인 약속조차 지키지 않은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차은우를 비롯해 같은 사진을 올렸던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은 게시물을 삭제했고, 침묵하던 제작진은 논란이 기사화되고 이슈가 되자 뒤늦게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비단 이번 단체 사진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예계는 코로나19 방역 예외냐", "방송가는 다른 세상인 것 같다"라는 네티즌들의 걱정어린 지적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TV를 통해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자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의 풍경과는 사뭇 동떨어진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물론 프로그램마다 각각의 장르에 따라 현실을 반영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드라마는 장르의 특성상 작품의 설정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요즘 예능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로, 대부분 설정과 가이드라인 정도만 주어질 뿐 나머지는 관찰 형식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오히려 더 '리얼한 현실'이 그려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 전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한 채 정부 지침을 준수하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민족의 최대 명절 설날의 풍경도 여느 해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담을 나누는 대신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네모난 브라운관 속 연예인들은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모양이다. 거리두기는 커녕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여러 사람이 가깝게 얼굴을 맞대고 어울려 웃고 떠든다. 또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멋있는 풍경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
시청자들이 언제까지 이런 괴리를 느껴야 할까. 방송이 갖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TV를 보는 많은 이들이 '저 정도는 괜찮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방역을 위해 애쓴 모두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험이 크다. 제작진과 연예인들이 그런 경각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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