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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포맷 표절' 논란, 부끄러운 방송계 자화상

  • 연예 | 2021-01-25 08:31

TV CHOSUN이

'트롯 오디션 원조'를 자처하는 TV조선이 최근 자사 프로그램 '미스터트롯'과 '사랑의 콜센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MBN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랑의 콜센타'
'트롯 오디션 원조'를 자처하는 TV조선이 최근 자사 프로그램 '미스터트롯'과 '사랑의 콜센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MBN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랑의 콜센타'

TV CHOSUN "복사판이다" vs MBN "사실무근이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혼성 그룹 타이푼의 메인 보컬리스트 출신의 가수 겸 화가 솔비가 얼마 전 케이크 표절 논란에 휩싸이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는 지난해 연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만든 현대미술 케이크 사진을 올려 '저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봤다'고 소개했다. '너무 실험적인가요' '주문도 받아요' 등의 해시태그로 '독창적 작품임'을 암시하는 코멘트도 곁들였다.

솔비가 '직접 제작했다'고 밝힌 케이크는 미국 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 'Play-Doh'와 닮았다. 'Play-Doh'는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찰흙 장난감을 형상화한 것으로 제프 쿤스가 20년(1994년~2014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역작이다. 솔비가 만든 케이크는 '빌라빌라 팩토리'라는 판매처를 통해 판매돼 논란을 부추겼다. 색감은 물론 생김새까지 거의 흡사하다.

배우 윤은혜는 의상 표절로 긴 어둠의 터널을 걸었다. 지난 2015년 8월 중국 동방위성 TV 디자인 서바이벌 '여신의 패션'에서 파트너와 함께 '나니아 연대기'를 주제로 한 옷을 디자인해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윤춘호 디자이너가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는 과거 10년간의 프릴 트렌드를 직접 조사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결국 사과했다.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 해명하는 과정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명쾌하고 시원한, 솔직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인정이 아니면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부터 윤은혜 홍진영 솔비. /더팩트 DB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 해명하는 과정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명쾌하고 시원한, 솔직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인정이 아니면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부터 윤은혜 홍진영 솔비. /더팩트 DB

표절 '양심의 문제', 남의 것을 몰래 따 내 것인 양 '속임수'

윤은혜의 경우에서 보듯 표절 의혹이 불거진 뒤 해명하는 과정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명쾌하고 시원한, 솔직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인정이 아니면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상큼발랄 이미지의 대세 트로트 가수로 부상한 홍진영은 '카피킬러' 검사 결과에서 74%의 표절률을 보여 논문 표절 의혹을 받았지만 "표절이 아닌 인용"이라고 해명했다가 추락했다.

그는 "불미스런 일로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면서도 변명처럼 비켜가려는 모양새를 취하다 모든 걸 내려놔야했다. "지난 10여 년을 땀과 눈물을 쏟으며 열심히 살았지만 이런 구설에 오르니 저 또한 속상하다. 논문은 시간을 쪼개 지도 교수님과 상의하며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논문을 취득하고 나서 지금껏 그로 인한 어떠한 이득도, (학위와) 관련된 일을 해본 적도 없다."

TV CHOSUN이
TV CHOSUN이 "완전 복사판"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자 MBN은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 입장문을 냈다. 사진은 포맷 표절로 지목된 MBN '보이스트롯'. /MBN '보이스트롯'

국내 방송사 간 사상 유례없는 포맷 소송전, '비상한 관심'

표절과 모방의 차이가 뭘까? 모방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것을 그대로 본떠서 만들거나 옮겨 놓는 것'을 말한다. 흉내를 내더라도 모방자가 창의적 새로움(New)을 가미하면 재창조가 되지만 복사하듯 그대로 옮겨놓으면 표절이 된다. 더구나 표절은 양심의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단순 모방을 넘어 남의 것을 몰래 따와서 자기 것인 양 속임수로 행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세상의 모든 콘텐츠는 오리지널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완전 독창적 콘텐츠는 없다는 의미다. 아이가 엄마의 입과 소리를 보고 들으며 말을 배우듯 모방은 피할 수 없다. 뭔가 다른 '새로운 것'(Something New)을 찾아 밤샘 스트레스를 감수하는 방송 예능 작가들조차도 모티브를 재구성하거나 학습을 통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할 정도다.

최근 방송사 간 프로그램 포맷 표절 논란이 소송으로까지 비화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트롯 오디션 원조' TV조선이 자사 프로그램 '미스터트롯'과 '사랑의 콜센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MBN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면서다. '복사판'(TV CHOSUN) vs '사실무근'(MBN). 방송계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비친, 사상 유례없는 포맷 소송전이 과연 어떤 결말을 낼 지 궁금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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