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활동 제한으로 모바일 중심 콘텐츠도 인기
[더팩트|이진하 기자] 올해 2월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평범하던 일상의 풍경이 바뀌었다. 외부 활동은 제한됐고 여행, 스포츠 활동은 물론 식당이나 카페 방문도 평범함에서 멀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방송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여행 프로그램은 해외에서 국내로 또는 인적이 드문 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달라졌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채널들로 프로그램은 영역을 확장했다. 비대면, 무관중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온라인을 통한 소통의 시대가 됐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경제 관련 예능프로그램도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 달라진 방송가를 살펴봤다.
◆ 해외→국내→자발적 고립 택한 여행 프로그램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행 프로그램은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여행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된 뒤 소리 소문 없이 폐지됐고 일부 프로그램은 국내 편으로 방영하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폐지 수순을 밟았다. 이런 가운데 여행을 통한 힐링이란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체 격리'를 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tvN은 지난해 '시베리아 선발대'의 후속으로 망망대해 속에 고립을 택하며 '바닷길 선발대'를 선보였다. 배우 김남길을 중심으로 박성웅, 고규필, 고아성으로 구성된 선발대원들은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인물로 구성돼 신선함을 선사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답답하고 지친 일상 속 탁 트인 바다를 안방극장에서 볼 수 있게 하면서 지친 대중의 마음을 위로했다. MBC 에브리원 '요트원정대:더 비기닝' 역시 바닥부터 몸으로 부딪히는 맨손 맨발 요트 향해 일지로 장혁, 허경환, 최여진, 소유가 함께 하는 요트 위에 생활을 보여줬다.
두 프로그램이 바다 위 고립을 택했다면 tvN '바퀴 달린 집'과 JTBC '갬성캠핑'은 육지 위 고립을 택했다. '바퀴 달린 집'은 배우 성동일을 주축으로 김희원과 여진구가 함께 바퀴가 달린 집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하는 콘셉트다. 이때 예능 출연이 적은 배우들이 게스트로 초대돼 색다른 재미도 더했다. '갬성캠핑'은 박나래, 안영미, 솔라, 손나은, 박소담이 정박지 별 콘셉트를 정해 경치를 둘러보고 자연 속에 게스트들과 진솔한 대화를 이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로 캠핑 열풍이 불고 있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목을 끌었다.
KBS조이 '나는 차였어'도 캠핑 관련 예능으로 올해 새롭게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비대면이 강조되는 시기 차를 이용한 '차박'(차량 숙박) '차크닉'(차에서 즐기는 피크닉)이 유행하면서 관련된 장비 소개와 함께 실제 캠핑장을 방문해 '차박'과 '차크닉'을 즐기는 연예인들과 비연예인들 만나고 그들의 노하우를 전했다. 거리두기에 최적화된 캠핑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비대면을 실천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자발적인 고립이다. tvN '삼시세끼-어촌편 시즌5', KBS2 '땅만 빌리지'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 등이다.
'삼시세끼'는 본래 프로그램 취지가 산골이나 바다, 어촌에서 자급자족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지만 올해는 더 강도를 높였다. 아무도 없는 섬에서 세끼 식구들이 생활해 완전한 자급자족을 담았고 '딸만 빌리지'는 연예인들이 대자연을 품은 강원도 양양에서 땅을 빌려 각자의 로망이 담긴 세컨하우스를 짓고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안 싸우면 다행이야'는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단 2회 방송됐지만 큰 인기를 얻어 3개월 만에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연예인 2명은 절친과 자연 속에 홀로 살고 있는 자연인을 만나 자급자족을 펼친다.
◆ 유튜브로 영역 확장 '스핀오프' 열풍
플랫폼 다양화로 인해 2030 시청자들이 본방송을 보는 일이 드물어진 요즘 방송가는 각종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방송을 선보였다. 이것을 겨냥한 것이 바로 '스핀오프'다. '스핀오프'는 기존 본편에서 파생된 작품으로 등장인물과 콘셉트를 차용하지만 새로운 설정들을 더해 약간의 변화를 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MBC '나 혼자 산다'는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인 '여은파'를 내놨고 '신서유기'는 출연 멤버별 콘셉트를 만들어 개별 콘텐츠로 확장했다.
'여은파'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박나래와 한혜진, 화사가 함께 하는 디지털 스핀오프다. 과거 본방송에서 박나래 집에 한혜진과 화사가 함께 모여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를 열었던 에피소드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로 부캐릭터를 완성했다. 프로그램은 '나 혼자 산다' 방송 직후 TV를 통해 '순한맛'으로 지상파 방송에 적합한 내용을 담았고 이후 유튜브를 통해 무삭제판 '매운맛'을 공개했다. 당시 콘텐츠는 공개 직후 2~3일 만에 100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흥행했고 그 결과 'MBC 연예대상 디지털 콘츠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영석 PD가 이끄는 '신서유기'는 멤버들의 특성을 잘 담은 개별 콘텐츠로 매 회가 공개될 때마다 높은 조회수로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신서유기 외전-삼시세끼:아이슬란드로 간 세끼'로 숏폼 콘텐츠를 시작하면서 매주 금요일 밤 TV로 5분 방영을 했다. 이후 유튜브 채널로 풀버전을 공개했다. 이후 강호동의 '라끼남', 패셔니스타 민호와 피오의 '마포 멋쟁이', 젝스키스의 합숙 프로그램 '삼시세네끼', 이수근의 '나홀로 이식당', 조규현의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할꺼야'로 그동안 TV로 다룰 수 없는 파격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코미디 TV '맛있는 녀석들'도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을 시작으로 '오늘부터 댄스뚱'까지 확장했다. 시작은 '맛있는 녀석들'의 출연자 중 김민경이 복불복에 걸려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김민경이 시작한 웨이트 외에 종합격투기,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다음은 문세윤의 댄스 도전기 '오늘부터 댄스뚱'으로 이어졌다. 최근 문세윤과 김민경은 함께 컬레버레이션을 선보이며 댄스스포츠에 도전하기도 했다.
◆ 불황 속 재테크 예능 등장
KBS2 '슬기로운 어른생활' MBC 파일럿 프로그램 '돈벌래' 채널A '황금나침반'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둔' SBS '돈워리스쿨'은 올해 론칭된 재테크 관련 예능프로그램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으로 여러 가지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불황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사람들도 다수다. 그런 의미에서 각 방송사들은 조심스럽게 재테크 프로그램을 론칭해 경제관념을 정립하고 현실적 조언을 나눈다.
'오늘도 개미는 뚠뚠'(이하 '개미는 뚠뚠')은 개미 지망생 1020 주린이(주식+어린이를 합친 말로 초보 주식 투자자를 이르는 말)들을 위한 뚠뚠한 현실사 교육 프로그램으로 알기 쉬운 경제 레벨 떡상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시작됐다. 회당 30분 남짓의 이 프로그램은 14부작의 시즌1을 마무리하고 23일부터 시즌2를 시작했다. '개미는 뚠뚠'은 경제에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면서 민감한 투자 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기보다 경제 교육적 메시지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KBS2 '슬기로운 어른생활'과 SBS '돈워리스쿨'은 경제적으로 미성숙한 사회 초년생인 20대들과 30대를 겨냥한 경제 프로그램이다. '슬기로운 어른생활'은 실전 돈 관리 비법을 전수하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경제생활 프로그램이다. '돈워리스쿨'은 경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재야의 경제 고수를 만나 그들의 노하우를 듣고 2030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돈에 대한 고민과 애환에 도움을 주는 등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경제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은 그동안 어렵게 느꼈던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며 호평을 내놓는 등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그러나 일각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프로그램도 있었다. MBC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돈벌래'는 혼란한 부동산 망망대해에서 우리를 구원해 줄 신개념 부동산 예능을 표방하며 4부작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 여론에 부딪히며 2부작으로 종영을 맞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돈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부작용도 있지만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 직접 알아보기 어려운 경제 관련 지식을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배운다는 이점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프로그램 제작 환경마저 제약이 많아진 이 시기에 실험적이고 다양한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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