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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114-김난주] '밉상' 공소영, "원래 제 모습은 착한 여자"

  • 연예 | 2020-11-09 05:45
배우 김난주는 호평을 받은 드라마 '기막힌 유산' 종영 후 '행복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 김난주는 호평을 받은 드라마 '기막힌 유산' 종영 후 '행복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떤 분들은 길거리에서 얼굴을 알아보시고 '밉상짓 좀 그만 하라'며 은근히 꾸짖을 때도 있다"고 했다. /임영무 기자

최근 종영한 KBS1 '기막힌 유산'서 주연보다 빛난 감초 연기

[더팩트|강일홍 기자] 배우 김난주(42)는 천성적으로 감성이 부드럽고 섬세하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도회풍의 세련미를 갖춘 단아한 여성스러움이다. 이 때문에 연기자 데뷔 이후 의사나 간호사, 비서, 선생님 등 차분하고 조용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최근 종영한 KBS1 일일극 '기막힌 유산'은 모처럼 '해피엔딩'이라는 짙은 여운을 남겨준 드라마다. 무일푼 처녀 가장과 팔순의 백억 자산가, 꽃미남 막장 네 아들이 그린 가족극으로 꾸준히 20% 이상의 동일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며 화제를 모았다.

김난주는 '얄미운 공소영'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의상과 메이크업(아이라인), 심지어 대사(하이톤 목소리)까지 세심하게 공들였다고 한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배우는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주어진 배역에 충실해야 빛이 난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기는 자신감이다. 김난주의 감초 연기는 주연보다 빛을 발했다. 그가 소화한 공소영은 혀를 내두를 만큼 '못된' 캐릭터였지만 시청자 주목도 역시 그가 주도했다. 이 드라마 종영 후 박인환 강세정 신정윤 등과 함께 시청률 기여도 1등 공신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만큼 공소영 캐릭터를 통해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는 "어떤 분들은 길거리에서 얼굴을 알아보시고 '밉상짓 좀 그만 하라'며 은근히 꾸짖을 때도 있다"고 했다. 드라마 종영 후 행복한 휴유증(?)을 앓고 있는 그를 직접 만나봤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5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기막힌 유산'에서 '얄미운 캐릭터' 공소영을 연기한 김난주는
'기막힌 유산'에서 '얄미운 캐릭터' 공소영을 연기한 김난주는 "힘든 배역일수록 좋은 평가를 받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5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임영무 기자

-대학시절부터 연극무대를 중심으로 배우활동을 해왔다. 지금껏 해온 여러 작품 중에서도 이번 드라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네 맞아요.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는 먼지 나는 길을 오랫동안 막막하고 지루하게 걷다가 시원한 그늘을 만난 것 같은 그런 기분이죠. 갈림길의 이정표를 통해 새로운 여정이 보이는 것 같아요. 도드라진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뒤 갑자기 색깔있는 배우로 인정받는 느낌이랄까요. 외람되지만 '기막힌 유산'의 공소영을 통해 배우로서 제 입지가 한층 단단해졌어요. 처음 해본 힘든 역할이었던 만큼 누리는 성취감이나 보람 같은 거죠. 덕분에 어떤 어려운 배역도 해낼 자신감이 생겼어요.

김난주가 '기막힌 유산'에서 맡은 공계옥(강세정)의 언니 공소영은 짝퉁 물건을 팔고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마이너스 인생이다. 경제 관념 없고 샘 많고 늘 사고만 치는 데다 열심히 착하게 사는 동생한테는 유독 차갑고 사납게 구는, 한 마디로 '밉상 한 가득' 인물이었다. 그는 "처음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가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어 작품에 몰입하기조차 힘들었다"면서 "작가님과 제작진의 독려와 푸시 덕분에 차츰 팔색조 매력을 가진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공소영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얄미운 캐릭터였다. 현실과 드라마 이미지를 착각할 만큼 실감나는 연기로 찬사를 받았는데 어떤 비결이 있었나?

드라마가 방영되는 지난 6개월간 귀가 간지러울 만큼 욕을 많이 얻어먹었어요. 그런데 사실은 의도적으로 그런 모습을 만드는 게 쉽지가 않았죠. 우선 헤어스타일과 의상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의상은 일부 협찬을 받기도 했는데 너무 세련돼 보여도 안되고, 그렇다고 천박하지도 않아야 했어요. 잘 차려입어도 어딘가 모르게 2~3%의 촌스러움이 배어나는 그런 모습을 그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더라고요. 대본에 없는 제스처와 목소리, 얼굴 표정으로 그 느낌을 살려내야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어요.

'기막힌 유산'은 지난달 9일 총 122부작으로 종영됐다. 김난주는 대학시절(서울예대 연극과)까지 포함해 20여년간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왔다. 2004년 KBS2 '애정의 조건'을 통해 TV로 영역을 넓힌 이후 '불멸의 이순신'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태왕사신기' '종합병원 2' '장옥정, 사랑에 살다' '오 나의 귀신님' '로맨스는 별책부록' 등에 출연했다. 석사과정(동국대 연극학/한양대 문화콘텐츠학)을 마친 뒤엔 연기 현장을 지키면서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다.

김난주는
김난주는 "춤추고 노래하는 상큼 발랄한 이미지가 원래 제 본 모습"이라고 했다. 한때 골프 싱글을 유지했을 만큼 운동 신경을 타고난 그는 건강관리를 위해 요즘도 꾸준히 등산을 즐긴다. /임영무 기자

-아무리 연기자라도 실제 자신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전혀 극중 인물의 모습을 담는 일은 쉽지 않다. 원래 스타일이나 성격이 궁금하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그냥 극중 인물 공소영과 무조건 정반대라고 보시면 되요. 어려서부터 저는 착하고 순하다는 얘길 많이 듣고 자랐어요. 어른들이나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였죠. 깍쟁이나 말괄량이와는 아예 거리가 멀었고, 가족이든 친구든 이웃이든 조금도 누군가를 힘들게 해본 일이 없어요. 학창시절을 거쳐 성년이 된 뒤에도 제 이미지는 얌전 또는 다소곳함이었어요. 공소영을 연기하는 동안 가까운 주변사람들이 더 놀랐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솔직히 드라마 초반엔 좀 힘들었는데 탄력이 붙으니 저절로 자신이 생더라고요.

그는 올초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은 뒤 늘 해오던대로 평범한 조연급 역할을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본을 받아본 뒤 긴장의 연속이었다. 의상부터 말투, 행동 제스처는 물론 하이톤 목소리까지 까칠함이 요구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김난주는 "처음 서너 차례 대본 리딩을 마친 뒤 작가님으로부터 '특별한 캐릭터이니만큼 평범하지 않은 코디와 연기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받았다"면서 "얌전한 스타일인 제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의아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20대 초반 연극무대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한 뒤 TV 교양프로그램 리포터를 거쳐 드라마에서 활동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누구나 힘든 시절은 있기 마련이잖아요. 지나고 보면 다 소중한 경험이고 더 나은 미래의 밑거름이더라고요. 사실 리포터는 배우의 꿈과는 동떨어진 일이어서 하는 동안에도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어려운 시기가 없었다면, 그리고 그걸 잘 견디지 못 했다면 아예 희망조차 없었을지도 몰라요. 연극배우시절엔 더 힘들었어요. 저도 경험한 일이지만 후배들이 출연료를 못 받고 항의조차 못 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게 가장 큰 고통이었죠. 다같이 굶을 상황이면 서로 의지하며 견디겠는데 몇몇 인기 배우가 개런티를 독차지하고나면 조,단역이나 일부 스태프들은 늘 빈손이에요.

결국 그는 방송 쪽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20대 후반에야 KBS2 생방송 교양 '세상의 아침'에서 1년간 리포터로 활동했다. 그는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는 살기 위해서, 꽉 막힌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중 인지도가 없어 단역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급 출연료 50만원이 근근이 생계를 지탱해줬다. 전국 각지를 뛰어다니며 리포터로 고생한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고, 좀 더 멀리 내다볼 여유가 생겼다. 이런 성실함을 인정받아 그는 첫 드라마에 출연하며 7등급 출연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난주(공소영)는 드라마 '기막힌 유산'에서 전남편이 카페 '소영의 집'을 차리자는 감언이설에 속아 사기를 당하고, 사진은 이를 회상하는 신이다. 위는 극중 동료배우들. /KBS '기막힌 유산'

김난주(공소영)는 드라마 '기막힌 유산'에서 전남편이 카페 '소영의 집'을 차리자는 감언이설에 속아 사기를 당하고, 사진은 이를 회상하는 신이다. 위는 극중 동료배우들. /KBS '기막힌 유산'
김난주(공소영)는 드라마 '기막힌 유산'에서 전남편이 카페 '소영의 집'을 차리자는 감언이설에 속아 사기를 당하고, 사진은 이를 회상하는 신이다. 위는 극중 동료배우들. /KBS '기막힌 유산'

-배우로 살면서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할 때도 많을 것 같다. 연예인들끼리 어울린 합창단 단원으로도 활동한다고 들었다.

연기자는 연기로 설명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보람이라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친 뒤 좋은 평가를 받을 때가 아닐까요. 반면 좋은 작품을 찍고도 묻혔을 땐 정말 아쉽죠. 월드컵을 배경으로 찍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부산과 경주를 돌아다니며 촬영했는데 스태프와 배우들이 장기간 합숙하며 엄청 공을 들인 작품이거든요. 그런데 천안함 폭파 사건이 터지면서 개봉이 늦춰지더니, 결국 존재감 없이 흐지부지 돼버리더라고요. 지금도 너무 아쉽죠.

연예인 합창단은 노사연 김지선 이성미 김민희 등 배우 가수 뮤지컬스타 개그맨들이 함께하는 모임이다. 처음엔 노사연 이무송 등이 다니는 온누리교회 연예인 연합예배 멤버로 출범했다가 선후배 연예인들이 호응하면서 300여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는 "올해는 코로나로 거의 합창단 활동을 못해 아쉽다"면서 "신앙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연예인 친목모임으로 발전돼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에서는 북한여군 행정병으로 출연했다.

-열정과 자신감에 가득 찬 배우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말해달라.

부끄럽게도 소망이 너무 많아요. 우선 내년에는 예쁜 아이를 갖고 싶어요. 이미 여러차례 시험관 아기 출산에 실패했지만 건강엔 문제가 없으니 다시 도전해야죠. 그리고 이번 작품을 끝내면서 갖게 된 희망사항인데요. 1년에 한 작품이라도 끊이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토' 나올 만큼 열심히 공부한 만큼 연기지망 후학들에게 제가 가진 달란트를 아낌없이 전달하고 싶어요. 욕심을 버리면 소망이 이뤄진다고 하니 기대해야죠.

김난주는 2013년 재미교포 사업가와 결혼했다. 그해 SBS 사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캐스팅 됐다. 그는 "하필 결혼과 신혼 여행 등을 앞두고 있는 중이었는데 드라마 촬영시기와 겹쳐 힘들었다"고 말했다. 올초 드라마 '기막힌 유산' 캐스팅 된 직후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미 4차례 시험관 아기 출산에 실패하고 4전5기에 새로 도전하는 시기와 겹쳐서다. 그는 "드라마 초반에 살이 좀 쪄보였던 것은 살을 찌워야 임신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고 귀띔했다.

김난주(공소영)는 드라마 '기막힌 유산'에서 전남편이 카페 '소영의 집'을 차리자는 감언이설에 속아 사기를 당하고, 사진은 이를 회상하는 신이다. 위는 극중 동료배우들. /KBS '기막힌 유산'

대전 출신인 김난주는 초 중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늘씬한 키에 초등학교 때 이미 100 미터를 13초에 끊었고, 골프존 초창기 전속모델로 활동하며 한때 골프 싱글을 유지했을 만큼 운동신경을 타고 났다. 건강관리를 위해 요즘도 꾸준히 등산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다.

"지금껏 살면서 '여성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늘 그게 칭찬인 줄 알았는데 연기자로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번 드라마 '기막힌 유산' 속 공소영을 연기하기 전까지는 정말 몰랐죠. 얄밉고 까랑까랑한 역할은 저한테 아예 어울리지 않는 걸로 알았으니까요."

김난주가 연기한 극중 '못된' 공소영은 드라마 말미에 '착한 여자'로 개과천선했다. 엄정화의 '페스티벌'을 부르고 춤추는 엔딩신으로 불편했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인터뷰를 하며 시종 밝은 표정을 보인 그는 "춤추고 노래하는 상큼 발랄한 이미지가 원래 제 본 모습"이라고 활짝 웃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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