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차 가수가 커밍아웃한 이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트로트 가수 권도운이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혔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같은 상황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다.
권도운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동성애자임을 고백해 화제를 모았고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들에도 그와 관련된 게시물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갑작스러운 세상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밝기만 했다.
"홍석천 선배가 커밍아웃을 한 게 제가 11살 때였어요. 저도 언젠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면 저런 멋진 선택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꿈에 그리던 가수가 됐고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어요. 의미 있는 시기에 진심을 전하면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권도운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9년 제 2회 tbs 대학생 트로트 가요제에서 대상 작사상 작곡상 등 3관왕을 석권하며 가요계에 입문했다. 2010년 첫 정규앨범 '한잔 더, 내 스타일이야'로 정식 데뷔해 올해 10년 차 가수가 됐다. 커밍아웃은 이전부터 꿈꿔왔지만 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사실은 가수가 되자마자 커밍아웃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당시 소속사에서 '아직은 아닌 것 같으니 기다려보자'고 만류하셨어요. 지금은 1인 기획사로 활동하고 있으니 말릴 사람이 없더라고요. 딱히 조심스럽다거나 부담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어요. 저는 잃을 게 없으니까(웃음) 괜찮아요."
그저 유명세를 바라고 한 커밍아웃은 아니다. 그는 거듭 대한민국의 성 소수자들을 대변하고자 하는 자신의 뜻을 내비쳤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고 싶다"며 "성 소수자들이 우리 주변에 공존하고 있고 그냥 우리의 존재를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발매될 신곡에도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녹여낸다. 채연 '둘이서'의 트로트 리메이크 버전이다. 원곡이 여성이 남성을 유혹한다면 권도운은 곡에 동성애 코드를 추가해 남자가 남자를 유혹하는 콘셉트를 입혔다. 몇몇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걱정될 법도 한데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미 가족과 지인들이 그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항상 저를 응원해주세요. 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친구들도 그렇고요. 주변 사람들보다 언론사나 예능 작가분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말 많이요. 기회가 된다면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꼭 나가고 싶어요. 정말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편견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저를 비롯한 성 소수자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권도운은 스스로를 데뷔 10년 차 무명 가수라고 평가했다. 권스틴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Tonight(투나잇)'을 비롯해 정규 2집 '해바라기', 인기 OST를 커버한 2.5집, 디지털 싱글 '하늘땅 별땅' 등 많은 노래를 선보였으나 기대만큼의 반응은 없었다. 커밍아웃으로 이름을 알렸으니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노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희망했다.
"요즘 다들 힘든 시기잖아요. 그 시름을 제 음악으로 달래드리고 싶어요. 장윤정 선배의 무대를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어요. 그래서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해도 '어머나'가 발매된 2004년이에요(웃음). 언젠가는 꼭 장윤정 선배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어요. 예능에 같이 나가도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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