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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서현우, 확신으로 틔운 '악의 꽃'

  • 연예 | 2020-10-03 00:00
서현우가 '악의 꽃'을 통해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이준기와의 브로맨스, 장희진과의 러브라인을 자유자재로 오갔고 김무진 캐릭터의 익살스러운 매력도 살려냈다. /이선화 기자
서현우가 '악의 꽃'을 통해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이준기와의 브로맨스, 장희진과의 러브라인을 자유자재로 오갔고 김무진 캐릭터의 익살스러운 매력도 살려냈다. /이선화 기자

"장희진과 로맨스? 해피엔딩이길 바라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그는 늘 가능성을 보여줬다. '남산의 부장들'의 전두혁, '해치지않아'의 오비서, '독전'의 정일, '죄많은 소녀'의 담임 선생님 등 수많은 영화 속에 녹아든 무색무취의 활약이 이를 뒷받침했다. 올해 여름은 조금 다르다. 데뷔 10년 만에 첫 주연 드라마를 만나 그 가능성을 확신으로 만들어냈다.

서현우는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 연출 김철규)에서 김무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자유분방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때로는 교활하기까지 한 사회부 기자다. 그 자유분방함은 위트 넘치는 몸짓으로, 교활한 면모는 특유의 표정 연기로 빚어냈다. 첫 주연작임에도 그의 연기에는 조금의 빈틈도 없다.

"감독님과 오디션 겸 미팅을 했어요. 주문하시는 연기를 보여드렸고 일주일 뒤에 함께 하자고 연락을 주셨어요. 제 이전 연기를 많이 보셨대요. 하지만 주로 진지했으니까 한껏 풀어진 가벼운 톤이 궁금하셨나 봐요. 제 유연함을 보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캐스팅되고 부담은 확실히 있었어요. 기쁨보다 더 클 정도로요(웃음). 데뷔 10년 만에 처음 맡은 주연이고 다들 연기 베테랑이었으니까요."

"참 다양한 성향을 가진 캐릭터라 제가 어떤 설정을 가지고 가면 함정에 빠질 거라고 판단했어요. 고민 끝에 준비를 덜 하고 현장에서 상대 배우가 주는 호흡과 공간의 의미, 의상이나 소품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인 동물적인 연기를 해봤어요. 어떤 작품보다 자유로웠고 현장감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서현우(왼쪽)은 극 초반 이준기와 대립한다. 하지만 이후 모든 오해를 풀고 끈끈한 브로맨스를 자랑한다. /tvN 제공
서현우(왼쪽)은 극 초반 이준기와 대립한다. 하지만 이후 모든 오해를 풀고 끈끈한 브로맨스를 자랑한다. /tvN 제공

이준기와의 특별한 케미가 그의 활약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김무진은 드라마 초반부 고교동창이자 사이코패스인 백희성(이준기 분)을 만나 지하에 감금당한다. 애원 끝에 풀려났지만 도망치는 대신 특종 거리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공조를 약속한다. 악연으로 시작해 언제라도 서로의 등에 칼을 쫒을 것 같지만 이내 브로맨스로 귀결되는 서현우 이준기의 특별한 호흡이다.

"배우들은 연기하는 방법이 가지각색이에요. 슬픈 장면을 예로 들면 전날 밤부터 슬픈 음악을 들으며 우울함을 모으는 사람이 있어요. 반면 촬영이 시작되면 몰입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도 준기 형도 후자였어요. 그래서인지 그 에너지가 잘 맞았어요. 상대 배우와 무언가 맞아떨어진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정말 많이 느꼈어요. 쫄깃하게 연기하고 컷을 받았을 때 쾌감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악의 꽃'은 살인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주된 전개였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무거운 톤을 유지해야 했다. 서현우라는 존재는 그 무거움 속 몇 안 되는 쉼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백희성의 등장에 놀라는 대신 "참 건강해"라고 읊조리고, 아내를 위해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겠다는 백희성에 "무슨 권태기를 연쇄살인범으로 극복하냐"며 비아냥댄다. 진중함과 능청스러움을 자유자재로 오가 매 순간이 매력적이다.

"무진이의 유쾌한 대사들을 많은 분들이 제 애드리브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애드리브는 거의 없었어요(웃음). 그냥 대사를 제 말투로 살짝 바꿔서 했는데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진지한 유머를 좋아해요. 심각한 상황에서 유머가 불쑥 나와서 발생되는 공기 같은 거요. 그런 부분이 무진 캐릭터랑 닮아 있어서 잘 소화된 것 같아요."

장희진(왼쪽) 서현우의 로맨스는 열린 결말로 끝났다. /tvN 제공
장희진(왼쪽) 서현우의 로맨스는 열린 결말로 끝났다. /tvN 제공

이준기와의 브로맨스로도 모자라 장희진과의 핑크빛 로맨스까지 펼쳤다. 옛사랑 도해수(장희진 분)의 등장에 옷매무새를 신경 쓰고 어수룩하지만 날카로움을 숨긴 직진남의 면모로 구애했다. 도해수가 어둠에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불쑥 형광등을 사 들고 등장하는 장면은 설렘을 안기기 충분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열린 결말로 끝났지만 서현우는 홀로 해피엔딩을 상상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로맨스를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대신 이렇게 대중적으로 보일 작품들이 아니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 로맨스를 '악의 꽃'에서, 그리고 장희진 씨와 하게 되니 설레고 또 믿기지 않았어요. 밥 한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끝난 러브라인이긴 한데(웃음) 제 생각에는 어떻게든 둘이 만나 결혼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직도 작품 속 두 사람을 향한 애틋한 감정이 남아있어요."

"형광등을 사 가는 장면은 많이들 좋아해 주셨지만 멋지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남자로서 이렇게 해야겠다'가 아니라 그냥 해맑게 찾아가는 모습이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더 반응이 좋더라고요. 감독님이 참 멜로 장인인데 계속해서 담백하게 가보자고 방향성을 제시해 주셨어요. 로맨스는 참 어렵다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많이 배웠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해보고 싶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인 서현우에게 연기는 곧 공부였다. 하지만 '악의 꽃'을 통해 연기의 재미를 깨달았다. /이선화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인 서현우에게 연기는 곧 공부였다. 하지만 '악의 꽃'을 통해 연기의 재미를 깨달았다. /이선화 기자

'악의 꽃'은 수많은 위기와 함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촬영이 한차례 중단돼 편성에 빈자리가 생기기도 했고 여느 때보다 길었던 장마와 태풍에 야외 촬영분도 미뤄졌다. 그럼에도 성과는 남았다. 편성에 공백이 생겨 시청자가 빠져나갈 법도 한데 최종회 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과 함께 종영을 맞았다. 서현우는 홀로 마음고생을 하며 첫 주연작이 무사히 끝나길 기도했다.

"코로나를 정말 직격탄으로 맞은 현장이에요.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스태프들의 얼굴을 외우는 게 힘들더라고요. 실내 세트장에 있게 된 시간도 많았고요.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사랑 해주셨다는 게 참 놀랍고 감사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인 서현우에게 연기는 곧 공부였다. 대학시절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의 말을 홀로 필기했고 이를 이상하다고 여긴 친구들이 그에게 '서박사'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친구들에게는 생경한 모습이었을 테지만 그게 지금의 서현우를 있게 했다. 집요하게 분석하고 파헤친 캐릭터들은 그의 필모그래피가 됐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 배우가 된 그는 지난 나날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자신이 가야 할 배우로서의 길을 그려나가고 있다.

"김무진으로 지내며 자신을 한번 돌아봤어요. 난 어떤 배우로 살아왔는지 그리고 지금 무슨 연기를 하고 있는지요. 아직 부족해요. 지금까지 완벽함을 향해 쫓아왔다면 가끔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연기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자연스럽게 생기는 재미들이 많더라고요. '악의 꽃'으로 그걸 많이 느꼈어요. 좋은 작품이라면 무엇이라도 좋아요.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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